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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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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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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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남실바람이 아카시아 향기 한 아름 부려놓고 지나가는 5월의 밤, 송홧가루 날리는 대지위로 쏟아져 내린 달빛이 안개처럼 흥건하다. 산 너머 영마루에 올라서면 손에 닿을 것 같은 저 달과 지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걸까?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한시도 쉬지 않고 꼬박 10년 반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머나 먼 거리에 있다. 1969년 7월, 플로리다 우주기지 근처에 몰려든 백만여 명의 인파와 전 세계에서 7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아폴로 11호가 불꽃을 내뿜으며 달을 향해 순조롭게 발사되었다. 하지만 광활한 우주는 인류가 외계행성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아폴로 호는 지구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궤도를 이탈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폴로 호는 달에 무사히 착륙하여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였는데 그 이유에 대해 닐 암스트롱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 “멀고 먼 길을 곧게 갈수만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목표한 곳에 도달한 사람들이 언제나 바르고 곧은길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제가 우주 비행을 통해 깨달았던 것은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은 늘 이탈의 반복이었습니다. 다만 궤도를 벗어날 때마다 수정했을 뿐입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탄핵의 혼돈 속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비장한 각오로 출발한 문재인 정권이 어느덧 2년을 지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주었던 일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요원해지는 북한비핵화와 더불어 최근 미사일 도발로 인해 안보불안은 가중되고, 천문학적인 세금을 퍼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최악을 기록했다. 소득주도성장의 밑거름을 만들기 위해 급격하게 인상한 최저임금은 오히려 더 큰 사회. 경제적 부작용을 낳았고, 독일도 후회하고 있는 탈 원전 정책을 성급하게 시행하여 미래의 에너지수급 불안정과 함께 국내 원전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세계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원전 수출 길을 사실상 막아 국가적 퇴행의 길을 자초하였다. 인재등용은 편향된 코드인사로 일관했고,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아래 과거만 끊임없이 들추어내고 통합은 등한시한 나머지 국민들은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하게 분열되어 반대진영에 적개심마저 드러낸다. 외교는 또 어떠한가? 미국과는 동맹의 형태만 유지할 뿐 이미 마음은 떠난듯하다. 트럼프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 그들을 공짜로 방어해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만 봐도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밉지만 함께 가야할 일본과는 거의 단교와 다를 바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참으로 탄식을 금할 수 없다.
국가지도자로서 갖추어야 될 여러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확한 현실인식과 통찰력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과 맥락을 짚어내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훌륭한 지도자는 결과가 나쁠 때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성공했을 때에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찬사를 돌린다. 그러나 이 정권은 독선과 아집에 빠진 채 어떤 일이든 지간에 창밖만 내다보며 전정권탓, 남탓만 한다. 지도자의 자리는 자신의 신념과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의 자리가 아니다. 자신을 쳐서 국가를 위해 내던져야 하는 헌신의 자리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자리가 아니라 다수의 목소리를 융합하여 최선의 길로 유도해야하는 자리이다.

대한민국 호의 목적지는 자유민주주의를 굳게 지키며 통일을 이루고, 더 부강하고 더 강한 나라를 만들어 자손만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6.25전쟁이후 폐허의 잿더미위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호는 70여 년간 그 길을 꿋꿋하게 달려왔다. 그런데 작금의 시국을 보면 그 궤도에서 무언가 이탈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틀린 길일수록 열심히 뛰면 더욱 멀어진다. 이젠 원로단체를 비롯한 국민들의 우려와 길거리로 나선 야당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가지고 들어봐야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건 혀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귀를 내미는 것이다. 정말 이대로 남은 임기 3년 동안 계속 같은 길을 질주할 것인가? 우주선의 항로는 첨단기기가 가르쳐주지만 정치지도자의 길을 바르게 인도하는 것은 쓴 소리를 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이다. 그러므로 국민을 다스리되 그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먼저 자신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비자는 지도자의 도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큰 산은 흙과 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다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높음을 이루었고, 넓은 강과 넓은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토록 넉넉해진 것이다”라고.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들이 법정에 서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우주비행사 3인이 머나 먼 길을 가는 동안 궤도를 끝임 없이 점검하고 수정해 임무를 완수하고 지구로 귀환했을 때 그들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 정권이 끝난 후에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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