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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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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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재의 馬 이야기


말은 본능적으로 기본적으로 생존, 영양섭취, 번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놀라면 도망치고 궁지에 몰리면 싸운다. 허기와 갈증을 느끼면 먹고 마시고, 성욕을 느끼면 번식하려 하며 자기 종족을 계속 이어나간다. 이러한 세 가지 요건이 건강한 말을 상징하는 요점이다. 말은 개체별로 특성 및 성격이 다르므로 마굿간 혹은 야외에서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 평상 시 말의 행동과 움직임, 성격 등을 잘 파악하면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즉시 알 수 있다. 건강을 유지시키는 요령은 말 관리자가 계속 관찰하고 감지하는 것이다. 말을 포함하여 동물을 돌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관리자의 안목”을 향상시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동물의 모습, 감정, 행동을 알 수 있는 능력으로 즉시 어떤 차이 혹은 변화를 알아내는 것이다. 건강한 말은 피부와 모색이 좋아 보이고 지나치게 마르거나 뚱뚱하지도 않으며, 눈은 맑고 콧구멍은 깨끗하고 주변 상황에 흥미를 가지면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말도 있고 과감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 있으며 삶이 지루한 말도 있다. 말의 성격을 파악하고 성격으로부터 나오는 행동을 인지하게 되면 최고의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춘 것이나 다름없다. 먼저 마굿간에서 생활하는 말은 야외에서 지내는 말보다 관찰하기가 쉽다. 고개를 내밀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마굿간 뒤편에 조용히 서 있기를 좋아하는지, 자주 눕거나 몸을 굴리는 것이 일상적인 행동인지, 야외에서 다른 말과 함께 생활하는 말이라면 다른 말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지, 입맛을 잃거나 평상시보다 많이 또는 적게 물을 마시거나 배변 횟수 또는 일관성에 변화가 있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징후이다. 즉, 정상적으로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것이 건강한 말이다.

말의 정상적인 행동 지표 중 하나가 먹는 것이다. 초지 등 야생 상태의 말은 하루 중 12시간 이상을 먹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외에는 말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여기저기 있어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야외에서 풀을 먹는 방식이 소의 경우 풀의 아랫부분까지 깨끗하게 먹는 반면 말은 풀의 반 정도 길이만 먹고 지나간다. 따라서 야외에서 말의 먹이 습성은 풀을 조금씩 먹고 이동하고 또 주변의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마굿간에서 사육되고 있는 말은 밥통에 한꺼번에 급여되기에 관리사가 급여하는 횟수와 양에 따라 먹는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관리되고 있는 말의 경우도 야생의 말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료를 급여해 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말에게 먹이를 주는 횟수와 시간, 양은 어떻게 될까? 사료는 가능한 적은 양을 자주 급여하는 것이 말의 건강관리에 좋다. 말의 사료는 곡물 성분을 나타내는 농후(알곡)사료와 줄기 혹은 잎 성분을 나타내는 조(풀)사료로 크게 구분한다. 농후(알곡)사료는 말이 좋아하지만 섬유소의 함량이 낮고 에너지 함량은 높다. 농후사료에는 귀리, 옥수수, 보리 등이 있고 조사료에는 콩과(알팔파, 클로버 등)와 벼과(티모시, 라이글라스 등)로 분류되며 공급형태에 따라 생초, 건초, 사일리지(생초를 발효하는 형태) 등이 있다. 사료량은 말의 체중 대비 %(무게)로 한다. 일반적으로 말의 하루 사료 급여량은 체중의 2~2.5%이지만 성장상태, 운동량, 날씨, 임신의 유무에 따라 달리한다.

사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물이다. 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으로 물 공급이 적절하지 못할 경우 산통이나 탈수를 유발하게 되고 심하면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 말의 물 섭취량은 날씨와 운동량, 사료의 형태(건초, 곡류사료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날씨가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체중의 약 4%를 먹여야 하고, 겨울철에는 약 2.5%정도를 먹여야 한다. 물 급식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말이 공급한 물을 전부 다 마시는 것이 아니고 쏟아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먹는 섭취량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최근에는 물통을 사용하기 보다는 자동 급수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나 인건비 절감이나 말이 마시고 싶을 때 자유스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말의 상태를 살피는 경우가 적어 개인적으로는 수동 급여를 권장하고 싶다.

말 관리자는 응급 시 수의사에게 자신의 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정상적인 체온, 심박수, 호흡수 등)을 갖춘다면 문제의 시급성을 평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말의 정상적인 체온은 38℃이며, 체온계를 직장안에 넣어 약 1분 동안 둔 다음 체온을 잰다. 심박수는 심장이 뛰는 횟수로 휴식 시 분당 40회 정도이다. 주로 심장위치에 청진기를 대고 재거나 아래턱뼈 아래로 지나가는 동맥(안면동맥) 혹은 팔꿈치부위의 앞다리 안쪽에 있는 요골동맥에 손가락을 대고 잰다. 호흡수는 분당 8~12회이다. 말의 호흡수는 청진기를 이용하여 기관부위나 콧구멍에서 호흡음을 듣거나 복부의 상하운동 혹은 손바닥을 콧구멍 위치에 대고 호기시에 내뿜는 공기의 횟수로 측정할 수 있다.

정상적인 말의 다리와 발굽은 차갑고 단단해야 한다. 발굽에 열이 있는지, 아니면 다리에 열이 나거나 붓는지를 본다. 발굽에 멍이 있거나 감염이 있다면 다리를 절거나 열이 발생할 수 있다. 말의 다리와 발굽은 가장 부상이 일어나기 쉬운 부위이다. 수시로 발굽과 다리를 살펴야 한다. 말 관리자는 말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과 행동을 잘 알고 있으면 말의 복지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길재 경북대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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