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당’ 의 한계
  • 손경호기자
‘법조당’ 의 한계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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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서열 1·2위가 법조인
사건발생 뒤 처리시스템 익숙
결과 중심주의 사고방식 젖어
 
이미선재판관 임명 규탄집회
결과 후 움직임에‘동력 상실’
패스트트랙도 결과 기다리다
여야4당에 꽃길만 깔아줄 것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자유한국당에는 법조인 출신들이 유독 많아 ‘법조당’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현재 당대표와 원내대표도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황교안 당대표는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검사 출신이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당내 서열 1, 2위가 모두 법조인이다.
 법조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과 중심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에서 이러한 법조당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자, 한국당은 곧장 20일 이미선 재판관 임명강행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는 비행기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이미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상황에서 야당이 집회한다고 헌법재판관 임명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려했다면 임명 전에 장외집회를 개최했어야 했다. 장외집회에서 ‘임명 강행 절대 불가’를 외치며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면 문 대통령도 헌법재판관 임명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한국당은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행위를 비난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가 정치적인 이슈몰이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한국당은 임명 전까지는 기억에 남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법조인들은 결과가 나와야 행동하는 결과중심주의 사고방식이 강하다. 즉, 검찰은 사건이 발생해야 조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판사는 재판이 진행돼야 판결한다. 항상 사건이 발생한 뒤에 처리를 하는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결국 청와대가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전까지 한국당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미 헌법재판관이 임명되고 난 뒤 개최되는 집회는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패스트트랙 문제가 발생하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사건은 기억의 저편으로까지 사라지고 있다.
 박근혜정부시절 개최된 촛불집회만 생각해봐도 한국당의 투쟁방식이 얼마나 아마추어인지 드러난다. 촛불집회가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거나 부결된다음에 진행됐는가? 사전 집회를 통해 탄핵을 시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만약 탄핵재판 결과 부결됐다면 그것을 기회로 더 큰 집회로 승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때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축배를 들면된다. 반대 결과가 나오면 상대의 독선과 불통을 비판하며 국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게 정치의 ABC이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결과가 나올때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불씨가 다 꺼진다음서야 불길을 살리겠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결과 중심의 사후약방문식 정치가 힘을 못 쓰는 이유다.
 흔히 이과 출신들은 원리원칙에 충실해 융통성이 없고, 문과 출신들은 융통성만 있고 원칙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즉, 이과 출신들에게 ‘1+1=’의 경우 오직 ‘2’만이 진실이다. 다른 답은 모두 거짓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1+1=’의 경우 ‘0,1, 2,3... ’모두 가능한 답이다. 개인 능력차를 제외하고 구조적으로만 보면 이과 출신들보다는 문과 출신들이 정치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당은 이번 주말에도 장외집회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 관련법 논의 단계에서 스스로 왕따가 돼 여야 협상에서 빠졌다. 이로인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들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킬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이 상태로 패스트트랙 법안이 추진된다면 한국당으로서는 여야 4당에 꽃길만 깔아준 꼴이 된다. ‘나 몰라’로 버틴 결과가 결국 왕따로 이어졌고, 한국당을 제외한 법안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과연 한국당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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