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한국의 서원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총 14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는 국가가 됐다. 이번에 등재된 9곳 서원 가운데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의 소수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등 대구·경북에만 5곳이 포함됐다. 대구·경북이 성리학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일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국정신문화의 성지라 일컫는 안동에서 두 곳이 포함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해 지방 지식인들이 건립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다.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학교라는 점에서 국가가 건립한 성균관이나 향교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성리학자들은 이곳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성리학적 가치관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민초들을 교화시키는데 주력했다. 서원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바로 선비라 불리는 지식인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등재된 서원은 기존의 문화유산들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기존의 유산들이 주로 외형적인 면에서 보존해야할 가치들이라면 서원은 외형적인 건축미와 아울러 그 안에서 배태된 정신문화를 함께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그것은 우리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서원 대신에 우리 서원이 등재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서원이 단지 학문을 통한 입신양명에 중점을 둔 반면에 우리 서원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운 건축미와 함께 조선을 선비정신이 이끄는 성리학의 나라로 만들었다는데 세계가 주목한 결과다.
따라서 단지 보고 가는 일회성의 관광명소가 아닌 서원에서 선비정신을 배우고 한국의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인문학적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지역 관광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창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구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정신문화에 목말라 있는 세계인들의 발길이 서원으로 줄을 이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서원을 단순히 볼거리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것은 호기(好期)를 발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서원이 지닌 인문학적 가치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