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사회
  • 모용복기자
사이코패스 사회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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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 없는 사이코패스
악질의 범죄자 뿐만 아니라
정치인 등 유명인들도 많아
세월호에 대한 정치인 망언
공감능력 없는 무지의 소치
국민아픔 살피는 것이 정치
측은지심 없으면 사람 아냐
비난 말과 댓글 걷어치워라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다. 먼지 냄새 풀풀 풍기는 미국 서부 텍사스의 건조한 사막을 배경으로 피 튀기는 총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살인마와 도둑, 보안관이 쫓고 쫓기는 지루한 추격전이 전개된다. 영화의 배경보다 더 건조한 것은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이다. 일상처럼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의 무표정, 회한에 찬 보안관의 주름진 얼굴, 그리고 우연히 돈가방을 손에 넣은 도둑의 죽음 같지 않은 죽음처럼 배경음악도 없이 전개되는 영화는 건조하기 짝이 없다. 어쩌면 사막처럼 푸석하고 메마른 건조함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매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나는 열 번도 넘게 봤다. 영화를 보고 난 후면 마음이 사막처럼 황량해진다. 바로 며칠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그가 닭장 차를 모는 노인을 죽인 이유는 단지 차가 필요한 순간에 노인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차만 빼앗으면 되지 꼭 살인을 할 필요가 있나?”라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럼 살인을 안 할 이유는 뭐냐?”고. 그는 타인의 입장이나 감정은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다.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자신이 만든 나름의 법칙 속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행동할 뿐이다. 그가 가는 길에서 부딪치는 모든 타인은 걷어치워야 하는 장애물이거나 하찮은 존재들이다.
안톤 쉬거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노인에게 동전던지기 선택을 강요하는 대화에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노인이 무엇을 거느냐고 물으니 자신이 대신 맞춰줄 수 없으니 그냥 맞춰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대화에서 소통단절의 극치를 보았다. 어지간한 범죄자 같으면 노인의 질문에 “그건 알 필요없다”라든가 “무엇을 걸고 싶나?”라는 반문(反問)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톤 쉬거는 상대방과 전혀 소통할 생각이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상황을 몰아갈 따름이다. 공감능력이 마비된 사이코패스의 대화법이란 이런 것이다.
공감능력이란 상대방의 상황이나 기분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은 남을 해치지 않고 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까닭에 만약 이것이 결여되면 남을 해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극단적인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보인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안톤 쉬거처럼.
그러면 이러한 정신병적 현상이 범죄자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일까? 영국의 산업심리학자 보드와 프리츠가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사이코패스 특성을 보였으며, 임원으로 승진할 대상자들 중 3,5%가 사이코패스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니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인들 사이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느닷없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망언이 쏟아져 나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것도 제1야당의 전·현직 국회의원이요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정치인들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식 이하의 표현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 하루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들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처)먹고, 찜 쪄(쩌)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같은 당 원내대표 출신의 정진석 의원도 5주기 당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남겼다가 역시 삭제했다.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이들은 뒤늦게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록 5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고원인이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책임자 처벌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 떼 같은 자식과 가족을 망망대해의 깊은 바다 속에 묻어두고 생(生)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내는 유가족들의 심정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헤아린다면 감히 그러한 악다구니를 쏟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문제다. 유가족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괴물 세월호를 망망대해로 나아가게 한 데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 중 어느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니 깃털보다 가벼운 입들을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오늘날 무엇이 정치인들을 이토록 건조한 냉혈한으로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최근 지상파 라디오방송에 나와 공감능력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들을 두고 “(이들) 의원들이 어디 다른 나라에 사시나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능력에 있어서 엄청나게 문제가 있고 사회 문제를 보는 시각이 참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정치인의 첫 번째 덕목이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으며 또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사람에게 국민은 자기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요, 장애물일 뿐이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안톤 쉬거의 공기총에 희생 당한 노인은 몇 명에 불과하지만 사이코패스 정치인은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사회를 오염시키는 세월호와 같은 존재들이다.
성선설(性善說)을 주창한 맹자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과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이것이 없는 사람은 바로 안톤 쉬거와 같은 사이코패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그런 사람 말이다. 2000여 년 전 한 위대한 사상가의 통찰이 너무나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오늘이 아닌가. 남을 향해 비난의 말을 하거나 추악한 댓글을 달기 전에 내가 과연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아니면 그의 입과 손에서 나올 말과 글이 무엇일지 뻔하지 않겠는가.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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