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불러들이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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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불러들이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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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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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루트비히 판 베토벤

■자연 사랑
해마다 봄이 되면 개나리와 벚꽃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의 활력을 준다. 어릴 적 필자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 매년 4월5일이 되면 식목일이라 해서 나무를 심는 행사에 참여했다. 식목일에는 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자연보호’라는 큰 제목 안에 글짓기대회, 표어쓰기대회, 사생대회, 자연보호 캠페인 등의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게 있었고 즐겁게 참여했던 추억이 많다. 오늘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자연의 작은 소리조차도 귀하게 받아들여 신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대자연을 표현해낸 악성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 교향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클래식음악 작곡자들을 포함한 모든 음악가들은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은 음악가들에게 큰 영감과 자극을 준다. 사계절을 소재로 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를 들어 보면, 비발디의 작품 ‘사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곡집 ‘사계’, 글라주노프의  ‘사계’, 피아졸라의 탱고 ‘사계’가 유명하다. 이렇듯 작품의 제목만 보아도 작품의 주제가 자연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듯이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에게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음악인생에 있어 한번쯤은 넘어서야할 숙명일 수도 있다.

■베토벤의 오솔길
베토벤은 25세 전후로 청력을 잃기 시작했는데 30세 때가 되어 그의 청력은 거의 손상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청력회복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 근처의 작은 마을 ‘하일리겐슈타트’로 가서 수년 동안 요양을 하였는데 절망에 빠진 베토벤에게 숲과 오솔길, 잔잔한 시냇물 등은 그를 세계적 대작곡자로 만들어준 인생 전환점이 되었다. 이 오솔길은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엄마 같은 존재였고 그의 청각장애를 치유해주는 유일한 동반자였다. 지금도 ‘하일리겐슈타트’에 가면 ‘베토벤 길’이라는 유명한 오솔길이 있는데 매년 수십만 명이 찾아드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1808년 여름에 ‘전원’ 교향곡을 완성하였다. ‘교향곡 6번 전원’과 교향곡 5번 ‘운명’은 거의 동시에 작품을 완성하였다.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교향곡이지만 이 두 교향곡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극히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 교향곡 5번 ’운명’은 인간 그 자체를 표현한 남성적인 면을 갖고 있다면 교향곡 6번 ’전원’은 아름다운 대자연을 표현하였으며 여성스러운 느낌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향곡 5번 ’운명’은 집중적이고 응집된 작품이라면 전원은 자연의 주는 안정감과 풍요로움이 넘쳐흐르는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목을 붙인 음악
‘전원’ 교향곡은 표제음악적 성격이 강하다. 베토벤은 이 작품의 1 바이올린 악보 뒷장에 ‘전원 심포니’, ‘시골의 생활과 추억’이라고 썼고 괄호 속에는 ‘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기보다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직접 명기해두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사람들은 이 작품을 ‘전원’ 교향곡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의 제목은 ‘전원 교향곡’으로 전 세계에 통용되고 있다.

또한 ‘전원’ 교향곡은 다른 고전 교향곡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5악장으로 이루어졌고 그 악장마다 내용을 나타내는 소제목이 있다. 이것은 후대 낭만주의 음악에나 있을법한 표제음악의 선구자임에는 틀림없으나 각 악장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고전 음악적 특징으로 작곡되어진 절대음악임에는 분명하다. 2악장의 시냇물소리, 새들의 소리, 4악장의 천둥소리, 바람소리 등은 매우 표현이 잘되어있지만 이것은 효과음악일 뿐이지 곡 전체의 흐름을 묘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베토벤이 원했던 전원 교향곡의 감상은 음악을 들으며 느낀 대로 전원의 풍경을 상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대자연을 통해서 받은 감동과 의미를 교향곡을 통해 다시 느껴보라는 뜻인 것이다.

■행운이 이미 내안에
‘전원’ 교향곡은 1악장과 2악장은 중간에 잠깐 쉬는 것이 있지만 3악장부터 5악장까지는 쉬지 않고 내리 끝가지 연주하게 된다. 당시 고전주의 시대음악에서는 교향곡이 5악장으로 구성되었다는 것도 파격적이지만 세 개의 악장을 한꺼번에 묶어 내리 연주하는 것도 당시로선 처음 있는 파격적인 혁신이었다.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제목:‘시골에 도착하였을 때의 상쾌한 기분’ 넓고 푸른 전원에 도착하였을 때의 상쾌한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첫 선율부터 전원이 주는 화창함과 해방감은 상쾌한 느낌을 준다. 오스트리아 남부민요를 사용하여 변주를 만들었는데 그 변주의 느낌은 푸른 들판을 연상하게 한다.
2악장: Andante molto mosso 제목: ‘시냇가의 정경’ 현악기의 맑은 소리가 자연을 노래한다. 나이팅게일을 묘사하는 플루트의 소리와 메추리를 표현한 오보에의 소리, 뻐꾸기를 표현한 클라리넷소리가 깊은 숲속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깊은 숲속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3악장: Allegro 제목: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베토벤의 전작들에서 볼 수 있는 해학이나 강렬한 이미지 대신에 오스트리아 시골지방 옛 춤곡인 렌들러(L?ndler)의 음악을 사용하여 순박한 시골느낌을 한층 더 느끼게 해준다.
4악장: Allegro 제목: ‘뇌성과 폭풍우’ 현악기의 저음을 담당하는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폭풍우를 표현한다. 이에 질세라 관악기인 트럼본, 타악기인 팀파니가 천둥과 폭풍우를 묘사한다. 마지막에는 먹구름이 그치고 플루트가 맑게 갠 하늘과 무지개를 묘사 한다.
5악장: Allegretto 제목: ‘목가 폭풍우 뒤의 기쁨과 감사’ 폭풍우가 끝난 뒤 양치는 목동의 노래가 들려온다. 현악기의 소리와 관악기의 소리가 잘 조화가 된 뒤에 호른이 이교향곡의 첫 부분을 다시 연주하게 된다. 베토벤의 의도대로 대자연과 인간과 교감의 감동을 느끼며 장엄하게 교향곡은 끝을 맺게 된다.
베토벤이 사랑했던 여인 ‘테레제 말파티’에게 보낸 편지(1808년)를 통해 자연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우리는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다. “숲 속을 거닐 때, 나무들을 지날 때, 풀을 밟으며 그리고 돌멩이들을 밟으며 걸어갈 때 저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숲, 나무, 돌멩이는 우리가 원하는 소리를 전해줍니다.” 귀가 멀어 더 이상 소리를 듣지 못하고, 악기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작곡가로서 베토벤의 인생은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베토벤은 홀로 숲속 길을 걸으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소리를 들었고,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물소리를 들었고, 작은 새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이러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라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복을 달라고 기도하지만, 자신에게 이미 행운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자만이 베토벤과 같은 성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애독자 여러분이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감상하면서 행운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확인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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