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대욱기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대욱기자
  • 승인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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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의 학자금 대출
대신 갚겠다는 미국 억만장자
빌게이츠·워런버핏 기부클럽
모인 금액만 이미 수백조원
탈세·세습·갑질만 떠오르는
한국부자들 생각해봐야 할 때

[경북도민일보 = 김대욱기자] 최근 미국의 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던 억만장자가 졸업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이 억만장자가 갚아주게 될 돈은 졸업생 430여명의 학자금 대출 약 4000만달러(약 477억원)다.
그는 기술 투자 회사인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스의 CEO 로버트 F 스미스(56)씨로 자산은 약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교인 코넬대에 50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자선 사업에 앞장서 왔으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해 만든 기부 선언에 서명하며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하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는 이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억만장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억만장자보다는 오히려 행상 등 평생을 어렵게 일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일반 시민들이 우리 나라에는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내고 자식들에게 재산을 잘 물려줄수 있는지 궁리하기에 바쁜 것 같아 보일 때가 많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비단 앞서 밝힌 로버트 F 스미스 씨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같은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거의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뿐만아니라 이 두 사람이 만든 기부 서약 클럽에 많은 부자들이 참여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는데 모인 금액도 수백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를 보면서 미국 사회가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의 많은 병폐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왜 건강하게 유지되는지 수긍이 갔다.
그들은 비록 승자 독식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하더라도 기부 등을 통해 승자가 패자와 약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원래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하는데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고 이같은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왜 로마가 서양문명을 대표하는 대 제국을 건설했는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미국도 이런 로마의 전통을 이어받아 부호들이 재산을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든 자신과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부호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심화되면서 점점 더 이런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경주 최 부자집 가문의 육훈(집안을 다스리는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 최 부자집 가문은 조선시대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300년 동안이나 부를 유지한 가문이다. 최 부자집 가문의 육훈 중에는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지금 우리나라 부호들의 행동과 크게 비교된다. 우리나라 억만장자들이나 부호들에게 말하고 싶다. 재산을 모아 자신과 자기 가족들을 위해 쓰는 것도 좋지만 남을 위해 쓰는 것도 큰 보람이 있다는 것을. 또 세상에 태어나 베푸는 기쁨도 한번 누려 보라고 말이다.
그러면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담을 무색케하며 12대 300년에 걸쳐 부를 유지한 경주 최 부자집 가문처럼 복을 받을지도 모른다. 김대욱 편집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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