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가를 위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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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예술가를 위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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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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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그들 자체의 존중보다
공실완화·지역상권 활성화가
우선 목표로 자리 실효성 의문
이해·공감·진심 흐르는 정책
대상자들과 지역민 마음 열어
재생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다채로운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디건간 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것이 청년 창업이나 예술가 지원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다.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보통은 청년을 위한 창업 공간,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을 도심부에 조성하고 그들이 입주해 활동하게 해주는 방식의 사업들이다. 여기에 요새 빠질 수 없는 ‘공유’라든가 ‘커뮤니티’와 같은 표현을 양념처럼 살짝 가미하고, 무슨 센터니 허브, 특구와 같은 거창한 표현으로 마무리하면 어디에 내놓기에 손색 없는 도시재생 사업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 같다.

다소 냉소적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원론적으로야 청년 계층에 대한 지원, 문화예술 활성화만큼 도시재생에 중요한 것도 없기는 하다. 도심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데 있어 청년층이나 예술가들의 힘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 사업에 ‘청년’과 ‘예술가’가 언급되는 방식에는 편치 않은 구석이 늘 있다. 일견 청년과 예술가를 존중하고 대우하기 위한 사업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와 거리가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얼마 전 관청에서 학교로 보낸 정책 제안서를 잠시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도심에 일종의 ‘개방형 캠퍼스’를 조성하여 각 대학이 연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지역 여건상 대학이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이런 정책의 필요성은 나도 공감하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정책 목표 부분을 읽으면서 공감의 끈은 끊어져 버린다.

‘쇠락하는 도심부의 공실을 줄이고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함.’ 도심 캠퍼스 정책의 목표가 결국 상권 활성화라니, 여기에 담긴 난맥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본말의 전도? 참여자의 도구화? 청년대학생을 지원하는 정책의 본심이 공실 완화, 상권 활성화에 있다면, 이건 곤란해도 한참 곤란한 접근방식이 아닐까. 대학생들이 즐겁고 보람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장을 펼쳐주는 것, 그것 외의 다른 정책 목표가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주변 상권이야 애써 무시한다 해도 활성화되지 않을 리 없다.

도시재생 시대를 맞아 다급하게 청년과 예술가들을 도심으로 초대하고는 있지만, 기실 그 속에는 그들 자체에 대한 존중보다는 이들이 가져올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먼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것이다. 전에 없이 이들을 위한다는 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 예술가들의 창작 노력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으며,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는 것일까.

재생 시대의 정책은 성장하던 시대 정책과는 다른 문법으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분석, 비용 대비 편익 같은 것이 성장 시대의 문법이었다면, 재생 시대의 문법은 오히려 정책 밑바탕을 흐르는 ‘진심’이어야 한다. 이것이 있어야 불확실한 가운데 살아가는 지역민들을 보듬어 참여자로 변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이 움직일 수 있어야 비로소 재생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재생을 위한 신묘한 정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이미 했어야 하는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일 뿐이다. 재생 정책은 금방 손에 잡히는 열매를 가져다줄 그런 성격의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부터 출발했으면 한다.

지름길로 달려가 결과물만 따 먹을 방법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 청년을 위한 사업이면 청년층에 대한 공감에서, 예술가를 위한 사업이면 예술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청년이, 예술가들이 마음을 열고 지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재생은 자연스러운 결실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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