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음악과 문학은 완벽하게 같아”
  • 이경관기자
“마음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음악과 문학은 완벽하게 같아”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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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성은 작가
앨범 ‘This Is My’ 발매로
음악까지 활동 영역 넓혀
생의 몽롱함·희망·환희
포크·보사노바·발라드 등
다채로운 장르로 표현해
오성은
오성은 버스킹 공연 모습.
오성은

일상의 지리멸렬함에 지칠 때, 고요함을 찾고 싶을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떠남으로써 일상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정확히는 떠남으로써 일상에 존재하는 나를 증명하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글쓰기가, 여행가에게 떠남이, 뮤지션에게는 노래하는 것이 숙명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한다.

“존재하기에 글을 쓰고, 떠나며 노래한다. 이는 내가 나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오성은 작가.

그는 ‘바다소년의 포구 이야기’, ‘여행의 재료들’을 펴냈으며 지난해 ‘제24회 진주가을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된 작가다. 최근 그는 파리와 멜버른, 홍콩, 마닐라 등의 도시를 다니며 써낸 곡을 모은 앨범 ‘This Is My’를 발매했다. 뮤지션으로 또 다른 삶을 시작한 그를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앨범 ‘This Is My’를 발매했다. 음악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이유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이 목표다. 음악은 시간을 쓰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예술이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3~4분여 동안 슬퍼지거나 행복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듣기 위해선 누구라도 공평하게 시간을 써야 한다. 얼마나 시간을 잘 쓸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욕심인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소개해달라.

“‘This is my’는 파리, 멜버른, 홍콩, 마닐라 등의 도시들을 전전하며 써낸 곡을 모은 앨범이다. 시티팝과 보사노바, 포크와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장르 속 몽환적인 가사는 스러지는 청춘의 표정과 닮아 있다. 단조로운 멜로디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생의 몽롱함과 낮은 읊조림, 상처의 흔적들, 비로소 길어 올린 희망과 환희를 표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뮤지션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나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텀블벅을 통해 후원자분들에게 큰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편곡 및 제작을 맡아준 ‘Grow4Music’의 김형빈 프로듀서와, 독고훈 프로듀서, 가사와 피처링을 맡아준 박혜우 작가가 없었다면 완성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자세한 곡 소개도 이야기해달라.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다 보니, 문학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 어느 날에는 읽고 있는 책을 찢어 먹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때도 있다. 너무 좋아서. 첫 곡인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는 멕시코의 소설가 후안 룰포의 동명 단편소설에서 착안했다. 이 곡을 만든 것은 2013년 즈음이다. 본격적으로 부르게 된 것은 2015년이다. 호주 멜버른의 길거리에서 처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칠레 친구들에게 유독 반응이 좋았다. 조금 격정적인 노래라 그런 것 같다. 두 번째 곡 ‘연인들의 밤’은 보사노바 곡으로, 잠 못 드는 날 들으면 더욱 비참해질 한 영혼을 꿈꾸며 썼다. ‘This is my’는 영어로 만든 곡을 한국어로 바꿔 보다 상큼해졌다. 나 또한 상큼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마지막 곡 ‘멀어져가’는 함께 작업한 김형빈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았다. 박혜우 작가가 가사를 함께 쓰고 보컬에 참여했다. 녹음할 때 분위기는 활기차고 좋았는데, 비 오는 날 들으면 더없이 슬퍼지는 노래다.”



-현재 본보에 ‘오성은의 사적인 LP’를 연재 중이다. 음악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떤 마음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문학과 음악은 완벽하게 같다. 다만 두 예술을 담는 그릇의 형태와 쓰임이 다르기에 모드 변경을 해야 한다. 폴 오스터의 책을 펼쳤는데 악보만 그려져 있다거나, 비틀즈를 재생했는데 존 레논이 가사만 읊조린다면 어색할 테니까. 몇 개의 모드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한다. 제가 가진 모드에 합은 단 하나의 무드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기대된다. 활동 계획은.

“프랑스 파리에서 한 피아니스트의 독주회에 간 적이 있다. 자신이 만든 향수를 시향지에 적셔 나눠주더니 연주를 하는 동안은 눈을 감고 향을 맡으라고 했다. 9분 여의 연주가 끝난 이후 사람들은 한참동안 향에 대한 토론으로 그 시간을 채웠다. 향을 맡고, 연주를 듣고, 언어를 해석하고, 생각을 말하는데 오감이 작동하는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나 무대 위에서는 술수를 부리지 말 것. 그 외에는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꾸준하게 소설을 쓰고, 진솔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 요즘은 한주의 절반을 서재에서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을 유지하고 싶다. 반면에 거리에서 노래하는 일이 두려워지고 있다. 점점 변하고 있는 나를 오롯이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이다. 나에 대해 정확히 질문하고 성실하게 답할 수 있는 작가이자 뮤지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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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재 2019-07-26 10:29:18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도전과 노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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