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라이프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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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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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재의 馬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말의 자연 수명은 대략적으로 25세 전후로 알려져 있지만 영국의 Old Billy라는 말은 62세(1760~1822), 프랑스의 조랑말은 54세, 호주의 더러브렛종 말은 42세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말 사육 중에 사고 발생 시 보상액 산정과 관련하여 말의 자연 수명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암말은 태어나서 12~15개월이 되면 성적으로 성숙하지만 통상 2세경에 사춘기에 도달하고 일반적으로 3세까지는 교배를 허락하지 않는다. 암말은 계절번식 동물로서 해가 길어지는 시기인 이른 봄부터 초 여름까지 약 4~5개월 기간동안 임신이 가능하며 발정은 3주(21일) 간격으로 반복된다. 짝짓기에 성공하면 망아지는 엄마의 뱃속에서 사람보다 긴 평균 11개월동안 자란 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말의 출산은 대개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일어난다.
이는 말의 짝짓기(다른 동물에 비해 교배시간이 매우 짧음)에서와 마찬가지로 야생에서 종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말의 본능이라 생각된다.
망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사람을 거부하지 않고 순종하기 위한 전기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약 4개월이 지나면 이유(젖떼기)를 한다. 이후 후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목적하는 용도에 맞게 말을 훈련시킨 후 경주말은 경마장으로 입사하여 경주말로 대비하게 된다.
경주말로 대비하지 못한 말은 승용말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경주말을 생산하고자 하는 경우 말의 라이프사이클을 살펴보면, 먼저 우수한 씨수말(한화 약 35억원 내외)과 씨암말을 확보한 후 교배를 통해 임신을 유도해야 한다.
국내에서 경주말의 수태율은 약 93~95%이지만 임신기간 중 유·사산 등으로 인해 소실되어 실질적인 출생율은 약 75% 전후이다. 경주말의 번식을 목적으로 말을 사육할 시 사육하는 모든 말이 임신하여 망아지를 출생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가령 망아지가 정상적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태어난 망아지 모두가 경주말로 대비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경주말로 대비하는 비율은 약 70% 내외이다.
말 한 마리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나 소요되는 시간과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메스컴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경주말의 가격에 혹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경주말을 생산하고자 하는 자는 이러한 환경을 잘 파악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승용말의 생산에 관심이 많지만 승용말의 경우도 경주말과 유사한 실정이다. 승용말의 경우 태어나 본래의 목적인 승용말로써 활용하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또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말의 활용연한은 정상적인 경우 경주말은 통상 3세부터 7세까지, 승용말은 15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처럼 말도 반려동물 혹은 레저동물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말은 소유주에 따라 사육환경이 천차만별이다.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말도 너무 많다. 그래서 말에 고통을 주지 않고 최상의 상태에서 사육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인 말의 복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사육환경이 열악한 승마장에서의 학생 체험승마나 관광지의 마차에 이용되고 있는 말의 경우 더욱 심각한 실태이다.
또한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말고기의 경우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말고기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말고기용 전문 말로부터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대개 퇴역한 경주말 혹은 건강하지 않은 말의 고기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단백질 공급원의 하나로써 말고기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말고기 생산용 전문말을 사육해야 하고, 생산된 말고기는 해썹(HACCP) 혹은 생산이력제 등의 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말고기의 유용성을 알리고 사육농가의 소득 창출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말의 일생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장수하는 말도 있지만 사고나 질병 등 다양한 모습으로 단명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었던 말이 남은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기 위한 웰다잉 프로그램도 요구되고 있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없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마음껏 뛰어 놀고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말의 복지 증진과 웰다잉을 위한 정책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친 말에게 동반자이자 가족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최근 들어 국내의 말산업이 다소 의기소침하고 있지만 앞으로 국민소득 및 삶의 질 향상에 맞쳐 말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
말의 라이프사이클이 다른 동물에 비해 길기 때문에 투자 후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같은 말산업의 현실을 잘 파악해서 앞으로 말관련 사업을 고민하는 사람은 말산업에 관한 정보를 국내외에서 많이 보고 듣고 마지막에는 자신 스스로가 판단해서 올바른 길로 들어서기 바란다. 조길재 경북대학교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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