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청소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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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청소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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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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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하늘도 푸르고 마음도 푸르고 온 대지가 신록으로 가득 찬 오월이다.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인 오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은혜와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오월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 겉으로 보기에는 옛날과 달리 어릴 때부터 잘 먹어서 다리도 길고 키도 훤칠하게 커서 체형이 서구화 되어 아름답고 흠 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박수만 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함이 있다. 부모들의 지나친 사랑이 자녀들의 자립심에 오히려 독이 된다고나 할까. 전방의 어느 사단장의 이야기다. 군에 간 자식이 복무하는 부대 옆에 방을 얻어놓고 생활하는 어머니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전방에 제설 작업을 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런데 간혹 어머니들이 나라를 지키라고 아들을 군에 보냈는데 왜 눈을 치워야 하는가 하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너무 지나친 사랑은 부족함과 무엇이 다를까?
서양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우리 자녀들을 과보호 하는 경향이 좀 심하다. 그런 가운데 자란 청소년들은 온실 속의 꽃과 같이 끈질김과 자생력이 부족하여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고 꺾여 버리는 경우가 많다. 들판의 잡초같이 어려운 고비를 수 없이 넘겨야 강한 사람이 된다. 유대인의 고난의 역사가 강한 이스라엘을 만들지 않았던가. 우리도 수많은 외침과 시달림을 이겨내고 경제 대국이 되고 한류가 흐르는 문화를 자랑하며 개발도상국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어느 시인의 노래와 같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이 지구는 사막이 된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눈도 내리고 얼음도 얼어야 계절에 맞게 다양한 꽃도 피고 맛 좋은 열매도 열리는 법이다.
청소년들은 야생화 같이 생활해야 한다.

야생화는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꽃을 피운다. 그러니 그 향기가 독특하고 생명력이 길다. 야생화 같은 향기, 이것이 바로 개성 있게 자라는 청소년의 모습이다. 산나물 맛이 특이한 것은 무엇 때문이며, 산 더덕의 향기가 밭 더덕 보다 짙은 것도 무엇 때문이며, 산삼의 신비한 약효는 또 어떠한가. 이 모두가 평소에 비바람을 이겨내고 밤이면 찬이슬을 맞고, 극심한 가뭄에는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려서 말라죽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쓰고,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에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온 생명을 다해 투쟁하면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독특한 맛과 진한 향기와 신비로운 약효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우리 청소년들, 이와 같이 자라야 하고 이와 같이 키워야 한다. 그래서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 가서 가스와 기름을 캘 수도 있고, 열사의 땅 중동에 가서 건설의 역군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잡초 같이 자라야 한다.
잡초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잡초의 강한 생명력을 보자. 돌 틈에서도 자라고 갈라진 시멘트 사이에서도 돋아나는 강인한 잡초의 생명력을 보라. 아무리 밟고 뭉개어도 다시 살아나는 끈질긴 모습은 나약한 오늘의 청소년과는 너무나 다르다. 체격만 커다란 힘없는 거인이 아니고 마라톤 선수 같은 지구력과 농구 선수 같은 순발력과 레슬링 선수 같은 강인함이 필요하다. 잡초 같은 생활은 훗날 청소년들에게 있을지도 모를 역경을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인간에게 야성이 없으면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어디가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의 인격체로 성장해야 한다. 가진 자 앞에서 초라해하지 말고,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또래 집단 속에서 싸워도 보고, 맞아도 보고, 때로는 격투기도 해보고, 야영과 캠핑을 통해 동료의 소중함도 깨달아야 한다. 여름 방학이면 돈 몇 푼을 갖고 야영을 떠나 새카맣게 그을고 눈이 쑥 들어갈 정도로 고생도 해보고, 배가 고파 허덕이면서 참아 보는 끈기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도 해보아야 한다.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개척하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이것이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숙제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거친 파도도 넘어야 하고 험난한 가시밭길도 헤쳐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마주 할 수 있다. 쉽고 편안하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그 길을 따라 가면 과연 새로운 세계가 열릴까? 도전적인 청소년의 자세가 자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꿈을 갖고 도전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 교사나 의사 같은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고 또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응시하는 수많은 청년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국가의 장래가 걱정도 된다. 우리의 청소년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새로운 길을 찾아 스스로 뛰어다닐 때 창의성도 길러지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며 유연한 사람이 되며 우리 사회는 다양해진다. 책을 통한 암기력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공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베풀고 봉사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을 키우도록 하자. 그래야만 보편적인 상식과 원칙이 지배하고, 바른 삶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고 인간다운 풍요로움이 넘치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이영우 전 경북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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