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슬프나 끝은 장대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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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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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당대의 최고 아이돌 스타, 리스트
예술가를 영웅으로 숭배했던 시절이 음악사에서는 잠시 있었다. 19세기 낭만음악주의가 정점에 이르렀을 당시 천재적인 많은 음악가들은 최고의 인기인들이었다. 이때는 비르투오소(Virtuoso: 고도의 기교를 보여주는)적인 화려하고 눈부신 기교를 보여주며 그들의 천재성을 과시하듯 앞 다투어 유럽 곳곳에서 음악의 발전을 일구어내는 시기였었다.
악마의 바이올린리스트로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가 그 절정을 찍고 ‘사라사테’ ‘비니야프스키’, ‘사이델’, ‘빌헬미’ 등 당대 ‘비르투오소’ 연주자들로 전유럽에 명성을 날릴 시대였다. 특히 ‘리스트’는 피아노음악의 작곡자겸 연주자로, 피아노 음악의 파가니니로 비교될 만큼 당대 쇼팽과 함께 피아노 음악의 대표성이 있는 ‘비르투오소’ 연주자였다. 그래서 오늘은 당대 최고의 피아노 음악의 ‘비르투오소’라 불리는 ‘리스트’의 음악과 그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할까한다.
리스트(Liszt, Franz von, 1811~1866 헝가리)는 하이든의 후원자로 유명한 에스테르하지 공작 가문의 집사였던 아담 리스트의 아들로 태어났다. 음악을 즐기고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버지로부터 기초 음악교육을 받았고 9세 때 첫 연주회를 열어 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 오스트리아 빈으로가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에게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12세 때 공연한 독주회에서 ‘베토벤’에게 크게 인정을 받는다. 16세 때 영원한 후원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우울증으로 약 3년간 방황하다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듣고 힘을 얻어 제기에 성공한다. 그의 나이 20세를 전후로 당대 최고의 연주자 ‘파가니니’와 ‘쇼팽 등을 만나 친분을 맺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음악적인 역량을 키워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예술가를 영웅으로 숭배했던 낭만 음악시대에는 리스트는 살아있는 화신이었다. 뛰어난 용모와 상류층이 갖추어야했던 세련된 매너를 소유했던 그는 왕후와 교제할 정도로 여성들로부터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피아노의 ‘파가니니’, 피아노의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가는 곳곳마다 인산인해였다.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그는 연예계 슈퍼스타였다.
대표작품으로는 교향곡 ‘파우스트’, 교향시 제3번 ‘전주곡’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죽음의 무도’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장조, 피아노 협주곡 제2번 A장조  ‘헝가리 광시곡 19곡’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 피아노곡 ‘사랑의 꿈’ A♭장조 Op.64 등이 있다.

-비르투오소

리스트는 쇼팽과 더불어 피아노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다. ‘쇼팽’은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라서 감성적인 시인에 비유되는 반면, ‘리스트’는 눈부시게 화려한 테크닉과 폭넓은 색채미를 앞세우는 ‘비르투오소’적인 피아노 연주자겸 작곡자였다.  그는 피아노 연습곡이나 연주용 소나타를 위시하여 방대한 걸작들을 많이 남겼는데 ‘초절 기교 연습곡’과 같은 제목만 들어도 범상치 않는 ‘초고난위도’의 곡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비르투오소’ 피아노 연주자로 당대 유일무이했던 리스트로서는 자신만이 연주할 수 있는 어려운 곡으로 연주회를 할 때마다 파가니니처럼 청중을 한 번에 사로잡을 만한 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그가 작곡자이자 당대 최고의 명 피아노연주자였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리스트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감상해 볼 수 있다면 그의 작품이 여느 피아노 작품과는 차별이 있고 매우 어려운 피아노 테크닉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의 피아노연주자들은 흉내조차 낼 수없는 초인적인 테크닉을 구사하여야하지만 반대로 듣는 청중들에게는 감상하기 쉬운 대중성이 있다. 그가 만든 작품 중에서도 특히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은 고국 헝가리 민속음악을 최고의 경지로 탈바꿈시켜 민속음악을 세계만방에 알린 ‘헝가리 광시곡’이 있다. (광시곡: 다소 자유로운 형식을 갖춘 환상적, 기교적인 악곡으로 민족적 또는 서사적인 성격의 멜로디를 주제로 하여 자유롭게 템포를 변화시킨 곡으로서 ‘랩소디 Rhapsody’라고도 한다.)
-집시음악과 헝가리 광시곡
‘헝가리 광시곡’은 총19곡으로 만들어졌으며 각각의 민요의 편곡은 실로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헝가리의 민속음악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 옛날 사람들은 열광을 하고 현재에까지도 인기가 있을까? 그것은 바로 집시들의 음악이 원조이기 때문이다. 원래 집시는 인도의 북서부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방랑하는 민족을 말한다. 민족적으로는 인도와 유럽에 골고루 분포되어 살지만 특히 10세기 전후로 유럽의 발칸반도에 정착하면서 지금의 헝가리민족의 근간이 되었다. 방랑하는 집시들은 다른 정착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어서 이제 집시음악은 유럽 전역에서 축제나 음악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럽의 고유 음악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런 집시만의 음악적 특징을 리스트는 잘 살려 새로운 장르인 ‘광시곡’ 즉 ‘랩소디’를 만들어 큰 성공을 갖게 되었다. 그가 작곡한 헝가리 광시곡을 잘 감상해보면 19곡 모두 공통적으로 두개의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집시음악만의 특징이자 헝가리 민족성을 갖는 음악이라 헝가리출신의 리스트는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많은 작품이 집시음악과 헝가리 민속음악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광시곡의 구조를 보면 처음 시작에는 우울하면서도 비애감 넘치고 괴기하기도 하다. 그다음에 오는 구조는 느린 ‘라싼’(Lassan)하여 자유분방하고 정열적이고  점점 빨라지며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구조로 끝을 맺는다. 예를 들면 집시음악을 주제로 만든 바이올린 연주곡의 명작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시’를 감상해보면 슬프고 자유분방한 헝가리 집시음악의 스타일을 누구나 쉽게 느끼고 즐길 수가 있다.

-장대한 인생여정을 노래하는 헝가리 광시곡 2번
리스트의 ‘광시곡’ 중 무엇보다도 ‘광시곡 2번’은 집시음악의 특징들을 잘 나타내주는데 ‘헝가리 랩소디’ 19개 작품 중에서 대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리스트가 헝가리 민속음악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예술세계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 19곡 모두 감상하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을 것 같아 ‘광시곡 2번’을 먼저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이 작품은 장대하고 화려하다. 서주부는 느리고 슬픈 분위기의 음악이 흐른다. 후반부는 집시 특유의 선율로 빠르고 야성적인 음악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이국적인 춤곡으로 변하여 힘차고 장대하게 연주된다. 마지막 정점에는 처음과 같이 조용한 반전을 이루며 극적인 효과를 감상할 수 있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라는 만화영화에 많이 사용되었던 음악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The Cat Concerto” 음악이다 19세기 비르투오소 연주자들의 연주기량을 현대에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피아노작품 대작중의 대작이다.
마지막으로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천국으로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과 함께 마음 아파하시는 모든 분들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인생이란 어쩌면 헝가리 광시곡 2번 처럼 느리고 슬프게 시작하였으나 그 장대함을 느끼고 다시 본향으로 돌아가는 의미있는 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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