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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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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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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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골든 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 최근 며칠 사이 나온 자유한국당 핵심 당직자들의 막말이다.
한국당 소속 핵심 당직자들의 막말 퍼레이드가 이어지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삼사일언(三思一言)을 주문했다. 삼사일언,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가지 말을 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의 경고를 무시하듯 곧바로 한선교 사무총장의 기자를 향한 ‘걸레질’ 발언까지 나오며 막말이 끊이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막말 발언으로 취급받는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악의적 의도가 없는 발언들에 대해 ‘막말 프레임’으로 비난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의 핵심당직자들이라면 ‘막말 정당’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어지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본인들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해 당 이미지에 손해를 끼치고서도 막말 프레임으로 몰고가 억울하다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악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우선 잘못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학자인 성대중(成大中, 1732~1809)의 ‘청성잡기’ 質言(질언)에는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번잡하고, 마음에 주관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거칠다(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 “화는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기고,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禍生於口 憂生於眼 病生於心 垢生於面)”는 글이 실려있다.
이러한 해당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천 배제 등 막말 논란 당사자에 대해 엄한 징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당은 세월호 사건 관련해 ‘징글징글하다’라는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이러한 솜방망이 징계로는 이 막말을 막을 수 없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해진다. 바로 다언삭궁( 多言數窮)이다. 노자의‘도덕경(道德經)’ 제5장에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속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는 구절에서 나왔다. 노자는 제23장에서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希言自然)”고 한 것을 비롯 ‘도덕경’의 여러 장에 걸쳐 ‘말이 많은 것(多言)’을 경계했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속담과 같은 맥락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법이다. 따라서 말이 많은 것보다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다.
현대경영학을 창시하고 체계화한 미국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정치인들은 ‘막말 프레임’이라고 억울해 하기 전에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할지를 우선 고민해봐야 한다.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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