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전통시장 ‘젊음과 전통이 공존’ 상생의 길 걷는다
  • 정운홍기자
안동 전통시장 ‘젊음과 전통이 공존’ 상생의 길 걷는다
  • 정운홍기자
  • 승인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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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젊음과 전통 공존하는 전통시장의 미래
2011 문전성시 프로젝트 일환 ‘청년몰사업’
체험 프로·쇼핑·문화활동 공간으로 탈바꿈
전통시장에 젊은 활기 불어넣어 활성화 도모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당초 지원 취지 상실
 
안동 청년몰 사업도 1년 채 지나지 않아
절반가량 폐업·장기휴업·잦은 휴업 상태
 
기존 상인·청년 상인 상생 위한 소통 필요
전통시장 활성화 위해 상인회 역할 중요
 
청년 상인들 자생력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정부·지자체 체계적인 전통시장 지원 절실
안동시 오고가게거리 청년몰 입구. 각 게이트로 들어가면 청년몰 점포를 찾을 수 있다.
안동시 오고가게거리 청년몰 입구. 각 게이트로 들어가면 청년몰 점포를 찾을 수 있다.
광주 송정역시장의 모습. 침체된 시장거리에 청년몰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광주 송정역시장의 모습. 침체된 시장거리에 청년몰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정운홍기자]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특색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일례로 대부분의 해외여행 상품에는 야시장 혹은 로컬시장을 방문하는 코스가 들어가 있다. 수많은 여행책자에도 현지 전통시장에 대한 소개가 언급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은 그 만큼 그 지역을 잘 표현하고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역민들의 식생활에서부터 말투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전통시장은 단순한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나 지역의 민낯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북도민일보는 안동지역의 민낯이 녹아 있는 전통시장의 실태와 현실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발전방향과 지향점을 찾고자 기획연재를 준비했다.

전주시 남부시장 2층에 들어선 청년몰. 6년여가 지난 지금 20여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 남부시장 2층에 들어선 청년몰. 6년여가 지난 지금 20여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 젊음과 전통이 공존하는 전통시장의 미래
 새벽 동이 트기 전에 하루가 시작되는 곳. 골골이 패인 주름진 손으로 싱싱한 농수산품을 파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 비릿한 생선 냄새와 눅눅한 공기, 각종 반찬 냄새가 뒤섞여 있는 전통시장의 풍경. 익숙한 그 풍경들은 우리가 흔히 전통시장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모습이다. 최근 전통시장의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어른들만의 공간으로 인식됐던 전통시장에 젊은 층의 발길이 유입되고 있는 것.
 2011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청년몰 사업’은 2013년에 들어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처음 전주시 남부시장의 2층 버려진 공간에서 시작된 청년몰은 당시 의류, 음식, 카페, 소품, 서적, 디자인 잡화 등 다양한 업종이 들어와 아직까지 20여개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입주 업체들은 체험 프로그램과 야시장 등을 선보이며 전통시장 안에서 상생의 길을 열었다.
 전주 남부시장은 주변 한옥마을과 인접해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젊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청년몰이 들어서면서 식료품 판매 위주였던 남부시장은 체험 프로그램, 쇼핑, 문화활동 공간으로 이미지가 바뀌었고 1층 기존 상가의 매출도 상승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전통시장에‘청년몰 사업’의 열풍이 불었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15년‘청년상인창업지원’, 2016년‘청년몰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연말까지 전국의 전통시장에 청년창업지원과 청년몰 조성 등 약 1000여개의 점포가 창업됐다.

전주시 남부시장 2층에 들어선 청년몰. 6년여가 지난 지금 20여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 남부시장 2층에 들어선 청년몰. 6년여가 지난 지금 20여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 꿈을 품은 청년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지난해 11월 기준‘창업지원’명목으로 524개 점포를 지원했고‘청년몰 사업’에 469개 점포를 지원했다. 그러나 현재 창업지원 점포는 40.6%인 213개가 폐업했고 청년몰도 3년여 만에 20%에 가까운 85개 점포가 영업을 중단했다. 총 예산 690여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당초에 정부는 침체된 전통시장에 청년들의 활기를 불어넣어 활성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전주시 남부시장의 성공에 도취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 애초에 조건이 달랐고 배경이 달랐다. 전주시의 남부시장은 당초 신선한 도전으로 이슈가 됐었던 점과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옥마을 지근거리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정부는 이러한 성공요인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무작정 이를 전국의 전통시장에 적용했고 사업시행기관과 이를 위탁받은 사업단에서는 성과를 올리려‘청년 창업자 수’만 늘리는 행태로 변질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30개 청년점포가 입점한 안동중앙신시장의 오고가게거리의 현실
 이러한 행태는 안동의 청년몰 사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10개의 청년상인창업점포를 지원했고 이어 2017년 청년몰 사업으로 20개 점포를 지원해 개업했다.
 그러나 이들이 창업을 한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절반가량이 폐업 혹은 장기휴업 중이거나 저조한 매출로 인한 잦은 휴업을 하는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지원자의 자질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지원 기준이 모호한 데다 사후 관리도 부실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 폐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중앙신시장의 오고가게거리에 청년점포를 창업한 A씨(40)는 “청년창업자들을 무분별하게 모집한 것부터 문제였다. 역량이 부족한 청년창업자들을 준비도 없이 현장에 투입시키니 뻔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A씨는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상생부분도 청년점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기존 상인과 입점 예정 창업자들 간 간담회나 만남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텃새가 심한 전통시장에서 세대 간의 간극이 큰 청년들이 상인으로 들어오니 상호간에 융합되지 못해 이질감이 생기고 그러면서 생기는 마찰이 결국 상인들 간의 불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년몰의 부진이 정부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만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청년창업에 도전한 청년들이 정부지원으로 손쉽게 창업을 해보겠다는 생각과‘경험삼아 해보자’라는 안일한 생각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오고가게거리에는 사전준비가 없이 창업에 뛰어 들었다가 수차례 업종을 변경하거나 장기간 영업을 중단하는 점포도 있었다.
 이러한 역량부족의 청년창업자들을 사전에 교육하고 감독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 상생과 화합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전통시장 상인회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단연 ‘상인회’이다. 시장 상인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해당 시장은 화합하지 못하고 도태의 길로 빠지게 된다.
 실제 안동의 한 전통시장은 상인회의 역할부재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어떤 전통시장은 상인회 회장선거를 두고 알력 다툼이 일어나는 등 추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인회의 불협화음은 상인들의 반목으로 이어지고 그러한 속사정은 은연중에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는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상인회가 모든 상인들의 신뢰를 얻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변인으로서 전달자로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상생을 이끌어간다면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 상인회가 청년상인들의 선배로서 이들의 고충을 알아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청년상인과의 자연스러운 상생관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단양 구경시장은 시장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변화를 주도하면서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잡았다.
충북 단양 구경시장은 시장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변화를 주도하면서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잡았다.

 △ 전통과 젊음의 공존으로 그려나가는 전통시장의 청사진
 과거의 실패를 돌아보고 비난하기보다 반성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청년몰 조성 사업은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줄이고 젊은 고객의 유입을 도모하는 좋은 취지의 사업임에 분명하다.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꿈을 꽃피우려는 청년상인과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고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미래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청년 상인들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분명 더 밝은 미래의 전통시장 청년몰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분명 청년들의 열정에 따른 책임감이다. 청년몰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의 철저한 준비와 각오 그리고 책임감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창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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