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창법(唱法)에서 골프를 읽는다
  • 모용복기자
송가인 창법(唱法)에서 골프를 읽는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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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부흥 이끈 송가인
판소리 발성법의 영향과
오랜 무명시절 내공 쌓여
특유의 찍어부르기 완성
 
골프에서도 디봇 내려면
공을 찍어치기 해야 가능
인내심을 갖고 연습하면
송가인처럼 득음할 지도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요즘 가장 핫한 가수는 누가 뭐래도 송가인이다. 종편방송 미스트롯 진(眞) 출신인 그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좋아하는 가수다.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바닥을 모를 심연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절창(絶唱)에 무장해제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자신 만의 독특한 창법을 갖게 된 데에는 무형문화재 진도 씻김굿 전수조교인 어머니의 영향과 중학교 때부터 15년 동안 익힌 판소리가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토해내는 듯한 폭발적인 고음, 시원한 목소리, 때로는 피를 토하는 듯한 절절함이 묻어나는 노래 마디마디에는 판소리의 내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판소리의 발성은 기본적으로 통성을 사용하는데, 호흡을 배(단전)로 하여 단전의 힘으로 소리를 밀어내는 것을 말한다. 통성을 하게 되면 큰 음량은 물론 소리 자체에 힘이 생겨 마음대로 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단전(丹田)으로부터 끌어올린 소리이므로 중후하고 시원하게 뚫린 음색을 만들게 되며, 다양한 음색을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송가인이 트로트 가수로서 남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창법을 갖게 된 것은 7, 8할이 판소리의 영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질 만으로 그녀의 성공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10년 가까운 무명생활은 그녀를 좌절시키고 비참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시련을 통해 탄탄한 내공이 쌓이게 했다. ‘연예계 10년 무명생활을 하면 10년 더 인기를 누린다’는 말은 그만큼 그 세월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녀는 최근 한 종편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그 시절 힘들었던 일을 진솔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련이 목소리에 깊이와 호소력을 더하게 한 것으로 짐작된다.
판소리에서 익힌 발성법과 긴 무명생활의 내공이 결합해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송가인 만의 전매특허인 찍어부르기 창법이 완성된 것이다. 미스트롯 심사위원 중 한 명은 그것을 가리켜 찍어누르기라 했다. 찍어누르기든 찍어부르기든 찍기는 매한가지. 찍어 부르기 위해선 연장으로 나무를 내리치듯이 단전에서부터 호흡을 끌어올려 순간적으로 폭발시켜야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른 가수들보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발성법 때문이다. 판소리의 기본적인 발성법 위에 오랜 시간 숙련을 통해 이러한 창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득음(得音)의 경지라고 해야 할까?

찍기 비법(秘法)이 빛을 발하는 것은 노래 만이 아니다. 스포츠에서도 찍어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운동종목이 있다. 바로 골프다. 클럽을 몇 년 쥐어본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디봇(골프공을 칠 때 골프채에 뜯겨나가는 잔디 조각)이 안 난다는 것이다. 디봇이 안 난다는 것은 쓸어치기로 인해 필드에서 정타보다는 ‘탑볼’이나 ‘뒷땅’을 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그래서 초보 골퍼들은 방송에서 프로선수들이 깔끔하게 디봇을 내며 공을 날려보내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디봇은 단순히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공을 정타로 맞힐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 싱글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그러면 디봇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잔디를 뜯어내기 위해선 찍어치기(다운블로)를 하면 된다. 아이언 클럽을 빗자루 쓸 듯이 쓸어쳐선 절대 모양 좋게 잔디를 뜯어낼 수 없다. 이것을 모르는 골퍼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단순한 원리를 실행하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다. 그것은 찍어치기를 하기 위한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티칭프로들은 각기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지만 필자가 연습해본 바로는 백스윙 탑에서 그대로 채를 휘두르면 절대 찍어치기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다운스윙 전환과정에서 힘을 빼고 손목의 각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임팩트 순간까지 끌고 내려와야 한다. 백스윙 탑에서 부드럽게 채를 끌고 내려와 임팩트 순간에 단숨에 폭발시키는 찍어치기. 무엇과 닮아 있다고 생각되지 않은가?
앞서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창법이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려 소리를 폭발시키는 찍어부르는 발성법을 지녔다고 한 바 있다. 만약 그녀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으로만 소리를 낸다고 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수가 돼 있을 것이다. 목으로만 소리를 내는 가수들의 노래는 간드러지고 감칠맛이 나며 꺾는 재미가 있다. 반면에 송가인의 찍어부르는 노래는 깊은 곳에서부터 토해내는 한 서린 절절함이 묻어나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큰 울림과 감명을 준다. 호불호(好不好)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어떤 음악인은 송가인을 두고 감정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편견이다. 이른바 ‘뽕짝’이라는 세미 트로트처럼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짜내기 위해 트로트는 무조건 가볍거나 슬프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지나친 감정분출은 오히려 노래의 격을 떨어트릴 뿐이다. 국민들이 트로트가 관광버스나 노래방에서, 또는 행사장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수단이지 품격을 지닌 장르로 생각하지 않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송가인은 정중동(靜中動)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트로트의 격을 한층 높였다. 많은 국민들이 그녀의 노래에 빠져드는 것은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정통 트로트의 진정한 매력을 맛보기 때문이다.
찍어부르기와 찍어치기. 닮은꼴 이 창법과 타법은 하루 이틀에 완성될 수는 없을 것이다. 송가인이 오랜 시간 판소리 공부와 무명생활을 거친 후에 마침내 ‘형설의 공(螢雪之功)’을 이뤄냈듯이 아마추어 골퍼들도 인내심을 갖고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송가인처럼 득음을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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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19-11-11 20:29:04
찍기의 창법을 아주 잘 풀어내셨네요. 송가인의 가창력을 제대로 파악한 멋진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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