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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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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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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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는 일마다 꼬이고 안 풀릴까
스스로 옳다는 생각부터가 문제
한 발 물러서서 인생 볼 줄 알아야
본인 됨됨이를 초월한 결과는 없어
남 부러워하기 전 자신부터 살펴라

[경북도민일보] 빛바랜 낙엽 같은 표정으로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앙상한 가슴팍을 키질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가 깊은 밤 조용하게 허물어져가는 오랜 폐가의 서까래가 내려앉는 것처럼 침울하게 들렸다. 그는 오랜 나의 지인이었다. 어쩌다 가끔씩 만나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찌 저리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 걸까!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것 같은데 자꾸만 꼬이고 어그러진다. 정말 타고난 사나운 팔자 때문일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까! 
소주잔을 앞에 두고 지지리도 복이 없다며 비애에 젖은 그의 한탄을 듣다가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개발이 안 된 암흑지대는 아프리카나 시베리아가 아니다. 바로 당신의 모자 밑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자신을 가장 모르는 사람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의미이다. 삶이 자꾸만 뜻대로 되지 않고, 하는 일마다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 원인이 전적으로 운명적이고 외부적인 환경에 있는 것일까?  인생이 운명이라는 틀로 미리 정해져 있고 벗어날 수 없다면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삶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 ‘작용의 원인이 되는 결정적인 요소’가 자기 자신에게 있지는 않을까? 내 인생은 왜 이다지도 잘 풀리지 않는가라며 세상을 원망하며 팔자타령을 하지만 실패를 가져오는 결정적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더라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동서양을 막론하여 역사상 수많은 철학가나 현인들이 설파한 말들 중에 가장 많이 한 말이 “자기성찰”이나 “자기 자신을 바로 알라”였다. 소크라테스를 비롯하여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탈레스도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의 결점을 찾아내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아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게 왜 중요한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적을 알아야 싸워 이기듯 나를 제대로 알아야 삶의 기초와 질서를 세우고 반성과 개선을 통해 자기발전을 거듭하여 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에 대처한 행위들을 한 발자국 물러서서 마치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바라보라. 분명히 자신의 부족한 점도 보일 것이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도 나 자신 속에 있고, 나를 해치는 칼날도 자신 속에 있다.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당신은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신은 모르지만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고집불통일수도 있고, 천성이 게을러 늘 노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너무 모가 나서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거나, 남의 결점만 콕콕 집어내어 상대방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잘하여 가정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관계를 파탄 내는 사람일수도 있고, 인내와 끈기가 부족하여 매사에 너무 쉽게 단념하거나 포기하는 건지도 모르며, 너무 조급하여 기다릴 줄 모르고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먼저 돌아서버리거나, 또는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자신에겐 관대하면서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허물은 조금도 관용하지 않는 사람일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고,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매사에 감사하는 사람이며, 가장 부요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바로 알아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다.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사람은 저마다 생긴 모양대로 살아간다’는 말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 생긴 모양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이 외양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뜻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바로 알아 자신을 바꾸면 운명도 바뀐다. 저런 자리 한번 올라봤으면, 저런 삶 한번 살아봤으면 이라며 부러워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됨됨이를 살펴라. 자기인생의 주체는 자신이므로 아무도 자기의 됨됨이를 초월한 결과를 빚어내지 못한다. 서유럽의 대부분을 점령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나폴레옹이 대서양의 작은 섬에 유배되어 탄식하며 했던 말이다. “나의 실패와 몰락을 책망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나 자신의 최대의 적이며 나 자신의 비참한 운명의 원인이었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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