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주주도 가치투자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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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주주도 가치투자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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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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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총 922개 회사가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 중 53%가 미국과 영국 회사들이다.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 회사들이 20%를 차지했다. 전문기관(Activist Insights)의 보고다. 미국에서는 행동주의 주제가 이사회 구성, M&A, 경영전략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 행동주의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모두 150명이다.
투자은행 라자드가 집계한 57개 주요 행동주의 헤지펀드 중에서 가장 활발한 펀드가 현대차에 투자하고 있는 엘리엇이다. 운영자산(AUM) 340억 달러로 삼성물산, 바이엘, 이베이 등 30개 기업에 행동주의 주주로 투자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19개 회사를 ‘공격’했다.
로펌 프리드프랭크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의 활성화로 기업 경영자, 사외이사, 기관투자자들이 마치 행동주의 주주들처럼 사고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사용하는 매뉴얼 내용을 영업전략, 재무전략, M&A, 이사회 구성 등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관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기 시작하면서 기업과 기관들의 관계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중요한 요구가 회사의 매각이나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M&A시장도 더 활발해진다.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주주행동주의는 20세기 초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셈이다. 1900~1949년까지의 기간에 미국에서는 모두 7건의 행동주의가 기록되었는데 1911년에 한 증권회사가 ‘센트럴 레더’(Central Leather)에 회사의 분기별 경영실적을 주주들에게 제공하라고 요구한 것이 최초였다고 한다. 그런 요구야 당시에도 적지 않았겠지만 그 증권회사는 회사의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했다. 요즘 보는 행동주의 패턴이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 자신의 인생에 부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고 한 컬럼비아대 교수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1976)이 본격적인 행동주의의 원조로 통한다.

‘월스트리트의 학장’으로 불린 그레이엄은 1927년에 ‘노던 파이프라인’(Northern Pipeline)에 행동주의를 펼쳤다. 1911년에 미국 법무부가 독점금지법에 따라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을 34개의 회사로 분할하라는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노던 파이프라인은 그중 하나였다. 록펠러재단이 23% 대주주였다. 
당시 아직 증권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기업공시가 없었고 기업정보는 그야말로 발품을 팔아 수집해야 했다. 그레이엄은 회사의 정보를 주로 정부기관의 문서보관소에서 입수했다. 금융감독원이 없으니 산업자원부에서 찾는 식이다. 회사의 보고자료를 세심히 검토한 결과 회사의 주가는 신통치 않았지만 회사가 수백만 달러 가치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레이엄은 회사에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요구했다. 회사가 거부하자 그레이엄은 위임장대결을 통해 이사회 진출을 시도했다. 그레이엄은 이익의 사내유보가 아닌 배당과 감자의 중요성을 신봉했다. 그레이엄이 노던 파이프라인에 전개했던 행동주의의 결과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문헌이나 인터넷에서 정보가 검색되지 않는다. 그 후에도 그레이엄이 행동주의 활동을 계속했다고만 나온다.
증권거래법이 제정된 1934년에 그레이엄은 다드(David Dodd)와 공저로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을 출간했다. 이 책은 바로 투자은행업계와 증권시장에서 바이블이 된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생이었던 버핏은 이 책으로 그레이엄의 수업을 들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도 자서전에서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쓰고있다. 이 책은 주식과 증권시장의 지적인 기초를 제공했고 투자은행업계 종사자들을 하나의 전문가 그룹으로 정립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책은 증권시장이 단기적으로는 감정과 유행에 좌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수익전망과 자산가치, 위험 등 근본적인 변수들을 반영하므로 주식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변수들에 비추어 볼 때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가치투자는 장기투자로 연결된다. 행동주의 펀드들도 예외없이 장기투자를 표방한다. 그런데 UBS의 한 전문가는 필자에게 행동주의 펀드들의 대상회사 주식 보유 평균기간은 21개월이라고 했다. 그레이엄이 최초의 행동주의자였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것이 급속히 변하고 진행되는 시대라 장단기 구별이 애매해지고는 있지만 3년, 나아가 2년도 안되는 21개월을 장기로 보기는 어렵다. 향후 행동주의가 시장참여자와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면 고전에 더 정합하는 전략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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