정치꾼 밖에 안 보이는 ‘포항지진 특별법’
  • 손경호기자
정치꾼 밖에 안 보이는 ‘포항지진 특별법’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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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 功 차지에 혈안
초당적 협력 모습 전혀 없어
특별법 단독발의 나선 한국당
진정 포항시민을 위한다면
여당과 함께 공동추진해야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정작 해야 할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이익에만 마음을 쏟는다는 뜻이다. 요즘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는 ‘포항지진 특별법’에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정부연구단은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닌 2010년부터 진행된 지열발전소 건설로 촉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포항지진과 관련해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국회 포항지진특위 구성 등 ‘투 트랙’을 넘어 ‘쓰리 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국민청원은 3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올라왔다. 3일 현재 11만5000명을 넘긴 상황이다.
 청원인은 특별법을 통해 보상 절차와 보상금 지급 등의 조치는 물론 지열발전소 사후 조치 및 지역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트라우마 치유시설 등 공공시설)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원인은 정치인들에게 제발 포항지진에 대해서만큼은 정치쟁점화 하지 말고, 피해지역민들을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특별법 제정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특별법이 제정되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물론 정부도 법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의원발의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정부법안을 국회의원들에게 대신 발의하도록 하는 ‘청부입법’이 남발되는 이유다.
 여야가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청원은 사실상 정치권 압박용일 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당정청은 2일 고위당정청협위회를 개최하고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국회 내 특위 구성 등 국회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번 추경안에 포항 지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도 담아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당장 흥해 특별재생 도시 사업을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권 차원의 포항지진 피해 지원 조치들은 하나 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포항시민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과 배·보상 등의 문제를 위해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행태는 가관(可觀)이다.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서로 공(功)을 차지하기 위해서인지 초당적 협력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당은 일찌감치 포항지진특별법을 당론으로 정하고, 한국당 의원 113명 전원 공동발의로 1일 법안을 발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만 단독으로 포항지진 특별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당인 민주당과 함께 하면 특별법이 좌초되거나 정부 지원이 줄어들기라도 하나?
 특별법 발의로 내년 총선에 재미 좀 보겠다는 정치적 이해타산(利害打算)에 따른 행동이라면 몰라도, 여당을 배제한 한국당의 단독 플레이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야당보다 여당이 정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아 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포항시민의 신속한 지진피해 지원 등을 위해서는 여당을 앞세우는게 상수(上手)다. 본인들이 아직도 다수당의 여당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벚꽃은 사쿠라(さくら)다. 우리는 종종 겉보기는 비슷하지만 사실은 다른 것을 ‘사쿠라’라고 한다. 사쿠라의 어원은 일본어의 ‘사쿠라니쿠’에서 비롯됐다. 사쿠라니쿠는 색깔이 벚꽃과 같이 연분홍색인 말고기를 가리키는 말인데, 말고기를 쇠고기로 속여 판 것에서 유래했다. 요즘말로 짝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벚꽃이 활짝 만개해 사람들을 유혹하는 시절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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