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지난 27일 현재 지진 피해 소송 참여자가 1만28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1, 2차 접수에서는 1000여명에 불과해 소송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았지만 지난 3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인재(人災)라는 정부조사단의 발표 후 1개월 만에 1만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아직 소송을 접수하지 않은 예비 참여자를 포함하면 총 지원자 수는 1만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범대본은 전망하고 있다.
포항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흥해읍 인구가 약 5만 명임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 이상이 소송에 참여한 셈이 된다. 법적 다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흥해읍민을 포함해 포항시민이 이처럼 대규모로 소송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이 그만큼 컸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앞에서는 피해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립서비스를 해놓고선 뒤돌아서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니 포항시나 주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그동안 비판 발언을 자제해오던 이강덕 시장이 정부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지난 28일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대구·경북중견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포항지진 관련 정부 부처가 산업자원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으로 분산돼 있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어 포항 시민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고 토로했다. 이 시장은 또 “포항 시민의 42%가 트라우마를 겪었고, 6만3000여건의 물적 피해와 5000여명의 인구 감소, 부동산 가격 폭락, 기업유치 실패 등 경제적 손실이 14조원 이상”이라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국가가 직접 나서 해결할 생각을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치권도 ‘오십보 백보’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과 피해지원을 위한 추경안 심사와 국회 통과가 한시가 급한데 포항시민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도 아랑곳없이 정쟁놀음에 여념이 없다. 이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안전과 재난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지진특별법 제정에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치권에 대해 지진특별법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를 호소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폭발 일보 직전에 있는 포항시민의 분노를 가벼이 여기면 큰코다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번 지진 관련 처리 결과에 따라 보수 텃밭 포항민심이 요동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보-보수 어느 쪽이나 포항은 기회의 도시이자 응징의 도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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