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위에서 신나게 놀아보자
  • 이경관기자
예술 위에서 신나게 놀아보자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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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6월30일까지
김태헌 작가 ‘그림아 놀자展’
드로잉·여행스케치·미술 등
작은 그림들 213점 선보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봉산문화회관은 오는 6월 30일까지 기획전 김태헌 작가 초대전 ‘그림아 놀자展(이하 ‘놀자展’)’을 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시인 2019기억공작소Ⅱ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에 초대된 김태헌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적 삶의 현실을 바탕으로 어떤 비가시적 요소를 포착하고 이미지와 언어를 작용시켜 낯설듯이 조형하는 미술을 선보인다.
 그는 이미 삶과 유리돼 양식화된 주류 미술을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의 차이로부터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다른 영역 즉, 민중미술, 공공미술, 드로잉, 여행스케치, 동화책 그림 등 다양한 작업 영역에 서서 미술행위의 폭을 넓히는 작가인 것.
 이번 전시에서는 삶과 미술의 비가시성을 연결한 213점의 작은 그림들을 선보인다.
 특히 최근까지 자신의 미술행위를 관통하는 ‘놀자’를 선보인다.
 김태헌의 미술행위는 미술을 그대로의 삶으로 느끼는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된 역사적, 시대적, 사회적으로 감도는 대상들과의 조우로서 작동한다.
 흰색의 높고 넓은 전시실 벽면에는 그림 1점 ‘놀자’가 전시돼 있다.
 이 ‘놀자’는 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의 표지 이미지 일부를 고쳐 그린 것이다.

 작가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배우는 지식도 소비재가 되었고, 국내 학교에서 배우는 대개의 지식은 가치관과 실천적 삶이 분리돼 있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치장으로밖에 역할하지 못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이 질문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는 주제이자 전시 제목의 의미이기도 하다.
 ‘태극기’ 대신에 ‘놀자기’로 바꾼 ‘놀자’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읽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면 예상치 못한 많은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된 광경을 맛볼 수 있다.
 머리 위 높은 벽면에 ‘Big Boy’, ‘나는 거짓말쟁이 화가’, 큐빅으로 장식한 ‘여인누드’, 빨간 똥으로 놀고 있는 개의 ‘똥밭’ 등 7점이 걸려있고, 그 아래 천장 낮은 공간의 세 벽면에는 205점의 작은 그림이 꽉 차있다. 그림은 나의 오랜 친구라는 의미의 ‘그림아 놀자’, ‘그림 장사 안하고 어딜 놀러 가냐’라고 말하는 개 그림, ‘수놓은 꽃과 말 오브제’, 한판 붙자며 ‘빨간 글러브를 낀 놀자’, ‘파란 캔버스를 칼로 찢은 여자 전사’, 구겨진 산수화를 배경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놀자’ 등등의 작은 그림들이 하나의 작업처럼 상호작용하며 연결돼 의미들을 산출하고 있다.
 전시된 작업 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이 보인다.
 우연한 기회에 몸 미술관 관장의 권유로 작업을 위해 기부 받은 상당한 분량의 가구와 물건들을 하루 종일 털고, 닦고, 해체하고, 버리고, 재조립하여 거기에 그림을 끼워 넣으며 오브제를 붙이고 잘 놀았다고 한다.
 이 작업들이 ‘붕붕-놀자’, ‘잠화-빅보이’, ‘빅보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일부가 여기에 소개된 것이다.
 전시 작업 혹은 자료집과 관련하여, 작가의 태도를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사건 중의 하나인 ‘연주야 출근하지 마’는 여행하며 그리고 쓴 것을 전시와 함께 출판한 책 이름이다. 이 책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을 살던 아내에게 그녀가 자신을 찾아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며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작가 자신과 함께 105일의 동남아 배낭여행을 실천한 ‘놀자’ 행위의 흔적이다.
 김태헌 작가는 “나의 작업은 잘 가꾸어진 정원이기보다 잡초들과 뒤섞인 ‘마당’”이라며 “아마도 하늘 아래 산그늘 사이로 듬성듬성 잡초가 보이고, 담벼락 곁에 감나무나 살구나무가 서있고, 비바람과 서리, 눈, 어떤 때는 태풍을 제몫인양 순순히 받아들이고, 식구들의 빨래와 추수한 곡식을 말리는 그런 마당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우리그림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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