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새로운 신화창조는 환동해 바닷길 통해 만들어 질 것”
  • 이상호기자
“포항의 새로운 신화창조는 환동해 바닷길 통해 만들어 질 것”
  • 이상호기자
  • 승인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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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에게 듣는다
정부 신북방·신남방 정책 교차점 ‘포항’
환동해시대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제 지역사회에 대한 면밀한 연구서 시작
지난해 9월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이상우 포항영일신항만 사장, 전우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 등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100만 TEU달성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2009년 개장한 영일신항만은 2014년 50만TEU달성 이후 개장 9년만에 100만TEU를 달성했다.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주창하며 세계경제를 제패하려는 가운데 중국산 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였고, 중국 또한 여기에 맞서 미국제품에 보복관세를 적용하면서 세계는 지금 G2 무역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통적 동맹관계인 미국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인접한 주요 교역관계인 중국과의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일본과 청구권협상으로 틀어진 오래된 문제가 위안부배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우리정부에 의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한 일본기업의 재산압류와 매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일본의 아베정부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초강수 무역보복으로 맞서고 있다.

국제정세가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은 자국 중심의 교역로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환동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열강들이 이곳과 관련지어 주요정책을 발표할 만큼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한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환동해를 통해 맞닿아있어 과거부터 이어진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또 교역로 개척을 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이렇듯 환동해는 우리가 G2의 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개척한 바닷길을 통해 유럽과 인도까지 교역을 확대시킨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포항시도 환동해경제권 거점도시를 향한 주요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북아 CEO 경제협력 포럼을 개최하고 중앙정부의 신 북방정책에 발맞추어 시정을 펼치고 있다. 환동해에 대한 가치 논의는 이제 중앙정부와 전문가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제 지역사회에서도 보편적 담론으로 논지되고 있어 그 후속조치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의 민간 종합연구원인 환동해연구원 문충운 원장을 만나 포항과 환동해의 미래를 들어봤다.



-환동해연구원은 어떤 취지로 설립됐나

◇환동해의 국제관계는 정치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국가 간 경계나 정치적 이념에서 자유로운 민간이 주도하는 교역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에 대한 전제가 환동해권 국제 지역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리 등의 면밀한 학제적 토대연구이고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 환동해연구원의 설립 취지라 할 수 있다.

윤여준 이사장은 전 환경부장관을 지냈고 또 지난 정부에서 주요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우리 포항을 위해서나 환동해연구원을 위해서도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중앙정부에서의 큰 경험들은 포항이 안고 있는 현안 문제와 그 밖의 난제 해결에도 지혜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러시아, 중국, 일본 현지에도 환동해연구원이 설립될 것을 감안해 국제관계 업무까지 총괄하게 될 박사급 사무총장이 영입됐다. 이밖에도 총 17명으로 구성된 이사들이 연구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담당하게 되고, 옥스퍼드대학 출신인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19명으로 구성된 연구위원 전원이 국내 유명대학 교수 또는 박사급으로 돼 있어 환동해 전문 민간종합연구원으로서 위상에 맞는 인재풀 연구체제를 갖추었다.



-역사적으로 환동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진 곳인가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동해는 서해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로 해석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우리나라는 근대기까지 정치적 경제적으로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 중국이다. 대규모 상단들이 대국과 교역하기 위해서는 서해를 통해 진입하여야만 했다. 반면 150여 년 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열강이 개항을 요구하며 무력을 앞세웠던 곳이 동해이고, 120여 년 전 한반도 지배를 놓고 패권을 다투었던 러시아와 일본의 전장이 동해이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근대기까지만 하여도 동해는 폐쇄되어야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이처럼 세계열강들이 동해를 통해서 한반도로 진입하려 했던 이유는 이곳 바닷길이 국제사회와 대면하는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쉽게 왔던 길은 우리도 그들에게 가기 좋은 길이다. 그런 점에서 환동해가 가진 의미는 포항이 국내에서 풀 수 없는 기업유치나 산업구조 재편 등의 문제를 환동해경제권 내 국제 지역과의 관계설정에서 해결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환동해를 낀 한반도와 주변국의 관계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경제모델을 발판으로 삼으려는 러시아와 그 독립 국가들을 대상으로 신 북방정책을 펼쳐 유럽까지 교역로를 확장시키는 것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전통적 우방국에 걸맞은 대우를 함으로서 인도까지 교역로를 확장시키는 신 남방정책을 펼쳐 한국형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우리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일대일로정책과 신동방정책을 발표해 자국중심 교역로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환동해는 생계를 위해 어선을 띄우던 작은 바다의 의미를 넘어 아시아 열강들이 핵심가치를 논하는 격변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환동해시대 포항의 지리적 여건이 어떠한 실질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나

◇우리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교차점이 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포항이 중심이 되는 환동해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해를 접한 국내 어떤 도시도 가지 못한 포항만의 이점이 있다. 4차 산업을 주도할 IT기반 과학기술과 교육기관이 충분하고, 여기에 방사광가속기센터와 지능로봇융합센터 그리고 세계적인 철강기업 POSCO가 있어 환동해권 국제 지역 어디와도 투자와 기술교류가 가능하다. 또 지정학적 여건에서도 육지와 해양문화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스페인 빌바오를 닮아 있고, 바닷길이 국제사회와 연결된다면 스웨덴 말뫼에 버금가는 세계적 친환경 도시도 꿈꿀 수 있다. 포항의 이러한 매력은 이념을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고, 세계를 무대로 교역과 교류가 빈번한 국제도시로 성장할만한 개연성을 품고 있다. 환동해시대를 통해 포항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방안은 국제 지역사회와 경제적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국제도시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내재된 여건에도 불구하고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놓여있다.



-포항이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국가가 주도하는 교역은 정치이념이 반영되어 제도적 프레임에서 내밀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민간이 주도해가는 교역은 이념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놓고 대상을 판단한다. 그 예로 일본의 아베정부가 정치적 잣대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며칠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의 몇몇 기업과 접촉해 이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 그런 이유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포항 중심의 환동해 경제공동체 구성은 투자, 교역, 교류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또 서로가 산업구조에서 다른 영역을 가졌다 하더라도 상호 보완적 관계로 공동체의 기업과 지역사회가 동반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제 지역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국제 교역에 앞서 문화적, 정서적 차이를 좁혀가는 다각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전제조건의 이행은 환동해연구원의 설립목적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 연구원이 펼쳐갈 핵심과제로 채택되어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환동해연구원의 역할과 기능

◇환동해연구원은 국내 유일 환동해 국제 지역 전문 민간종합연구기관이라는 특화된 전문영역을 제도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체제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해 갈 것이다.

첫째, 환동해 국제 지역에 대한 토대 연구를 완성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국제 지역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토대연구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학제별로 천착한 연구결과물을 내어 놓을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물이 환동해 국제관계에서 실제 교역과 교류를 여는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실용적 연구에 가치를 두고자 한다.

둘째, 환동해 전문가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포항 중심의 환동해시대를 펼쳐가기 위해서는 동시대 안목을 가진 국제 지역의 분야별 전문가가 길러져야 한다. 교역과 교류의 중심에는 문화와 정서가 다른 사람이 놓여 있다. 문화적 충돌과 정서적 이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적교류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들과 대응할 전문 인력도 양성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국제 지역관련 분야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되고 전문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민간 기업을 회원으로 한 경제공동체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환동해를 접한 국제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기업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칭 ‘환동해경제공동체’라 명명하고, 이념을 초월하는 상반상성(相反相成) 교역 시스템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가 영역이 지역사회를 위한 환동해연구원의 주요역할이 될 것이다.



-환동해연구원장 입장에서 바라 본 포항의 산업구조와 방향

◇아직 포항은 POSCO를 제외한다면 특별한 산업구조를 논의할 만한 것이 없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역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Post POSCO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POSCO와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 소원해져 있다. 우리는 POSCO 이후를 논하기 전에 서로 발전적 방향에서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 기업인 POSCO의 국제 네트워크는 포항이 국제도시로 성장하고, 또 중소기업과 청년창업자가 세계무대로 진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추진한 산업단지 곳곳이 아직 빈곳이 많고 국내 경기침체로 창업도 쉽사리 결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국내 기업을 유치해 도시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기에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산업관리공단에 의하면 2016년 구미시 소재 공장가동률이 84.5%였던 것이 2019년 7월 현재 32%로 격감했다. 삼성 스마트시티 네트워크사업 제조기능이 수원으로 이전했고, LG디스플레이 공장이 파주로 떠나갔다. 한때 포항을 능가할 것이라던 구미시가 불과 3년 만에 도시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밑돌을 빼내어 위를 쌓는다면 탑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다. 답은 환동해의 네트워크에서 찾아야 한다. 철강도시 포항을 구조적으로 다양화시키기 위해서는 환동해를 접하고 있는 국제 지역들과의 교역에 달렸다.

150년 전 우리만 몰랐던 환동해의 가치가 이제 아시아 열강들에 의해 새로운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다. 길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바다는 가려고 하는 자에게만 길을 내어 준다. 포항에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환동해 바닷길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문충운 원장은

포항에서 태어나 연세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해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연세대 BK21 연구교수로 재직했고 DCT GLOBAL이라는 IT기업을 창업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사업도 했다. 현재는 고향의 형님 회사에서 해외진출 전략, 기획, 신규사업 부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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