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발견자' 에밀 타케 신부의 자취를 좇다
  • 이경관기자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발견자' 에밀 타케 신부의 자취를 좇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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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육가인 정홍규 신부
책 ‘에밀 타케의 선물’ 출간
환경·인간에 대한 고민 기록
정홍규 지음/다빈치/272쪽
정홍규 지음/다빈치/272쪽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최근 출간된 ‘에밀 타케의 선물’은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인 정홍규 신부가, 120여년 전 이 땅에 왔던 프랑스인 선교사 에밀 타케 신부의 자취를 탐사하며 자연과 창조, 생태와 영성, 환경과 인간에 대해 고민한 기록이다.
 에밀 타케 신부는 24세 때인 1898년 조선에 와서 55년간 선교활동을 한 후 1952년, 79세의 나이로 대구에서 선종했다. 그는 부산본당(현 범일성당), 진주본당, 마산본당(현 완월동성당), 제주의 하논성당과 홍로성당(현 서귀포성당), 목포 산정동성당 등의 주임신부를 거치며 선교활동을 했다. 그중 제주에 머물렀던 13년의 기간 동안 1만점 이상의 식물 표본을 채집하여 유럽과 미국, 일본의 식물학자에게 보냈다. 그 가운데에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의 표본도 있고 구상나무 표본도 있다. 식물학에 대한 타케 신부의 공적을 기려 학명에 타케티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갯취, 한라부추, 겨이삭여뀌, 섬잔대 등 125종이나 된다.
 타케 신부는 같은 임무를 띠고 일본에 파견된 선교사 포리 신부에게 제주 왕벚나무를 보냈고 그 답례로 온주 밀감 14그루를 받았다. 이 온주 밀감 14그루는 지금의 서귀포 감귤산업이 자리 잡는 밑바탕이 됐다.

 필자는 타케 신부의 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타케 신부의 자취마다 굵디굵은 왕벚나무들이 아름드리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타케 신부는 제주의 자생 왕벚나무를 세계 식물학계에 최초로 보고했던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아름답게 피는 벚꽃 아래 더 이상은 ‘일본의 그늘’을 만들지 말라고 위로할 뿐만 아니라 다녀갔던 자리마다 남긴 왕벚나무를 통해 자신의 손길을 아직까지 느끼게 한다.
 필자인 정홍규 신부는 에밀 타케 신부의 삶에서 생태와 영성, 식물과 신학의 만남을 보았다.
 생태학의 기본 법칙은 ‘모든 것은 모든 것과의 관계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창조물을 통해 신성을 감지한다. 신은 저곳에 있지 않다. ‘신은 만물 속에, 만물은 신 안에’ 있다. 그러므로 ‘생태영성’은 내적으로는 나 자신과, 관계의 차원에서는 우리의 이웃들과, 생태의 차원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영성적으로는 이 모든 차원들과 평온한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온전한 조화는 우리를 탐욕이나 소비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좀 더 단순한 녹색 삶’을 지향하는 선을 세상에 퍼뜨리게 한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요소는 한국 초기 천주교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다. 흔히 이재수의 난, 혹은 제주민란이라고도 부르는 1901년(신축년)의 민중 봉기를 필자는 종교 문제로 인한 사건이라는 뜻에서 ‘신축교안’이라고 부르고, 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났는지 여러모로 고찰한다. 또한 모든 근대 학문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싹을 틔울 수밖에 없던 한국의 식물학과 그 주도자들의 친일 실상 발견에 대한 고백도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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