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수확대와 ‘살라미 전술’
  • 손경호기자
국회의원 정수확대와 ‘살라미 전술’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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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국민 여론 의식해
先 패트강행 後 의원수 확대
‘사기극’비난 자업자득 결과
국민 우롱하는 정치권 행태
선거법 반대로 제동 걸어야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21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20년 4월 총선의 가장 큰 화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태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통과여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정당 득표의 50%를 연동시키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국회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고, 연동률을 50%로 하다보니 제도 설계가 복잡해져 의석 계산 방식이 수학공식처럼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001명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한 패스트트랙 지정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반대 47%, 찬성 35%, 의견 유보는 19%로 나타났다. 지역구 의석은 현재 253석을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전체 의석수를 현행 300석보다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72%, 찬성 17%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민들은 현재 여야 4당이 추진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비례대표 의석을 증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반면 한국당이 발의한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고 지역구 의석으로만 270석으로 해 전체 의석수를 10% 줄이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찬성이 60%, 반대가 25%, 의견 유보가 15%로 찬성 입장이 더 높았다. 사실상 국민들이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 의원을 선호하고, 국회의원 증가에 대해서는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반감은 사실상 정치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이‘패스트트랙’일주일 만에 의원 정수 확대론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 4당의 합의안과 달리 전체 의석수를 330석 안팎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례대표가 늘어 지역구가 줄어들면 호남 등 농어촌 지역구가 축소돼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이유다. 물론 대구·경북지역도 지역구 감소가 불가피하다.
여야 4당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몸싸움까지 하며 패스트트랙 지정에 ‘올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해 현행 의원 정수로 법안을 상정한 뒤, 의원정수 확대 주장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선(先) 패스트트랙, 후(後) 의원 정수 확대라는‘꼼수’를 펼친 것이다. 이는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살라미(salami)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살라미’는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다.
이렇게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의원 정수 증원을 주장하면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려는 정치권의 꼼수에서 시작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정치권은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법 개정안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텃밭 지역구 축소를 감내해야 하고, 금과옥조처럼 주장하며 몸싸움까지 해 상정한 법안을 반대하자니 후폭풍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진퇴양난 상황이다. 여야 4당 내에서 지역구 축소·변경지역 의원이 패스트트랙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의원정수 확대는 반드시 막을 필요가 있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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