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위해 일어선 청춘들의 이야기
  • 이경관기자
독립 위해 일어선 청춘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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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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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관 기자의 공연산책]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신흥무관학교’ 공연 모습. (사진=육군, 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 모습. (사진=육군, 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 모습. (사진=육군, 쇼노트 제공)
‘신흥무관학교’ 공연 모습. (사진=육군, 쇼노트 제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엄혹한 시대, 봄은 오지 않았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 속에서도 우리 민족에게는 독립을 향한 뜨거움이 타올랐다. 매서운 추위 속, 오지 않을 것 같던 독립의 봄은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2019년 5월 푸르름이 싱그러운 신라 천년의 고장 경주에, 1907년 아프고 아팠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경주문화재단은 지난 17~19일까지 사흘간 4회동안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선보였다.
 19일 오후 6시30분 마지막 공연을 직접 찾았다.
 ‘한수원 프리미어 콘서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에는 3000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특히 이번 뮤지컬은 육군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인 만큼 육군 소속 많은 군인들이 관람을 위해 경주예술의전당을 찾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공연장에 설치된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직을 찍고, 비치된 공연 팜플렛을 읽으며 공연에 기대하고 있었다.
 오후 6시30분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암전됐다.
 “대의가 있는 곳에서 죽을지언정, 구차히 생명을 도모하지 않겠다”(이회영의 말 中)
 1907년, 일제는 헤이그 특사 파견을 구실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되자 거리는 이에 항거하는 유생들의 시신으로 뒤덮였다. 이회영과 이상룡을 필두로 한 민족지도자들은 신분을 막론하고 백성이 주인 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망명행렬을 잇고, 서간도에 독립운동과 항일 투쟁의 근간이 된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만주에 설립돼 무관을 양성한 독립군 양성학교 신흥무관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청산리 전투부터 일본의 패망까지를 담고 있었다. 특히 극은 신흥무관학교 생도로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4명의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죽어도 죽지 않는다’ 中)
 노비였던 ‘팔도’는 자신을 방면한 이회영을 따라 독립운동의 길에 함께했다. 유생이었던 아버지의 허망한 죽음을 목도한 ‘동규’는 시인의 꿈을 접고 이상룡과 함께 서간도로 갔다. 홍범도 부대 근처에 살던 ‘나팔(은옥)’은 나팔수가 되기 위해 여성임을 숨기고 서간도로 떠났다. 이회영과 이상룡은 마적단에서 자란 ‘혜란’의 도움으로 서간도에 신흥학교(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신흥무관학교 생도가 된 동규와 팔도, 나팔과 혜란은 고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금란보에 평생의 우정을 맹세하며 즐겁게 훈련에 매진, 독립군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시인을 꿈꿨지만 유생 아버지의 죽음으로 독립군의 길을 걷게 된 ‘동규’와 노비 출신으로 일자무식이지만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씩씩한 군인으로 성장하는 ’팔도’의 우정은 극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요 스토리였다. 신흥무관학교 생도이자 ‘나팔’로 활약하는 남장여자 ‘은옥’과 남몰래 나팔을 좋아하는 ‘혜란’의 엇갈린 사랑은 조국 독립이라는 대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순수하게 그려냈다. 일본육사에서 최고의 군인이 됐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한 군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나서는 ‘지청천’과 ’김경천’은 엄혹한 사회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놨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졌다.
 ‘데라우치’와 ’이완용’은 신흥무관학교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계략을 꾸몄고, 신흥무관학교의 하루하루는 혹독한 생존의 연속이었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더욱 풍성하게 했던 것은 다양한 무대장치의 활용에 있었다. 무대 가장 안쪽에 스크린을 설치, 조명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이끌고 큰 두 벽을 중심으로 하는 회전무대를 활용해 신흥무관학교 등을 표현했다. 다양한 색감과 독특한 조명 역시 비장했던 그들의 전쟁과 독립운동을 더욱 절절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역동적인 아크로바틱 동작과 칼군무가 절도있게 다가와 독립을 향한 이들의 강인한 정신이 느껴졌다.
 ‘동규’를 연기했던 고은성의 깊은 감성 연기와 ‘팔도’로 분했던 조권의 생기발랄하면서도 뜨거운 우정을 가진 강인한 모습은 극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마지막 회차 ‘지청천’으로 분했던 김성규는 카리스마가 넘쳤고 남장여자 ‘나팔’로 분한 이태은은 중성적인 느낌을 잘 표현했다. ‘혜란’을 연기했던 신혜지는 순수 그 자체였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영민(33) 씨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격변의 시대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 청춘들의 이야기였다”며 “배우들의 열연과 다양한 무대장치, 극을 압도한 뮤지컬 넘버 모든 것이 좋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람객 오선희(48) 씨는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와 허구가 만나 만들어진 이야기여서 그런지 실감났다”며 “함께 본 아이들도 나라를 위해 싸웠던 선조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육군이 제작한 의미 있는 뮤지컬”이라며 “이런 의미 있는 뮤지컬을 경주문화재단과 한국수력원자력의 협약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수원 프리미어 콘서트’의 일환으로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경주문화재단은 지역민들을 위해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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