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靑年)들도 죽고 싶지는 않다
  • 모용복기자
청년(靑年)들도 죽고 싶지는 않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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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감소추세에 20대만 ↑
삼포세대 어두운 단면이지만
자살시도자 37% “도움 절실
진짜 죽으려고 한 것은 아냐”
살고 싶어 보내는 구조신호
죽음과 마주한 꽃다운 청년에
사회적 지원·관심 더욱 필요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말 가운데 3대 거짓말이 있다.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과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 그리고 ‘노인이 죽고 싶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참 많이 변하다 보니 요즘은 이 말들이 거짓이 아닌 참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고 이런저런 가정사에 얽히기 싫어 혼자 사는 독신여성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첫째 참이요, 장사가 안 돼서 밑지고라도 팔아야 돈 구경을 하고 목에 풀칠이라도 하는 자영업이 수두룩한 게 두 번 째 참이요,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리다 못 해 처량하게 고독사 하느니 차라리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게 세 번째 참이다.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 거짓이라고 치부된 데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가 훨씬 이익이므로 당연히 좋은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대중의 암묵적인 공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노인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조차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12일 발간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24.3명의 자살률을 기록했다. 이는 그 전 해에 비해 5.1% 하락한 수치로 대부분 연령대에서 감소추세를 보였지만 유독 20대에서만 증가했다. 60, 70대 노령층의 자살률은 갈수록 감소하는데 반해 20대 청년층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그러면 이처럼 20대 자살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가 청년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값 등 경제적·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마저 미루는 이른바 ‘삼포세대’가 대표적이 예다. 20대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연령대가 살아가기 힘든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사망원인을 들여다보면 청년층의 자살이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령대별 사망원인 중 20대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0~19세는 30.9%, 20~29세는 44.8%, 30~39세는 36.9%였다. 10대와 30대 사망자 3명 중 1명이 자살이 원인이었으며, 20대는 2명 중 1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20대의 자살동기로는 정신적인 문제가 40%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22%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흥미 있는 사실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정말 죽으려고 한 사람보다 오히려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얻으려고 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시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34.8%만이 정말 죽으려고 했으며, 37.3%는 ‘도움을 얻으려고 한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시도자 2명 중 1명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론 죽는 것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2017년 자살 시도자를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5942명(21%)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40대 5482명(19.4%), 30대 5076명(17.9%), 50대 4184명(14.8%) 등이 이었다. 자살자 수와 자살률이 가장 높은 20대에서 자살시도자도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청년들이 실제로는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자살시도자 절반 이상이 주변에 구조신호를 보낸다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들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죽음은 노인이나 젊은이나 다 무섭고 가까이 하기 싫은 게 당연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겠나.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이다.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자살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은 나라 전체가 심각한 중병(重病)에 걸렸다는 증거다. 특히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죽는 게 죽기보다 싫지만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죽음의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이제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들이 보내는 구조신호를 포착할 레이더망을 촘촘히 엮어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신적, 경제적 긴급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주변의 작은 관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그들이 우리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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