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이야기
  • 경북도민일보
참새이야기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인류역사에서 전쟁을 포함하여 3년 만에 4천만 명이 사망한 적이 단 한번 있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중국 재건을 두고 장제스의 국민당과 모택동(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은 두 차례의 내전을 치렀고 결국 공산당이 승리하게 되자 마오쩌뚱은 초기 중국공산국가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다. 그 당시 세계적인 혼란 속에 중국농업은 후진성을 면치 못했고 이로 인한 식량부족으로 곳곳에서 굶어죽는 백성들이 부지기수였다.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화창한 어느 가을날, 수행원들을 데리고 곡창지대 들판을 시찰하던 모택동은 참새무리가 벼이삭을 쪼아 먹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분노했다. 참새 때문에 쌀 수확량이 줄어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모택동이 참새소탕명령을 내리자 즉시 ‘참새박멸지휘부’가 만들어졌고 중국 전역에 걸쳐 대대적인 참새섬멸이 시작되었다. 수백만 명의 시민과 포수들이 꽹과리를 치며 참새를 몰자 날아다니다 지친 참새가 땅으로 곤두박질 쳤고,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는 포수에 의해 사살되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참새들은 먼 곳으로 달아났지만 독극물을 섞어 뿌려놓은 곡식을 주워 먹고 모조리 죽고 말았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중국의 광활한 영토 하늘아래에서 참새의 짹짹거리는 소리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모택동은 참새섬멸 보고에  흐뭇해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해부터 발생되기 시작했다. 사상초유의 대기근이 발생한 것이다. 쌀 수확량이 급감하여 200만의 인민이 굶어 죽고 말았다.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해충들이 번성하여 벼이삭을 마구 갉아먹었기 때문이었다. 학자들과 당 간부들이 참새소탕작전을 중단해야 된다고 건의했지만 모택동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아집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더욱 독려했다. 그 결과 다음해에는 1000만 명, 그 다음해는 20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국민들의 비난과 아우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자 그제야 모택동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새소탕작전을 중지시켰다. 이 일로 인해 모택동은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했고, 지구 역사상 최악의 기근으로 지금까지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다.

참새소탕작전은 지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였을 때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실증사례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정치적 입지와 아집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사람은 어떤 위치에 오르기를 갈망하다가 그 위치에 오르면 그때까지 자신이 쌓아온 지식이나 경험으로 지배하고 관철시키려 한다. 오류는 있을 수 없다 여긴다. 하지만  이 오만이 진짜 오류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점에서 무너진 이유가 인간은 평생 성찰하고, 배우며, 노력해야 되는 존재라는 걸 망각했기 때문이었다.  
동물은 본능대로 살아가지만 인간은 생각하고 선택하는 존재이기에 누구에게나 허물이 있고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지속하면 죄가 된다. 이와 반대로 고백한 과오는 그 사람의 새로운 미덕이 된다. 잘못을 고백한 그 자체만으로 시정이 시작되는 것이며 새로운 결합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시국이 수상(愁傷)하다. 바람 불어 벚꽃 잎이 꽃비 되어 내리는 이 좋은 봄날인데 왜 이렇게 나라가 걱정될까? 요즘 각종 재야단체에서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날마다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고, 서민들은 살기 어렵다며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장관임명동의안 국회청문회에서는 누구하나 과오를 속 시원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없고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민심은 현 정권에서 더욱 이반되고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고용참사와 거시경제 지표가 대부분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들자 소득주도성장의 비판은 거세지고, 안보불안을 외치는 국민들은 김정은의 행태를 바라보며 이젠 한반도 비핵화를 거의 믿지 않는다.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건 야당의 숙명적인 역할이다. 이에 대하여 분노하며 마음을 닫고 차기 선거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본능에서 벗어나 한번쯤은 반대진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숙고해봐야 되지 않을까! “문제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멈추게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얀 래인’의  말처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