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경북도민일보
분노사회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우리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은 딱 두 가지로 나뉜다.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이다. 내면세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사람의 속마음이고, 외부세계는 우리가 행위의 대가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 두 세계가 다른 점은 내면은 자기 자신이 행위의 주체이고 어떤 대상에 대해 구별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에 대한 작용이나 반응을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외부세계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며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고 예측불가능하며 돌발적인 변수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세상살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외부세계에 대해 능동적이며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닥친 문제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지고 반응하며 통제하고 대처하느냐만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내면의 자아가 처리할 일이다. 그런데 문젯거리에 대한 이 반응과 통제, 대처능력은 인생의 거의 모든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한다. 예를 들어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절망하여 주저앉고, 어떤 사람은 훌훌 털고 일어나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똑같은 일을 두고 어떤 사람은 불같이 화를 내어 한 순간에 인생을 재로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유연하게 받아 넘겨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분노를 잘 참지 못한다. 정치얘기를 하다가 지지하는 세력이 다르다고 주먹다짐을 하고, PC방에서 종업원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흉기로 살해 하는 등 충동분노에 의한 사건사고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반사로 일어난다. 분노는 말과 행동이 돌발적으로 격렬하게 표현되는 감정으로서 분노조절장애로 매년 만여 명이 심리치료를 받으며, 2018년도 한 해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 가운데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이 4백 건에 달했다고 한다. 쉽게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하는 다혈질 타입과,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분노 표출이 효과적이었던 과거경험을 통해 습관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이다. 어떤 경우이든 분노는 그 자체로 해악이다. 가족에게 발한 분노는 가정을 깨뜨리고, 집단의 분노는 사회를 파괴시키며, 지도자의 분노는 국가를 파멸시킨다. 히틀러가 세계 2차 대전에 패배한 결정적 원인도 그가 쉽게 분노하는 불같은 성격 때문이었다고 한다.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작전을 감행하자 주력부대를 그쪽으로 빼돌려 상륙을 저지해야 했지만 부하들은 잠든 히틀러를 깨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다가 방어시점을 놓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독일은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분노는 또한 그 대상에게만 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분노를 담고 있는 그릇인 자신에게 더 많은 해를 끼치는 독(毒)이다. 의학자 엘미게이스는 사람의 숨결을 채집 후 압축 냉각하여 액화시키면 감정상태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특히 화가 난 상태에서 내뿜는 거친 숨결을 액화시키면 밤색이 되는데 이 액체의 극미량을 흰쥐에게 주사하면 대부분 30초안에 죽을 정도의 무서운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화를 낼 때 혈류가 뇌로 급격하게 몰려 뇌손상을 유발하며, 심장을 비롯한 오장육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밝혀냈다. 그래서 예부터 분노한 어미의 젖을 먹은 아이는 설사를 하고, 자주 싸우는 집안의 메주가 검게 썩으며, 가족들은 병이 잦고, 늙으면 반드시 노망(치매)이 온다고 하였던가 보다. 그러므로 화는 숫돌에 칼을 가는 것과 같다. 갈면 갈수록 칼날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화를 낼수록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난다. 결국에는 자꾸 갈아 너무 얇아진 칼날 끝이 듬성듬성 빠져 못쓰게 되듯이 자신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관계가 파괴되어 곁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품성은 자꾸 악해질 것이며, 화를 낼 때 발생하는 독소로 인해 몸은 병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화를 안낼 수는 없을까? 그럴 수는 없다. 인간은 이드(id)적인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다. 내면세계를 가꾸어 즉각적인 반작용을 줄이고 이성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분노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가라앉은 후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사실이다. 분노에 의해서 자신을 망치고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이 화를 내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해 보라! “분노의 바람이 그 사람의 인품과 지성을 꺼뜨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