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포항
  • 이진수기자
문화가 흐르는 포항
  • 이진수기자
  • 승인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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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시 포항은 문화 불모지
올해 초 공석인 문화재단 대표
교향·합창단 지휘자 취임으로
시민 문화갈증 해소에 큰 역할
포항은 지금 문화도시로 변모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지난 6월 27일. 이모(57)씨는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그는 티켓 판매가 종료됐다는 안내원의 말에 놀랐다. 인기가수 공연도 아닌데, 만석(972석)이라니…,
대부분 예매로 현장 티켓은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씨는 느긋한 마음으로 연주회 10분 전에 도착한 것이다.
자녀와 함께 온 40대 여성도 같은 처지였다. 발길을 돌린 이씨는 아쉬움보다‘포항의 문화가 이렇게 높아졌구나’하며 내심 뿌뜻해했다.
포항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수년전부터 싹을 보이더니 올해는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1968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립으로 포항은 경제에 매진했다.
철강·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다. 상대적으로 문화 불모지였다.
포스코가 시민들에게 수준높은 각종 공연을 선보이면서 숨통을 틔우기도 했으나 갈증은 여전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포항국제불빛축제는 대형 축제가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수십만명의 인파들이 영일만 밤하늘에 터지는 형형색색의 불꽃 향연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문화도시에 대한 열망은 2017년 1월 포항문화재단 설립에서 가시화됐다.
포항은 문화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했다. 포항시는 중앙의 문화예술을 지역에 접목하고 교류하면서 독창적인 문화를 창조해 포항의 문화 수준을 높일수 있는 적임자 모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물난을 겪는 가운데 포항의 몇몇 인사는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자리를 탐하는 어이없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단 출범 2년 만인 지난 1월 차재근씨가 포항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5월 봄날‘신 입암별곡’을 기획했다. 김명곤씨를 비롯해 일주일 간격으로 유진룡,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이다. 포항 죽장의 뛰어난 자연경관에 더해 고색창연한 입암서원에서 시민들은 이들과 문화와 삶에 관한 사유적 담론를 나누었다. 획기적이었다.
문화재단은‘우물 안’이라는 지역 한계를 탈피하면서 큰 틀의 문화정책을 기획·추진하고 있다. 3월 장윤정 포항시립합창단, 임헌정 포항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취임에 따른 연주회를 잇따라 가졌다. 임 지휘자는 포항을 음악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연주회 후 무대에 올라 “포항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전국 최고가 되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교향·합창단 상임지휘자는 각각 5년 2개월, 1년 2개월의 공석에서 지난 2월 선임됐다. 문화재단처럼 능력있는 인물을 제때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 교향·합창단의 수장 취임으로 기존 포항시립연극단과 함께 포항 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네개의 수레바퀴가 완성됐다.
가칭‘포항 예술의 전당’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1500여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 설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대규모 시설 건립이나 이벤트성 문화가 아니다.
지난해 말 포항은 문화도시 지정 예비도시로 선정됐다. 문화도시로 가고 있다는 증명서다. 정부는 포항의 문화예술을 평가해 올 연말‘법정 문화도시’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법정 문화도시가 되면 5년 간 최대 200억원 사업비가 지원돼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인 꿈틀로를 비롯해 중앙아트홀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플러스 포항과 아르코 공연연습센터, 영일대해수욕장의 버스킹 운영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로 언제 어디서든 문화를 접할수 있는 문화 향유권이 확대되고 있다. 도심숲 조성은 문화에 여유를 더해주고 있다. 포항시는 여기에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지역 문화예술인 발굴 및 육성, 문화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포항의 문화를 발굴하고 시민이 주체가 돼 문화의 생산, 소비, 유통으로 시민 삶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생활 밀착형 문화이다.
정연학 포항시 문화정책팀장은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도시의 발전은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확대된다고 했다.
김구 선생은 일제시대에 치열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는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위대하다. 포항은 철강도시에서 그런 문화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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