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기적의 주인공들이 맞붙는 ‘미라클 매치’라 불러도 좋을 성 싶다. 대회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명승부가 준결승 2경기에서 펼쳐졌고, 나란히 기울어진 승부를 믿기지 않는 뒷심으로 뒤집어 역전승을 거둔 팀들이 마드리드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오는 6월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클럽들이다. 11년 만에 EPL 클럽들 간의 결승전으로 관심을 모으는데, 주인공은 토트넘과 리버풀이다.
2019년 5월8일(이하 한국시간)과 9일, 온 우주의 기운이 2개의 축구 클럽에 집중됐다. 먼저 혜택을 받은 팀은 리버풀로, 리오넬 메시라는 슈퍼스타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스페인)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지난 2일 캄프 누에서 펼쳐진 1차전 결과가 3-0 바르셀로나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불리던 빅매치는 김빠진 사이다 느낌을 줬다. 리버풀 역시 안방인 안필드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이는 팀이지만, 바르샤를 상대로 3골차를 뒤집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었다. 그러나 둥근 축구공이 예상을 비웃으며 럭비공처럼 튀었다.

리버풀은 8일 오전 홈 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4강 2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전반 7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오리기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희망의 불씨를 지핀 리버풀은 후반 9분과 11분 잇따라 터진 바이날둠의 연속골로 불을 키웠고 후반 31분 오리기의 마침표와 함께 ‘안필드의 기적’을 완성했다.
리버풀에 내려앉았던 우주의 기운은 이튿날인 9일, 토트넘으로 옮겨갔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대회 4강 2차전에서 홀로 3골을 터뜨린 모우라의 활약을 앞세워 3-2 승리를 거뒀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의 0-1 패배 스코어를 더해 합계 3-3이 된 토트넘은 원정 다득점에 힘입어 결승에 올랐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을 패하고 네덜란드 원정길에 오른 토트넘으로서는 암울한 흐름으로 빠지던 경기였다. 아약스가 전반 5분 데 리트의 선제골, 전반 35분 타디치의 추가골을 넣으면서 2-0까지 앞서 나갔다. 합계 스코어가 3골로 벌어졌고 아약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까지 고려할 때 토트넘의 결승행은 물거품으로 보였다.
그런데 후반전 들어 놀라운 반전 드라마가 작성됐다. 시즌 내내 조연에 가까웠던 모우라가 후반 10분과 13분 연속골로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한 뒤 추가시간 극적인 마침표까지 찍으면서 토트넘 원정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종료 휘슬과 함께 포체티노 감독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 울었을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올라 첫 우승에 도전한다. 손흥민 역시 커리어 첫 번째 꿈의 무대 파이널 진출로, 한국인으로는 박지성에 이어 두 번째다. 새로운 이정표 앞에 서 있는 손흥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