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본무언(義本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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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본무언(義本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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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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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률/편집부국장
 
 대학졸업을 앞둔 80년대 말 쯤으로 생각된다. 홍콩 액션 영화가 국내에서 인기 몰이를 하던 때 상영작이었다.
 직역하면 `의리의 본질은 말이 필요없다’ 정도가 될 듯 싶다.
 내용도 주인공이 도움을 받았던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남아(男兒)들의 의리를 다뤘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의는 본래 말이 없는 것이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법을 어기면서 까지 지킬 필요는 없다’며 부하 대신 희생한 마지막 부분의 대사였다.
 그래봤자 영화의 한 장면인데라고 폄하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사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모두에게 통용되는 `공통분모적’ 요소를 안고 있다.
 이와 가장 대치되는 말이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팽 당하기도 한다 뜻을 지닌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인간성의 차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타나지만 말썽은 `전자가 아닌 후자’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익을 최우선 본질로 하는 개인이나 조직체들에게서 가장 쉽게 발견 된다.
 최근 기업에서 퇴직한 일부 임원들의 심리가 논란거리다.
 평생을 몸 담았던 기업에서 강제 퇴직 당한 임원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평생을 바친 회사가 특별한 잘못도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도 없이 행한 배신이라면 누구라도 한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퇴직 임원들로서는 평생을 바친 회사가 자신을 소홀히 했다는 서운함과 회사는 평생 먹여 살려줬다는 떳떳함이 충돌된다.
 쉽게 답이 없는 갈등이고 보니 골이 깊어지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임원급이면 회사의 뼈대를 키워온 사람들이고 내부 문제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경우에 따라 몸 담았던 기업의 비리를 고발하려거나 한 사례들도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퇴직 임원들에 대한 관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투명하고 합법적인 경영을 해온 기업이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듯이 그런 회사도 어디 많겠는가.
 하지만 사회 통념상 정상적 기업군이라면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임원들에게 예우를 다하려 하지 소홀히 하려 하지는 않는다. 근무하는 동안은 눈감고 있다가 퇴직 후 소홀함에 고발한다는 것도 문제다.
 그런 인재를 임원으로 키운 회사도 문제요, 그런 회사를 믿고 선택한 사람도 문제다.
 앞에서 언급처럼 법을 어긴 의를 지킬 필요는 없겠으나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매사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오너나 오너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임원급 간부들이 진을 치고 있다면 회사는 표시가 난다. 그들의 공통점은 의와는 거리가 멀며 당장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항상 부하직원들에게 떠 넘기고 좋은 것은 가로채려는 공통적 속성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떤 이유와 명분도 없이 틈만 나면 상사를 헐뜯거나 모함하는 자들도 포함된다. 이런 회사들은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38세를 퇴직연령에 빗댄 삼팔선, 45세를 정년에 빗댄 사오정, 56세까지 근무하면 회사에 도움 되지 않을 것으로 비유한 오륙도란 유행어까지 등장시켰다.
 어찌 보면 義의 본질과는 멀어지는 시대상이다.
 분위기가 이러하고 모든 분야에서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소규모 회사들까지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그리 큰 애사심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기업주라면 투명경영만이 최선의 발전 계획이고 안전핀이다.
 여기에 종업원의 복지와 특정 직위 이상 급의 퇴직 프로그램에도 약간의 관심을 보인다면 사기진작에 도움도 주고 회사 발전의 동력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키우며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동지들이 퇴직 후에도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무엇보다 `개별 인간성’에 좌우될 뿐이다.
 그 인간성은 대부분 이해관계가 없어진 후라야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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