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바깥과 안 경계 없는 소통예술”
  • 이경관기자
“연극은 바깥과 안 경계 없는 소통예술”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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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한엽 포항연극협회 지부장
“침체된 지역문화계 제대로된 이해 선행돼야
‘문화는 소비하는 것’ 시민 의식변화도 절실
연극은 관객이 있어야 예술로 거듭날 수 있어
포항 연극계와 관객 가까워질 수 있도록 최선”
이한엽 포항연극협회 지부장
연극은 우리의 일상적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그 삶의 동질감이라는 시선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타자가 돼 세계를 창조한다.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연극으로 지역을 이야기하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연극인이 있다.

이한엽 포항연극협회 지부장이 주인공.

그는 극단 가인(佳人)의 대표이자 포항아트센터의 극장장이며 (사)한국연극협회 포항지부를 이끌고 있다.

최근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이한엽 지부장을 만나, 지역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포항연극협회를 이끌게 됐다. 어떤가.

“연극계의 현실이 어두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의 연극협회를 이끌어간다는 것에 많은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세계를 창조해 관객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연극’은 이어져야 한다. 포항연극협회는 포항시립연극단과 지역극단들과 함께 힘을 모아 ‘오늘 우리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연극’이 이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역 연극계의 침체가 오래되고 있다.

“지역 연극 침체를 언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침체돼 있다는 인식이 지역 연극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침체됐다고 생각하지만 말고, 왜 침체됐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생각이 우선됐으면 한다. 연극의 오늘날 현실은 대도시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 지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포항의 극단들은 자생력이 없다. 토양이 메말랐기에,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먼저 연극을 배울 예술대 등이 없어 연극을 할 젊은 이들이 없고, 연극을 배워 고향에 자리잡으러 온 이들 역시 일자리가 없어 배곯기 일쑤다. 지자체에서는 실상은 모른채 꿈꾸듯 단발성 지원만 할뿐이고, 지역 극단들에게는 그마저도 고마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포항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고자 이런저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 불모지라 불리는 이땅에 좋은 기회다. 그러나 먼저 지역문화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지원을 했으면 한다. 또한 최근 문화예술 전반에 깔려 있는 ‘수상여부’에 대한 집착적인 모습이 지역연극계를 더욱 힘들게 한다. 좋은 연극제나 좋은 영화제, 문학상 등에 오른 작품들은 그만큼의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연극제에 참가하지 않은, 또 참가했으나 수상 하지 못한 작품이 모두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포항시립연극단과 같이 국공립극단은 클래식한 작품을 통해 연극의 본질을 지켜가야한다면 일반 극단은 ‘관객과 잘 놀아주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이들에게 연극은 위로와 희망을, 또 웃음과 즐거움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역극단은 ’지역을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자본의 논리, 또 연극제 수상작품이라는 명분만 따져 지역 연극계의 침체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지역극단이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지역의 논리에 맞는 환경이 자리잡았으면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지역 문화예술행정의 한계는.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현실 속에서 지역을 위한 문화행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문화를 아는 이가 문화행정을 했으면 한다. 연극은 풍자와 해학이 있는 연희다. 시대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삶의 모순을 풍자하는 예술인 것이다. 그 뿌리를 알고 접근했으면 한다. 시나 문화재단에 지원을 받아 공연을 올릴 경우, 배우들의 연습시간에 대한 댓가 측정이 잘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연극을 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전업 연극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출연료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2달 연습해 겨우 출연료 10~20만원 받으면 다행이다. 지원을 받아 연극을 올리는 경우 유료공연을 진행하기 어렵다. 실상 몇 백만원 지원을 받으면 대관비 또는 무대 제작비로 다 나간다. 유료로 공연을 진행하지 않으면 출연료는 고사하고 조명, 음향, 분장 등에 대한 경비도 뽑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오늘날 포항의 문화예술의 모습은, 그 모름이, 그 무지가 빚어낸 참사다. 또한 유료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 또한 절실하다. 문화는 소비하는 것이다. 소비를 위해 정정당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그럼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는.

“연극은 내게 삶이다. 생활의 일부분이며, 곧 나를 상징하는 단어다. 연극은 생활의 시선, 일상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연극만큼, 진실한 예술은 없다. 연극은 바깥과 안의 경계가 없는 소통의 예술이다. 관객이 있어야, 하나의 예술로 거듭날 수 있다. 관객 없는 연극은 그저 하나의 텍스트일뿐이다. 그 소통의 힘이, 그 진실 어린 삶의 시선이 연극이 주는 희열이자 매력이다. 그 매력에 아직도 못빠져 나가고 이렇게 연극판을 구르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포항 연극계가 관객과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팍팍한 지역연극계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연극인들이 그저 연극에만 집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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