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불량성 빈혈, 왜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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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성 빈혈, 왜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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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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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맡은 사업장 간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얼굴이 창백한 직원이 있어 검진센터로 보냈으니 잘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수검자를 만나 예진하면서 살피니 정말 창백하고 많이 피곤해 보였다.
오후에 출장이 있어 임상병리사에게 “그 수검자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바로 연락 달라”고 말한 뒤 출장지로 떠났다.
4시쯤이었을까? 검진센터로 복귀하는 차량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 수검자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 빈혈 수치, 혈소판 수치가 너무 낮다는 내용이었다.
수치를 들어보니 면역력과 관계되는 ANC가 500/㎕ 미만이었다. ANC가 500/㎕ 미만이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 병실 격리가 권고되는 심각한 상태다. 혈소판 수도 20000/㎕ 정도였다.
혈소판 수는 보통 13만~40만/㎕인데 2만㎕ 이하로 감소하면 외상이 없어도 주요 장기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혈소판 수치 역시 심각했다.
필자는 즉시 사업장에 전화해 수검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빨리 3차 병원 응급실로 가기를 권했다. 수검자는 “조금 피곤한 거 빼고는 아픈 데가 없고 이틀 뒤 출국할 예정이라 내일 인천에 가야 하는데 꼭 응급실로 가야 하냐”고 했다.

다시 한 번 심각성을 설명하고, “진료의뢰서와 혈액검사 결과지를 줄 테니 꼭 내일 외래로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덧붙여 “오늘 밤에라도 열이 나면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수검자는 외래 진료실로 왔다. 수검자에게 “이 정도로 수치가 안 좋은데 몸에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했냐”고 물어보니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부인과 함께 아이를 돌보다 보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꼭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동창의 남편이었던 그 수검자는 결국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 받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 안에서 모든 세포의 모체가 되는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해 혈액세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따라서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가 감소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며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이다. 다량의 출혈은 드물지만 이 때문에 멍이 쉽게 들거나 잇몸 출혈, 코피, 점출혈, 얼룩출혈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혈액 내에 적혈구 감소로 인한 허약감, 피로감, 운동 시 호흡 곤란 같은 증상도 생길 수 있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과립구 감소로 인한 세균 감염으로 발열, 상기도 감염, 폐렴 등도 초래할 수 있다.
2년 정도 지난 후 겨울 어느 키즈카페에서 필자의 동창과 그 수검자가 아이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봤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을 보니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박한주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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