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할 사람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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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할 사람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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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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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수/편집국장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가야지.”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어머니 말이다. 커서도 어머니의 이 말 중에서 “학교 가야지”만 빠지고 늘 같은 소리를 듣곤 했다. 세월이 한참 지나자 아내가 애들에게 이 소리를 반복했다. 그리고 보면 사람 사는 일은 되풀이되나 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각기 제 일터로 나가는 것. 이건 우리네 일상사다. 그 일상사가 어긋날 때는 예삿일이 아닌거다. 어젯밤 잠자리에 든 사람이 아침이 되어서도 일어나지 못한다든가, 일어나서도 세수하고 몸단장할 생각은 않고 도로 누울 자리를 찾는다든가, 잘 먹던 밥을 못 먹는다든가 하는 것 등은 일상에서 벗어난 일로 예삿일이 아니다.
 병이 들었든가 일자리를 잃었다든가 등으로 아무튼 큰일이 생긴 것이다. 일상이 톱니처럼 돌아갈 때는 내가 그 톱니의 하나인 양 여겨져 떨쳐버리고 싶고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내 스스로가 하나의 톱니임을 자각하고 그 톱니되어 있음을 고맙게 여기고 살아간다. 일상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고 할까.
 옛 중국의 어느 큰스님이 이르신 말이 있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이 어른 스님을 찾아와 물었다. “스님, 스님께서도 도를 닦을 때 공력을 들이십니까” “그렇다” “어떻게 공력을 들이십니까”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 자지” 그러자 질문을 한 스님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따지듯 다시 물었다. “그거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르다” 큰 스님은 그 스님에게 조용히 일러주었다. “사람들은 밥먹을 때 밥만 먹지 않고 온갖 것을 따지며 잠잘 때도 잠만 자지 않고 꿈속에서 온갖 생각을 일으키지” 그 스님은 큰스님의 가르침에 큰 감명을 받고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삼중 스님편저 `배고프면 먹고 졸리우면 자고’).
 배고플 때 먹고 잠오면 자는 일상사가 큰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려고 아둥바둥 노력하느라고 정작 배고플 때 못 먹고 잠자고 싶을 때 못 잔다. 무얼 위해 그러는 건지 생각해볼 일이다. `팔만대자경을 다 뒤져도 누울 와(臥)자가 제일 좋고 사서삼경을 다 훑어도 먹을 식(食)자보다 나은 게 없더라’는 말이 있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게 제일’이라는 사람들의 말도 있는 걸 보면 이 말들이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다. 먹고 자는 일, 이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생존요소다. 이를 어긋나게 하지 않는 일이 사람들이 할 일이라 예사 큰일이 아니다.
 도연명은 “인생의 최종 목적은 길(道)로 돌아가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최초의 문제는 의식(衣食)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사람사는 데 먹고 자고 일하는 게 기본이다. 기본이 충족되지 않으면 제대로의 삶이 영위될 수 없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힘을 쏟는 일이 바로 이 일이지 않은가.
 요즘 자고나면 듣는 뉴스가 잘난 사람들이 나서서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할 사람은 나요. 나를 믿고 밀어주시요” 소리다. 제각기 제 잘났다고 `날 좀 보소, 내 편이 되어주소’를 외쳐댄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행태가 내게는 문자 그대로 `그들만의 잔치’인 듯 비치니 이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너희들끼리 잘해 봐라’는 마음이 자꾸 드니 누가 나를 그런다고 나무라도 심드렁한 기분이다. 왜 그럴까. 그들의 언행에 귀 기울이지 않아서일까. 그러나 정작 큰 이유는 `누가 되든 나와는 상관없다’는 마음이 든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내가 뭐라 한다고 그들 귀에 들어가랴마는 나 같은 심정을 지닌 사람이 많다는 것도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할 말은 간단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잘 먹고 잠 편히 자게 함께 노력합시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이 말밖에 더 있겠는가. 잘 먹고 잘 자려고 못 먹고 못 자는 날들을 보낸대서야 되겠는가.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 한번 해 보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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