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두 번 울린 ‘엉터리 지진복구’
  • 이상호기자
이재민 두 번 울린 ‘엉터리 지진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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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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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영일만대로 등 4건 복구공사 부실정황 드러나
특정업체 밀어주기·부실시공 의혹·관리감독 소홀
이재민들 “해도 너무한다”… 관리당국은 의혹 부인
2018년 2월 지진으로 인한 상수도 피해 복구작업 모습. 사진=뉴스1
2018년 2월 지진으로 인한 상수도 피해 복구작업 모습. 사진=뉴스1

[경북도민일보 = 이상호기자]포항지진 복구공사가 부실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피해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가뜩이나 심신이 지쳐있는 지진피해 이재민들에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럴 수 있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포항시 북구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 의원(자유한국당·경남 창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포항 영일만대로 등 4건의 지진복구 공사에서 특정 공법 선정부터 시공, 관리감독에 이르기까지 부실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 자료를 보면 포항 지진피해 복구공사의 일부가 특정업체 밀어주기, 엉터리 시공, 관리감독 소홀 등이 지적됐고 시방서와 달리 시공하는가 하면 관리·감독을 해야 할 발주기관은 이를 묵인한 의혹까지 사고 있다.
 이 공사는 2016년 9월과 12월 경주에서 규모 5.8, 이듬해 11월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데 따른 지진피해 복구 및 내진보강 대책의 일환으로 집행된 것이다. 정부는 당시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복구사업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박 의원실이 입수한 지진 복구공사 관련 자료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결과, 핵심 공사인 지반 개량공사의 첫 단추인 공법 선정 단계부터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항시는 지난해 4월 기술자문위원회를 열어 영일만대로 등 9건의 지진피해 재해복구 사업에 대한 신기술·특허공법을 선정했다.
 포항 북구청은 이날 9건 중 4건의 공사에서 다수의 자문위원들이 ‘방재신기술 ○○호’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토의견서에는 다수의 전문위원들이 ‘특허 △△호’를 지칭하는 용어로 추천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심사대상 공법의 선정과 심의절차 등에서 의도적으로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공관리의 기준이 되는 지침서인 공사 시방서에도 발주처가 특정 공법을 밀어주려 했다는 정황 증거가 담겨 있다. 포항 영일만대로 등 4건의 시방서를 보면 방재신기술 ○○호를 뜻하는 ‘□□□’이라는 문구만 달랑 끼워 넣거나 아예 문구조차 없는 시방서도 발견됐다. 또 해당 공법에 맞는 최소한의 품질기준과 시공방법, 재료 종류 등 세부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결국 4건의 공사는 방재신기술 ○○호 적용공사로 입찰공고가 났고, 해당 신기술을 공동 보유한 A, B사가 2건씩 하도급 공사를 나눠 가졌다.
 공법 몰아주기 의혹과 별개로 시공 자체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시방서에는 ‘주입장비는 반발압, 주입량, 주입시간, 주입심도 등이 자동으로 실시간 기록될 수 있는 장비를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공사의 주입 기록지를 보면 자료를 허위로 작성했거나 주입량을 속인 정황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해당 공법은 1m 길이의 그라우팅 주입관(casingㆍ케이싱)을 줄줄이 연결해 목적 심도까지 천공한 뒤 수차례로 나눠 혼합제를 주입하고, 케이싱을 하나씩 빼내서 분리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 같은 분리·재결합 과정은 기록지에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발주처에 제출한 자료에는 기계적인 반복 작업만 있을 뿐 공백 시간이 없다. 또 주입 압력이 ‘제로(0)’인데 주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등 주입지 조작 증거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북구청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참여해 각각 다른 기술로 여러 공사를 시공했다. 한 업체가 공사를 다른 업체에 비해 더 맡기는 했지만 이 업체가 모든 공사를 맡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업체를 밀었다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공사 관리·감독도 계획에 따라 충실히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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