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산을 지키는 3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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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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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Martian)’에서 마크(맷 데이먼 분)는 불의의 사고로 혼자 화성에 남게 됩니다. 지구로 돌아 간 동료들은 마크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구하러 가지만 문제는 화성까지 가는 560일 동안 마크의 ‘서바이벌’입니다. 화성에 남아 있는 비상식량으로는 턱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감자를 키우고 먹는 양을 제한하는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됩니다.
노후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명이 예기치 않게 길어지면 자산의 수명도 길게 해줘야 합니다. 중대질병, 금융사기 등으로 자산수명이 끊기는 것도 방지해야 합니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전가의 보도 같은 상품은 없으며 연금자산, 투자자산, 보험자산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세 가지 자산은 고유한 특징이 있어 이들을 잘 섞으면 자산수명을 안정적으로 길게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종신연금은 사망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므로 나의 수명과 자산의 수명을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수명리스크(longevity risk)라고 하는데 연금은 이를 없애 줍니다. 한편, 공적연금은 매년 연금지급액을 물가에 연동해서 올려 줍니다. 지금 100만원 받는데 20년 동안 물가가 연 2% 올랐다면 20년 후에는 149만원을 지급합니다. 만일 물가에 연동되지 않아 20년 후에도 100만원을 받게 되면 원하는 물건의 67%밖에 구매할 수 없게 됩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현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을 구매력리스크라고 하는데,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클수록 커집니다. 우리나라는 물가상승률이 낮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만 길게 보면 인플레이션이 언제 닥칠지 모릅니다. 베네수엘라처럼 물가가 100만% 이상 오르면 현금의 구매력이 없어져 버립니다. 공적연금은 구매력리스크까지 없애 줍니다.
공적연금은 장수리스크와 구매력리스크를 없애주기 때문에 노후에 가장 적합한 자산입니다. 공적연금이 충분히 마련되면 더 이상의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국민연금으로 월 100만원 받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가구의 최저생활비에 많이 모자랍니다. 공적연금 부족분을 민간 종신연금을 통해 채울 수 있습니다만, 종신연금 상품을 구입하는 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구입 후에는 중간에 돈을 찾을 수 없어 무작정 많이 구입할 수는 없습니다. 연금의 이점과 비용을 감안할 때 중간소득층의 경우 대략 금융자산의 30% 정도를 연금자산으로 보유하는 게 적정하다고 합니다.
둘째, 투자자산은 수익률이 높으므로 자산수명이 깁니다. ‘마션’에서 마크는 냉장감자를 아무리 아껴 먹어도 턱 없이 부족하기에 그 감자를 재배하여 증식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산도 마냥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증식시켜야 자산수명이 길어집니다. 수익률에 따라 자산수명이 길어집니다만 둘의 관계가 비선형적이어서,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자산수명이 큰 폭으로 길어집니다.

지금 가진 돈의 4%를 인출하고 매년 2% 물가 오르는 만큼 인출을 증가시킨다고 해보겠습니다. 1억원이 있으면 400만원을 인출하고 그 다음해에는 408만원, 3년 째는 416만원을 인출하게 되겠죠. 이 경우 자산운용수익률이 2%이면 25년만에, 3%일 때는 28년만에 자산이 모두 소집됩니다. 하지만 4%일 때는 34년으로 자산수명이 9년이 길어지며, 5%이면 43년으로 18년이나 길어지며 6%일 때는 75년으로 무려 32년이 더 길어집니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자산수명은 더 큰 폭으로 길어집니다만, 투자자산은 수익률이 높을수록 손실을 볼 수 가능성도 커집니다. 노후의 자산은 안정적이어야 함을 감안할 때 자산수명 증가와 자산손실 가능성을 모두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볼 때, 목표하는 투자수익률은 4~5%가 적절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보험자산은 노후자산을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보호해줍니다. 검은 백조는 희귀하지만 있기는 있습니다. 블랙스완은 아주 가끔씩 발생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식용으로 사용되는 칠면조는 1년 동안 잘 먹고 아무일 없다가 추수감사절 갑자기 식탁에 오르는 운명이 됩니다. 칠면조는 1년 동안 아무일 없으니 세상이 항상 이럴 것이라 생각하나 운명의 급격한 변화는 단 하루만에 예기치 않게 찾아 옵니다. 노후자산도 중대질병이라는 블랙스완의 출현으로 자산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십년 준비해 둔 노후설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되죠. 보험은 생애설계에서 블랙스완의 출현을 막아줍니다. 노후의 보험자산은 생명보험보다는 질병이나 요양보험들이 해당되겠죠.
세 자산 중 투자자산은 골을 넣는 공격수에 해당됩니다. 4~5% 정도의 자산수익률로 장수시대에 자산 수명을 길게 해주는 주포(主砲) 역할을 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축구에서 공격에 치중하다 보면 골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인생 후반에 실점은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연금자산으로 1차 수비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연금자산으로 생계를 유지할 소득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수비만으로 부족합니다. 중대질병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되면 생계를 위해 마련해 둔 돈이 의료비로 모두 들어가게 됩니다. 노후자산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서는 2차 수비라인으로 보험자산을 가져야 합니다.
세 자산에 자금을 배분할 때의 우선순위는 연금자산, 보험자산, 투자자산 순서입니다. 노후생계에 필요한 소득을 우선 연금자산으로 마련해두고, 보험자산을 구입하여 블랙스완을 대비합니다. 그리고, 주포에 해당하는 투자자산으로 노후소득을 높이거나 자산의 수명을 길게 하는 것입니다. 투자자산 역시 다양하니 위험도가 낮은 자산에서 높은 자산의 순서로 채워 넣으면 되겠죠. 축구로 보자면 미드필드 공격수를 갖추고 최전방 공격수를 두는 격입니다.
장수시대에 자산수명을 늘리기 위한 3가지 요체는 연금, 보험, 투자입니다. 이 셋은 여러분 노후자산을 지키는 3총사입니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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