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사교육
  • 경북도민일보
공교육과 사교육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당한 사교육은 사실 효과적
하지만 공교육은 무조건 불신
학원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해

이 시대·사회가 바라는 인재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창의력과 통찰력을 지닌 사람

[경북도민일보] 우리 국민들의 2대 관심사는 교육과 부동산 문제인 것 같다. 부동산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니 접어두더라도 교육은 왜 이렇게 지속적으로 관심이 높을까 하는 문제를 살펴보자. 교육의 관심은 멀리는 고려 시대에 시작한 과거제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조선조 500년 동안 부귀영화를 꿈꾸던 모든 사람들에게 과거 합격은 인생 최고의 목표였다. 퇴계와 함께 조선 중기 최고의 학자인 율곡은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 하였다는 사실은 존경의 대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꼽는 이유도 바로 율곡의 어릴 적 교육문제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 때 독립 운동으로 실력을 키워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는 도산 안창호 같은 선각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신학문을 가르칠 학교가 여기저기 세워졌다. 교육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보이지 않는 독립 운동이었다. 국가나 개인이나 미래의 반도체는 바로 교육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보아도 짐작이 간다. 요사이도 좋은 학교가 있는 곳의 집값은 다른 지역과 차이가 많다. 서울의 경우도 그렇고 대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몇 해 전의 일이다. 수능 시험에 만점을 받은 학생이 사는 아파트가 주위의 다른 곳의 아파트보다 훨씬 선호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도 교육의 관심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예이다.
모든 국민이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대부분 전문가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우리 지역의 교육이 잘되지 않으면 인구 감소로 바로 직결된다면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렇게 관심이 높다보니 자연 공교육이 불만의 대상이다. 공교육이 부실하니까 사교육이 성행하고 그 사교육비로 인해 가정 살림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몇 해 전에 별이 두 개인 장군을 만났는데 자기 집에 아들이 둘인데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이 어렵다고 했다. 고급 장교인 장군의 가정에서도 사교육비 걱정을 하는 데 일반 가정에서는 오죽 하겠는가. 교육감 선거 때마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이 사교육비 문제다. 
교육 정책 중에서 가장 어렵고 노력해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사교육 정책이다. 2014년에 선행 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공교육 정상화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사교육은 더 많은 내용을 남보다 먼저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은 경쟁이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근본정신과 현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길러내서 학생들의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각종 시험과 대학 입시에서 끝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가 바라는 가치는 경쟁이 아니고 미래의 경쟁력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정답을 외우고 익혀서 얻는 지식이 아니고 다양한 측면에서 찾고 또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어느 대학 교수의 이야기다. 대학 면접에 우리나라 이발사 수가 몇 명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최고의 대학에 응시한 인재들이 대답을 못하더라고 했다. 이발사 수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방법이 어떠냐를 묻는 질문이었다. 정답 찾기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그런 엉뚱한 문제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당연하다. 외우고 익혀서 자고나면 곧 잊어버리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습을 한 후에 하루를 지나고 얼마나 머릿속에 남아 있느냐를 실험한 미국의  NTL의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에 의하면 강의식 교육은 5%, 읽기 10%, 집단 토의 50%, 서로 설명하기 90%가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이론이다. 학원에서 좋은 강의를 듣고 익혀도 얼마 안 가서는 거의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사교육이 나쁘고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고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는 데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학원에만 의존하는 교육은 위험하다. 흡사 어린아이가 고기를 좋아한다고 고기반찬만 해주는 어리석은 어머니와 비슷하다.

공교육에서는 창의력, 상상력, 호기심을 길러주기 위한 자유학기제를 2016년도에 전면 시행하면서 지난해부터는 자유 학년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할 때 학부모들의 걱정은 놀이 중심 교육과정이 아니냐고 걱정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학력이 뒤떨어질까 우려 했다. 그러나 시범 운영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현장 체험 학습을 중시하는 자유학기제 외에 질문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하브루타식 교육 방법 도입과 함께 전체 교육 과정의 분량까지 조절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끝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없어지지 않고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없는가?
학부모들이 멀리서 바라보고 공교육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고 실제 교육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다. 공교육이 무엇이 문제이고 학부모는 공교육의 장점과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공교육을 믿어야 한다. 이런 경쟁 심리로 간다면 공자가 다시 태어나서 논어를 가르친다고 해도 학원에 가서 논어를 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과도한 경쟁은 사교육비를 부추기고, 과도한 대학 진학은 고학력 백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타인과의 과도한 경쟁으로 개별적 꿈과 끼가 사라지고 교육은 갈 곳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
달콤한 설탕물 한 잔은 피로도 풀어주고 맛도 좋지만, 그냥 물은 밥도 짓고 된장국도 끓이고 다양한 반찬을 만든다. 설탕물로 밥을 짓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가. 설탕물을 계속 마실 경우 그 부작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교육은 설탕물이고 공교육은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맹물이다. 이영우 전 경북교육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