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로 본 일본의 경제보복
  • 모용복기자
‘국화와 칼’로 본 일본의 경제보복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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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사랑하며 칼을 숭배하듯
질서·예의 바르고 친절하지만
온갖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일본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하며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겐
복수를 철칙으로 하는 민족성
 
그들에 섣불리 관용 바라는 건
치욕의 역사 한페이지 더할 뿐
중지 모아 대응전략 마련해야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가깝고도 먼 나라’란 말이 있듯이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모르는 것이 많다. 그것은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멀리하고자 한 면도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닌 특수한 민족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예의바르고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을 배워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굳이 과거의 악행(惡行)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근까지도 우리를 향해 저지르는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예의바른 일본인’에 고개가 갸웃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기에 이처럼 알다가도 모를 일들을 일삼는 것일까?
세계 제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44년, 루스 베네딕트라는 미국의 한 여성 인류학자가 국무부의 위촉으로 일본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2년 후 출간된 이 책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저 유명한 ‘국화와 칼’(1946년)이다. 일본인에 대해 가장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인의 이중성에 대해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데 신비로운 기술을 가진 국민이 동시에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민족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일본이 대동아공영이라는 이상을 가지고 전쟁을 했지만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세계의 눈이 우리(일본)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느낄 뿐 반대로 세계를 향한 시선은 없었다. 그들은 빚을 지는 것을 싫어하며, 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자살까지 서슴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반드시 복수하는 것을 철칙(鐵則)으로 한다는 것이다. 일본 만화나 영화에 유독 복수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니 오늘날 저들의 예의바름과 질서의식은 남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자기보존적 차원의 발로(發露)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저자는 외적인 생활형태가 변하더라도 사고방식(일본문화의 패턴)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이 출간된 지 비록 70여 년이 흘렀지만 일본인의 사고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다. 비록 외형적으로 발전하고 생활환경은 바뀌었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일본인은 여전히 70여 년 전 일본인 그대로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는 시발점이 이곳이 돼야 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경제보복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간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힌데 이어 대내외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간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명백한 경제보복”이라고 비판하고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기업과 소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일본에 대해서도 보복의 악순환으로 인해 결국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제보복이 길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이달 말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서 한국 때리기를 통해 보수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조치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자연스레 후퇴할 것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우리의 반도체 등 디스플레이 기업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도 수출대상국 3위에 해당하며 자국 반도체 기업의 가장 큰 고객인 한국을 상대로 계속해서 규제조치를 끌고 가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일본이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 경제보복을 철회한다면 다행스런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이번 보복이 단순히 일회성의 조치가 아닌 한·일간 무역전쟁의 서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사회에 있어 국가 간 정치적 갈등을 경제문제로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구시대적인 발상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조치에 나선 이면에는 이번 무역보복을 신호탄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한국을 옥죄겠다는 노림수가 어른거린다. 또한 한국이 WTO 제소를 해온다 해도 장구(長久)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승패에 관계없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강제징용 배상문제는 한·일 간 갈등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역사교과서 왜곡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사사건건 대립한다면 일본으로서도 괴로운 일이며 쉬운 싸움도 아니다. 만일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돼 남북 사이에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지는 날엔 오히려 자신들이 코너에 몰릴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들을 간파한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극우 강경론자들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배제해 위상을 떨어트리고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한편, 한국 내 친일파의 발호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유도해 일본에 대항할 통일된 힘을 꺾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움직인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인류학자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 살펴보았듯이 일본인의 질서의식 속에 남을 위한 배려는 없다. 다분히 자기방어적인 질서에는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철저한 보복심리가 내재돼 있다. 그들에게 섣불리 관용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저 멀리 왜구의 노략질로부터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현재의 독도 도발·과거사 왜곡까지 너무나 당할 만큼 당해온 우리가 아닌가. 또다시 일본의 강압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치욕의 역사 속 한 페이지를 더할 뿐이다.
그렇다고 저들의 보복을 가벼이 여겨서도 안 될 일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만화의 주인공처럼 저들의 복수는 끝장을 볼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역전쟁은 이제 시작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명운이 걸린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중지(衆智)를 모으고 서로 협력해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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