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마술 피리’
  • 모용복기자
조국의 ‘마술 피리’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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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패스트트랙 혈투에
조 수석 SNS 정치‘눈살’
불난 국회 부채질하는 꼴
여당조차 백안시 분위기
 
피리 연주로 패스트트랙
지정 이끌었으니 이제는
민정수석 책무 열중하라
아니면 정치하는 게 맞다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열차가 마침내 기동(起動)을 시작했다. 그동안 첨예한 대립을 겪던 선거제도 개편,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그저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이다. ‘패스트(fast)’라고는 하나 최장 330일의 긴 여정이 될 지도 모르는 이 열차의 탑승을 놓고 정치권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탑승하려는 쪽과 탑승하지 않으려는 쪽이 난투극을 방불케하는 근래에 보기 드문 막장싸움을 연출했다. ‘동물국회’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국회에서 몸싸움과 극한의 대치상황이 이어지는 와중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연일 이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의견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로 논란을 가중시켰다. SNS는 지난달 22일부터 국회로 향했다. 이날 여야 4당 합의에 따라 공수처가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된 데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찬동한다”는 취지의 입장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다음날엔 4당이 각기 패스트트랙을 추인한데 대해서도 “대환영”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비록 청와대 고위공직자라 해도 이 정도의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 못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지난달 26일 그는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의안과에 접수된 상황을 알린데 이어 이날 밤에는 국회 내 몸싸움과 회의 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국회법, 공직선거법. 형법 규정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당장 한국당은 발끈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제1야당에 대한 경고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민주당이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8명을 국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지 8시간 지난 시점이어서 검찰을 관할하는 위치에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한국당은 오지랖 넓은 민정수석이 제1야당을 겁박하려 한다며 비난의 날을 세웠고 바른미래당도 청와대가 국회를 우습게 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대통령 참모가 국회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수석의 글이 한국당을 자극하고 반발할 명분만 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조 수석은 참견을 멈추지 않았다. 27일에는 국회 몸싸움 관련 기사와 한국당을 에둘러 비판하는 음악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29일에는 민병두 의원이 한국당의 투쟁을 비판하며 올린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권에서조차 백안시(白眼視)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도 조 수석은 왜 SNS ‘훈수’를 멈추지 않는 걸까? 이는 그가 주도하는 공수처 신설 등 사법개혁 법안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자칫 제1야당인 한국당의 거친 도전 앞에서 개혁법안들이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절박한 심정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조 수석의 SNS 글은 집권당인 민주당 의원들로 하여금 야당의 거센 도전에 맞서 정면대응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글이요 일사분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한 ‘마법 피리’와 같은 존재였다.
조 수석의 ‘마법 피리’가 패스트트랙 열차를 출발시키는데는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지는 미지수다. 이번 논란에서 보았듯이 그의 피리소리를 소음으로 여기는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정치권을 향해 피리를 불어댄다면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마저도 호응은커녕 등을 돌리는 인사들이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동화에서 ‘피리부는 사나이’는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한 마을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술 피리로 아이들을 유인해 영영 사라지게 하고 만다. 그러나 정치는 동화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더군다나 동화 속 아이들이 아니다. 아무리 한 배를 탄 여당이라고 해도 잇속에 밝고 세상 물정에 이골이 난 정치인들이 조 수석의 피리 소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할 리는 만무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피리가 ‘마법 피리’라고 생각하겠지만 귀를 닫고 싶은 국민들이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피리 악기 연주에 열을 올리지 말고 청와대 민정수석 본분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책무에 열중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조 수석이 계속해서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민정수석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이 맞다. 무릇 ‘국회는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이라 보통 시끄러운 데가 아니다. 따라서 그가 정치판에서 아무리 크게 피리를 불어댄다 하더라도 나무랄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같은 무리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지도 모른다. 피리를 불든 SNS를 하든 여기서는 완전히 그의 자유다. 조 수석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SNS 피리 연주를 멈추든지, 민정수석 감투를 벗고 피리 불며 떳떳하게 광야로 나서든지 말이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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