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철길, 포항 도심속 녹색 힐링공간으로 재탄생
  • 이진수기자
100년 철길, 포항 도심속 녹색 힐링공간으로 재탄생
  • 이진수기자
  • 승인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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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철도 부지 활용 철길숲 ‘포레일’ 조성
산속 아닌 도심 숲길로 시민 쉽게 이용
산책로·자전거도로, 다양한 시설 구축
남구 효자동 ‘불의 정원’·북구 우현동 잔디
시민들 건강·소통·도시재생 효과 톡톡
 
철길로 100년간 단절됐던 동·서 통합
낙후됐던 인근 지역 상권 활성화 기여
 
철길숲 중심 초록골목가꾸기 사업 계획
효자·우현 등 6개동 소규모 녹지공간 조성
5월 첫 주말인 지난 4일 포항 철길숲에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철길숲은 도심의 녹지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포항시 제공<br />
5월 첫 주말인 지난 4일 포항 철길숲에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철길숲은 도심의 녹지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포항시 제공
남구 효자동 철길숲에는 천연가스 분출에 따른 불길이 솟는 불의 정원이 있다. 유재영기자yjy@hidomin.com
남구 효자동 철길숲에는 천연가스 분출에 따른 불길이 솟는 불의 정원이 있다. 유재영기자yjy@hidomin.com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포항 도심에 철길숲이 탄생했다.
 산에나 있을 숲길이 도심에 생긴 것은 전국에서도 이례적이다.
 포항 도심은 지난 100년 간 철도에 의해 둘로 나눠져 주변 환경이나 발전이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기회가 왔다. 2015년 4월 도심에 있던 동해남부선 포항역이 KTX 신설과 함께 외곽지인 북구 흥해읍으로 이전했다.
 지난 1918년 10월 포항과 경주를 잇는 철도가 개통된 이후 약 100년 만에 옮긴 것이다.
 기차가 떠난 폐철도 부지의 활용 방안이 급선무였다.

 △ 도심에 활력 불어넣은 철길숲
 포항시와 시민들은 머리를 맞댔다. 40여회 시민 토론을 거쳐 철길숲 조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숲을 뜻하는 포레스트(Forest)와 기차길(Rail)의 합성으로 포레일(Forail)인 포항 철길숲은 폐철도 부지인 남구 효자역에서 포항역(4.3㎞)에 이어 북구 우현동(2.3㎞)까지 총 6.6㎞ 구간이다.
 말 그대로 철길을 활용해 만든 숲길로 행정과 시민 간 소통의 결과물이다.
 2015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2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토교통부 소유의 철도 부지의 무상 사용으로 200억원의 예산절감을 가져 오기도 했다.  
 포항시는 철길을 정비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나무와 꽃을 심고 곳곳에 조형물을 배치했으며 음악분수, 쉼터, 벤치, 운동기구, 화장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었다.
 북구 우현동 철길숲에는 잔디를 조성했다. 
 아이들이 뛰놀고 시민들이 산책하고 나들이하기에는 그만이다. 도심에 이만한 녹지공간이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주는 철길숲의 아름다움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정서를 달래주고 있다. 명품 철길숲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자동 철길숲에‘불의 정원’이 있다. 2017년 3월 8일 폐철도 부지 도시숲 조성에 따른 관정 굴착중 지하 200m 지점에서 천연가스가 분출했다.
 금방 꺼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지금도 불길은 타오르고 있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포항과 국가경제의 심장인 포스코의 용광로를 연상케 한다.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풍부하지 않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시는 국내 육상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되는 것은 유례없는 현상이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불이 올라오는 지점을 불의 정원으로 명명했다.
 불의 정원 바로 옆에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열차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는 듯한 형상을 띤 증기기관차 모형이 우뚝 서 있다.
 불의 정원이나 증기기관차 모형이 불로 쇠를 만드는 철강도시 포항의 상징처렴 여겨진다.
 포항시는 지난 4일 철길숲 준공식을 가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100년 철길이 숲길로 변한 것은 천지개벽이다. 철길숲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숲을 더 가꾸어 전국,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숲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곳을 걸으면서 우리의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가자”고 했다.
 철길숲을 걷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항시는 하루에 4~5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 상가에 손님 찾아 지역상권 활성화
 산속 또는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 주택과 사무실이 인근인 도심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뛰어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이곳에서 산책한다.

 다정한 대화나 즐거움과 웃음을 쉽게 볼 수 있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도 상당하다. 철길숲은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건강과 힐링을 주고 있다.
 북구 우현동에 거주하는 이실광(79)씨는 오래전부터 뇌졸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그는 집앞에 철길숲이 조성되자 매일같이 걷기에 들어갔다. 나무와 잔디가 있어 걷기가 편했다.
 이 씨는 “건강을 생각해 틈틈이 걸었더니 상당한 효과가 있어 지금은 거동에 별 불편을 못느낀다, 숲길걷기가 치료인것 같다”며 “도심에 이만한 숲길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복이다”고 했다.
 도심 슬럼화 현상을 보이던 폐철도 부지에 철길숲이 조성되자 주변 분위기가 변했다.
 포항의 도심은 지난 100년 간 철도에 의해 동·서로 단절됐다. 포항역 이전으로 숲을 조성하자 도심이 하나가 됐다.
 포항시는 환경개선에 나서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야간에는 조명시설로 분위기를 밝게 했다.
 건강과 여가 선용을 위해 철길숲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커피숍, 식당 등 상가가 들어섰다.
 동네문화가 확 달라진 것이다. 산책하다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철길숲 인근에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은 “칼국수, 비빕밤이 주된 메뉴인데 철길숲 이용자나 직장인들이 틈틈이 가게를 찾기에 생각보다 장사가 잘된다”며 “철길숲 조성은 주변 상권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주변의 커피 가게도 같은 반응이다. 철길숲으로 환경개선 및 도시재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 안나경 그린웨이추진단 녹지정책팀장은 “예전에는 소음과 불법 경작 등으로 철도 주변 지역이 많이 낙후됐으나 철길숲 조성으로 환경이 깨끗해져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건강과 삶의 여유를 찾고 있다”고 했다.
 
 △ 초록골목과 연계해 도심 전체 공원화
 철길숲의 상당 구간이 시멘트 또는 아스팔트로 포장됐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는 특성상 오래 걸으면 피로하다. 특히 관절이 좋지 않은 노년층은 흙길에 비해 무리가 따른다.
 도심속의 자연공간인 철길숲이 인공인 시멘트가 아닌 자연의 흙으로 조성됐으면 하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철길숲 준공식에서 만난 60대의 한 시민은 “철길숲이 다 좋은데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많아 옥의 티”다며 “흙을 밟기 힘든 세상에 녹지공간인 철길숲이라도 흙길로 조성됐으면 인간과 자연이 더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포항시도 이를 인정하면서 비가 오거나,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을 경우 흙길이 불편해 시멘트 또는 아스팔트로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포항 철길숲은 서울 경의선 숲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전북 군산시 등이 벤치마킹을 왔으며 2016년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걷기대회 참가자 및 방문객이 무려 30만명이다.
 포항 철길숲 특성은 △폐철도 부지 활용 △도심속 자연공원으로 접근성 용이 △일일 4~5만명 이용 △저비용 고효율의 도시 환경개선 및 재생사업이다.
 포항시는 철길숲을 중심축으로 인근 주민들이 참여하는 초록골목가꾸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체의 모든 부문에 모세혈관이 뻗쳐 있듯이 철길숲 구간인 효자동에서 대이동, 양학동, 우현동 등 6개동에 소규모 녹지공간 조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집과 사무실을 나서면 어디든 공원으로 도심 전체의‘공원화’이다.
 또 철길숲의 관리와 보완에 대해 주민들과 의논키로 했다.
 철길숲이 행정과 시민 간 소통의 작품이었듯이 향후 관리와 발전에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하영길 시 환경녹지국장은 “철길이 도시재생으로 도심의 숲이 됐다. 포항 철길숲은 시민의 건강, 소통, 문화와 일자리 창출의 공간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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