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서 밀리고 경쟁서 밀리고… 한국 축구지도자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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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서 밀리고 경쟁서 밀리고… 한국 축구지도자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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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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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中 다롄이팡 중도하차
5개월만에 사임 공식발표
시즌 초반부터 불화설 계속
16개팀 중 10위 성적 부진에
아쉬움 속 대륙도전 막 내려
‘사실상 경질’반응이 지배적

황선홍·윤정환 태국행 무산
태국 국가대표 감독 후보에
이용수 등과 이름 올랐지만
日 대표팀 이끈 니시노 취임
국내선 묵직한 지도자들
해외진출 난항 씁쓸함 커
5개월만에 중국 다례이팡 지휘봉을 내려 놓은 최강희(왼쪽) 감독과 태국태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황선홍(가운데) 윤정환 감독.
5개월만에 중국 다례이팡 지휘봉을 내려 놓은 최강희(왼쪽) 감독과 태국태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황선홍(가운데) 윤정환 감독.

해외진출을 도모하던 한국 축구지도자들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있는 자리에서는 떠밀리듯 물러났고 한 자리를 두고 펼쳐진 경쟁에서는 밀렸다. 대상자들이 모두 묵직한 이름값을 지닌 지도자들이라 바라보는 이들의 충격도 제법 크다.
최강희 감독이 결국 다롄 이팡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다롄 구단은 지난 1일 “최강희 감독이 팀을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월 다롄 사령탑에 오른 지 약 5개월 만의 중도하차다.
대외적인 발표는 최 감독이 물러나는 것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최근 만난 한 축구인은 “다롄 내부적으로는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다. 최강희 감독의 경질이 발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7월 전북현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최강희 감독은 2018시즌까지 K리그 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FA컵 1회 등 모두 9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팀을 명문구단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도 감독상을 6번이나 수상했다.
더 이상 국내 무대에서는 이룰 목표가 없기에,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새 길을 택했던 최강희 감독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중국 도전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리게 됐다.
시작부터 꼬였다. 애초 행선지는 톈진 취안젠이었다. 그러나 모기업 취안젠 그룹이 항암제품 효과를 허위로 광고했다는 의혹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 18명이 구속되면서 그룹이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취안젠 그룹이 붕괴되면서 최강희 감독의 계획도 백지화 됐다. 모든 것이 물거품 되려던 때, 지난 2월 다롄 이팡이 손을 내밀면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급히 진행돼 걱정이 있었는데, 역시 계속 삐걱거렸다.
시즌 초반부터 마렉 함식, 야닉 카라스코 등 외국인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런 잡음과 함께 좀처럼 구단이 원하는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최 감독과 함께 한 15라운드까지 다롄은 4승5무6패 승점 17로 슈퍼리그 전체 16개 팀 가운데 10위에 머물렀다.

이런 와중 다롄 구단이 ‘대놓고’ 프리미어리그의 명장 라파엘 베니테즈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리며 최 감독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최종 결론은 중도하차였고, 이로써 한국 축구지도자의 중국 무대 진출사에 또 하나의 흑역사가 남게 됐다.
과거 중국 무대에 한국 지도자가 문을 두드렸던 것은 지난 1997년 고 최은택 감독이 옌볜FC를 이끌었던 것이 처음이다. 그리고 1998년 이장수 감독이 충칭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승승장구, ‘충칭의 별’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장수 감독이 좋은 인상을 남기면서 이후 김정남, 박종환, 차범근, 장외룡 등의 지도자들이 대륙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이장수 감독을 제외하면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발자취가 없었다.
한동안 뜸하다 2015~16년 최용수(장쑤 쑤닝), 항저우 그린타운(홍명보) 충칭 리판(장외룡), 창춘 야타이(이장수), 옌벤 푸더(박태하) 등 한국 지도자들이 대거 움직이는 중국행 러시가 있었으나 전체적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박태하 감독 정도가 계약기간을 채우는 수준이었다. 이렇듯 점점 더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흐름 속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최강희 감독이 나서 기대가 컸으나 시작부터 일이 꼬이며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물론 한국 지도자들만의 특별한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한 에이전트는 “사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스타급 지도자들도 수두룩하게 잘리는 게 중국리그다. 우리 지도자들이 특별히 부진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앞선 선배들의 잇따른 실패 때문에 향후 도전 자체를 점점 망설일 공산도 크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다른 곳에서도 아쉬운 소식이 들렸다. 2일 태국축구협회는 “니시노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 니시노 감독은 태국 A대표팀과 U-23대표팀을 동시에 이끈다”고 전했다. 니시노 감독은 지난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일본대표팀을 이끌고 출전, 16강 진출을 견인한 지도자다.
애초 이용수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비롯해 황선홍 감독, 윤정환 감독 등 국내 지도자들도 물망에 올랐으나 태국의 최종 선택은 니시노였다.
계약 조건 등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공개되지 않았고, 후보로 거론된 인사의 의사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무조건 ‘경쟁에서 밀렸다’고 말하는 것은 오판이 될 수도 있으나 역시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지닌 지도자라는 점에서 태국의 선택에 씁쓸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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