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추억으로 불러보는 그의 노래
  • 이경관기자
청춘의 추억으로 불러보는 그의 노래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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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산책]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포스코 기업시민 문화콘서트 열어
‘서른즈음에’ · ‘이등병의 편지’ 등
김광석의 노래로 추억여행 떠나
박형규·황려진 등 배우 열연으로
공연 찾은 2000여명 관객과 호흡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곳’ 공연 모습.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곳’ 공연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누구에게나 그런 노래가 있다. 듣는 순간 추억의 한 켠으로 나를 데려가는 그런 노래. 김광석의 노래는 청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공감의 힘이 있다. 그의 노래를 추억하는 많은 이는 어쩌면 그 노래 속에 담긴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고 싶은 것이 아닐까. 서른 두 살의 짧은 삶을 살다간 김광석의 목소리가 포스코 효자 아트홀에서 되살아났다.
 포스코는 ‘기업시민 포스코 문화콘서트’의 일환으로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포스코 효자아트홀에서 김광석의 명곡을 소재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무료로 선보였다. 세 차례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225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그 시절 그 때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사전에 신청을 통해 배포한 티켓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입석을 해서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는 등 큰 호응이 이었졌다.
 지난 19일 오후 7시30분 첫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이날 공연 시작 전 효자아트홀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관객들은 저마다 홀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유쾌한 공연관람 멘트에 이어 막이 올랐다. 무대에는 밴드 ‘바람’과 사회자가 서 있었다. 조금은 나이든 얼핏보면 직장인 밴드같은 이들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을 연주하며 자신들의 청춘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은 보컬 ‘풍세’와 기타 ‘상백’은 있지만 베이스와 키보드, 퍼커션이 없어 연주를 못하고 있었다. 오디션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신입생 피아노 ‘은영’과 베이스 ‘영후’, 퍼커션 ‘고은’까지 합세하면서 완벽한 밴드 ‘바람’이 완성된다. 서로 전공도 성격도 달랐던 이들은 음악 속에서 꿈과 사랑을 키우며 ’청춘’의 푸르른 나날을 만끽한다.
 생활비가 없어 동아리 방에서 숙식을 하면서도 ‘자신의 노래로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꿈을 키우는 풍세, 그림과 음악 재능이 뛰어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힘겨운 영후 등 이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처럼 청춘이기에 아파했고, 좌절하면서도 금새 희망을 가졌다. 밴드 ‘바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아픔을 보듬으며 제19회 대학가요제에 출전, 대상을 수상한다. 멤버들에게 꿈을 꾸고 노래하던 그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평생 갈 줄 알았던 밴드는 멤버들의 입대와 취직, 결혼과 육아 등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평범하면서도 지리멸렬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 바람의 리더 풍세만은 김광석과 같은 ‘소극장에서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었던’ 꿈을 계속 품고 노력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 풍세에게 마지막 기회처럼 달콤한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고, 풍세는 가수로 데뷔한다. 그러나 풍세는 자신이 원했던 가수의 모습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고, TV가 아닌, 대학로 거리에서 공연하는 예전의 삶을 선택한다. 풍세의 연인인 고은은 라디오 PD가 됐고, 상백과 은영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밴드 막내인 영우는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와 자신의 꿈 속에서 여전히 갈등한다.

 힘든 세월 속, 가끔 추억을 떠올리던 이들에게 고은이 자신의 라디오에 보낸 편지는 추억 속으로 데려다준다. 풍세는 대상을 받았던 그날을 맞아 학교를 찾고, 그 시절 살뜰하게 자신들을 챙겨줬던 경비 아저씨와 술을 한 잔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고은을 만나고, 먼길 돌았던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밴드 ‘바람’은 경비아저씨의 사회로 특별한 콘서트를 열며 뮤지컬은 막을 내렸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마흔에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일주를 꿈꿨고, 환갑에 설레는 로맨스를 꿈꿨던 영원한 청춘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이 시대 수많은 청춘들의 방황을 이야기 했다.
 ‘서른즈음에’와 ‘이등병의 편지’는 서른을 목전에 둔 청춘들과 입대를 앞둔 남자들에게는 절대적인 그것 이상의 의미였고,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청춘들의 절절한 사랑의 세레나데 였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우리네 부모들의 평범한 삶의 이야기였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청춘을 노래했던 김광석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김광석 다운’ 뮤지컬이었다.
 김광석을 동경했던 ‘풍세’역을 맡은 배우 박형규는 마치 김광석이 환생한 듯, 그의 노래를 찰떡같이 소화했고, ‘고은’역을 맡은 배우 황려진과 ‘은영’ 역을 맡은 배우 언희가 전하는 김광석의 노래는 또 다른 감동을 전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뮤지컬을 다채롭게 표현한 멀티맨(경비원, 술집 선배, 기획사 사장 등)을 연기한 배우 박신후는 극에 맛깔난 양념을 더했다.
 특히 이번 뮤지컬은 관객과 호흡하며 진행돼, 배우와 관객이 함께 꾸미는 공연으로 펼쳐져 더욱 흥미로웠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김영민(33) 씨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며 지난 청춘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석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박희문(47) 씨는 “김광석의 노래를 라이브 밴드 연주와 함께 들으며 볼 수 있는 뮤지컬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기획한 포스코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지역민들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공연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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