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불, 지역구 소방관
  • 모용복기자
전국구 불, 지역구 소방관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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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났다하면 재난급 화재
지역업무로 간주해선 안돼
전국 소방력 결집 없었다면
강원도 산불 피해 상상초월
 
지자체 재정 따라 국민안전
부익부빈익빈은 어불성설
차별없는 소방서비스 위해
소방관 국가직 전환 급선무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강원지역 초등학생 5명이 소방서를 찾았다. 손에는 편지가 들려있었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천진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 어린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소방관들에게 건네며 감사마음을 전했다. 편지에는 ‘아저씨들 덕분에 우리 집이 불타지 않았어요’ ‘강원도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국에서 소방관 아저씨들이 오셔서 용감하게 불을 꺼주셔서 우리가 살 수 있었어요’ ‘아저씨들은 우리의 영웅이에요’ 등의 내용과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편지를 받아든 고성소방서 소방관들은 “어린이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을 받았다”며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고 한다.
지난 4일부터 나흘간 강원도 일대를 휩쓴 화마(火魔)는 14년 전 천년고찰 낙산사를 무너뜨리고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양양 산불 이후 최대 대형 산불이었다. 주택 수백여 채가 불타고 1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하지만 강원 고성, 속초, 강릉,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역대급 화재임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명이라고 하니 천운(天運)이라고 해야 할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運)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각종 재난 발생 때마다 우왕좌왕했던 정부와 소방당국이 이번에는 달랐다. 산불이 발생하자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모든 정부부처가 비상체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대처에 나섰으며, 소방청 대응 3단계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 등 진화장비와 소방인력이 신속하게 강원도로 집결했다. 소방차 872대, 소방관 3251명, 군 헬기 23대를 비롯한 헬기 110대까지 진화작업에 동원됐으니 그야말로 전장(戰場)을 방불케하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장비도 장비지만 자신의 안위(安危)는 뒷전인 채 불화살이 쏟아지는 전쟁터에 뛰어들어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이 있었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제소방서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비번임에도 산불현장으로 달려가 진화작업을 벌이던 도중 고성에 있는 어머니로부터 집이 불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어머니를 안정시키고 대피하게 한 후 산불진화를 계속했다. 결국 그의 집은 완전히 불에 타 새 집을 구하고 있다고 하니 진화작업에 혼신을 다하고도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된 소방관의 안타까운 심정이 오죽하랴.
이 뿐만 아니다. 산불발생 현장 곳곳에서 소방관들의 활약상이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들을 영웅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이 소방서를 찾아 편지를 건네고 고마움을 인사를 전한 것도 소방관 아저씨들이 그들에게 ‘영웅’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역대급 산불 진화에 대한 소방관들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강원 화재 발생 하루 뒤인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온 지 사흘 만에 동참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답변해야 하는 기준을 충족한 것이다. 또 한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소방직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찬성하는 여론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왜 국민들은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그토록 바라는 걸까?
해방 이후 소방직도 한 때 국가직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1973년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직으로 고착화됐다. 불은 한정된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소방 업무를 지역사무로 간주한 까닭이다. 그러나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는 사이 상황은 너무나 달라졌다. 즉 화재가 단지 그 지역의 일만이 아니게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한 번 산불이 났다하면 대형화재로 번지기 일쑤고, 고층복합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까닭에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관할 소방인력으로는 진화에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강원 산불도 만약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차와 소방관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진화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피해규모도 훨씬 늘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화재를 단지 지역의 일로만 간주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지역 간 이동과 협업을 용이하게 해 대형화재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인 경우 열악한 장비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 몇몇 지방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시·군들은 곳간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관계로 소방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재진압장비의 심각한 노후화로 화재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방관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신규인원을 충원하지 못해 소방관련 업무를 1인이 담당하는 지역도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화재진압에 필요한 소모품 지원이 안 돼 소방관들이 자비로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야 어찌 국민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어린이의 영웅’들로서 가오가 서겠는가.
국민 안전에 지역마다 차등이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잘 사는 지자체는 소방인력이나 장비수급에 별 문제가 없어 주민들이 안전을 누리고, 가난한 지자체는 그렇지 못해 주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면 이는 대한만국 국민으로서 심각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소방예산을 국가가 편성해 소방관들이 장비나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지 않고 본업인 화재진압과 구급·구조활동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 또 모든 국민이 어느 지역에 살든 똑같은 소방서비스를 받고 안전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을 한시 바삐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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