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9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지난 21일 회동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특히 이들의 회동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양 원장에 대한 엄호에 나서고 한국당 역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양측의 날선 공방전이 이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찬회동에 대한 한국당의 반발을 (강효상 의원 기밀유출 사건 등) ‘물타기’라고 규정하면서 역공을 취했다. 만찬회동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MBC 통일방송추진단장인 김현경 기자가 전날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히자 대대적인 반격을 펼치는 양상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서훈 원장과 양정철 원장의 사적 만남을 빌미로 황교안 대표의 군대실언, 강효상 의원의 국가기밀 유출사건을 물타기하지 말기 바란다”며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선거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을 지나치게 과도한 상상력과 음험한 상상력을 동원해 어마한 일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국민은 그렇게 무모한 상상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방식으로 세상을 보려고 하는데 과거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참으로 이 정권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며 “이 정권은 이미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차단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양정철 원장 역시 기자들과 만나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무슨 총선 얘기가 오갈 수 있느냐”고 재차 해명했다. 그는 “(만약 총선 얘기를 했다면) 언론인이 기사를 안 썼겠느냐”면서 “상식적으로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세를 한층 끌어올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정원장과 최고실세 총선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선거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서훈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 “엄청난 논란 속에서 우리가 들은 말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언론을 향한 날선 공격과 동석했다는 기자의 장황한 설명뿐”이라며 “왜 정보 기관장의 부적절 만남에 대한 해명을 대신 들어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당 선거전략을 설계하는 민주연구원장이 여론을 움직이고 선거를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닌지, 정치 퇴보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초라한 성적, 역대 최악의 국정원장이 이제 정치관여까지 나서 내년 총선이 정말 우려된다”며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비호나 지지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꼭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서 원장이 국내 정보 기능이 없어 본인이 해야 한다며 여권 유력 인사와 언론인을 만난다는 건 어불성설이자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