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복날 들으면 좋은 보약같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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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복날 들으면 좋은 보약같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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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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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봄 꽃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본격적인 무더위가 완전한 여름을 실감케 한다. 지난주 필자는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당일치기 무박이일의 짧은 가족여행을 하였다. 목적지는 대관령 양떼목장, 평소에 언제 한번 꼭 아이와 함께 대관령 양떼 목장을 가봐야지 하면서도 여태 가보지 못해 늘 아쉬웠던 터라 최근 태풍도 물러가고 비도 그쳐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강원도로 출발했다.

섭씨 34를 넘나드는 매우 뜨겁고 무더운 날씨였지만 막상 대관령 정상에 가보니 바람은 서늘했고 온통 시원한 초록의 경치가 무더위를 한 번에 잊게 해주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처음 보는 대관령의 풍경은 온통 초록의 언덕과 들판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어서 매우 흥미로웠지만 특히 자유롭게 풀을 뜯는 젖소와 양떼들은 여기가 마치 스위스 알프스의 어느 한적한 언덕처럼 이국적인 모습으로 필자로 하여금 감탄케 했다.

필자는 대관령 정상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거칠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여름에 잘 어울리는 보약 같은 클래식음악이 없을까? 라고 생각해보았는데 독일의 근대 대표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떠올랐다. 마치 대관령이라는 이 대자연이 알프스와 매우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오늘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클래식음악인 ‘알프스 교향곡’에 대해 전하려한다.



-알프스 산행

사람들은 알프스라 하면 동화책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생각이 나고 스위스에 있는 산이라고 간단히 생각해버린다. 유럽 지도를 보면 생각과는 달리 알프스는 매우 넓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어느 특정 국가의 소유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크기의 산맥과 높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프스 산맥은 스위스를 관통해서 남부독일, 북부이탈리아 국경을 지나 오스트리아까지 연결된 유럽의 대표성을 갖는 산맥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의 작곡자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나 알프스의 대자연을 보며 자라난 알프스를 사랑하는 음악가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 1864~1949)는 독일의 근대 작곡자 중 대표적인 작곡가로 교향시와 오페라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돈 주앙’,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등이 있다. 1908년, 슈트라우스는 뮌헨의 서남쪽 60km쯤 떨어진 알프스의 자락인 ‘가르미슈 파르텐 키리헨’에서 그가 만족할 정도의 아름다운 산장을 지어 그곳에서 작곡에만 몰두하였는데 특히 이곳에서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알프스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알프스 교향곡’ 작품에 직접적인 작곡의 소재가 된 것은 슈트라우스 14세 때 겪은 등산 체험으로 인해 큰 사고가 될 뻔했던 작곡자 본인의 이야기이다. 슈트라우스는 1878년 8월말, 독일 뮌헨과 가르미슈 사이에 있는 ‘무르나우’에서 시작해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떠났다. 보통의 산행은 밝은 대낮에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지만 그는 특별하게도 한밤중인 새벽 2시에 출발하는 산행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하는 산행이 강도 높은 산행이다 보니 초보등산객인 ‘스트라우스’는 길을 잃어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주변은 어둡고 산세는 험해 약 3시간을 공포와 싸워야 했고 해가 뜬 이후로도 대략 총 12시간 이상 길을 잃고 산속을 계속 헤맸다고 한다. 어둡고 험한 산 속에서 구르고 넘어지고 비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어 추위와도 싸워야 했지만 슈트라우스는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내어 깊은 산속 어느 한 농가를 발견하여 큰 사고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슈트라우스는 산행 때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토대로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바로 다음날 그는 피아노로 산행의 상황을 표현했다고 한다. 음악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언젠가는 꼭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산행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의 나이 51세 때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여 어릴 적 꿈이었던 ‘알프스 교향곡’이라는 대작을 비로써 완성할 수 있었다.



-보약 같은 알프스 교향곡

이 작품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근대 최고 걸작 교향시다. (교향시: 음악을 통해 신화나, 역사, 문학적 내용을 회화적으로 묘사한 음악을 교향시라고 한다.) 이 작품은 슈트라우스가 관현악을 위해 만든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이작품은 어두운 새벽부터 아름다운 노을이 있는 알프스의 대자연을 묘사하였고 제목은 교향곡이지만 22개의 제목이 있어 악곡의 형식도 매우 자유로워서 이작품은 교향곡이라기보다는 형식상으로는 교향시로 분류되어진다.

이 작품은 1개의 악장으로 되어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크게 5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번째로는 서주이며 산행 출발 전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2번째로는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가지 스토리가 담겨있다. 3번째로는 산행 정상에서의 기분, 4번째로는 산을 내려오는 하산, 5번째로는 마지막인 도착의 감동으로 잘 묘사되어있다. 산행 출발부터 하산까지 전 과정을 순서대로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눈감고 음악을 감상해보면 마치 등산을 통한 알프스의 풍경을 잘 느낄 수 있다. ‘밤’, ‘일출’, ‘등산’, ‘숲속에 들어감’, ‘시냇가를 걷다’, ‘폭포에서’, ‘장관’, ‘꽃피는 초원에서’, ‘목장에서’, ‘숲속을 지나다 길을 잃다’, ‘빙하에서’, ‘위험한 순간’, ‘정상에서’, ‘공상’, ‘안개가 낀다’, ‘해는 점차 희미해지고’, ‘비’, ‘폭풍 직전의 고요함’, ‘천둥번개와 폭풍, 하산’, ‘일몰’, ‘여운’, ‘밤’ 이런 순서로 22개의 장면들을 제목으로 엮어 교향시를 만들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모습이 그려지듯 음악적 묘사가 인상적일 것이다. 새벽 일출 일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등산객의 심정으로 감상해본다면 더욱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알프스 교향곡’은 흔히 볼 수 없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이라 좀처럼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유명세가 있다. 작곡 당시 ‘구스타프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서로 경쟁하듯이 오케스트라 편성규모를 거대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현대 오케스트라의 편성인원은 대략 70여명 안팎이 보통이다. 하지만 당시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대략 16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필요했다. 현대에도 최소120명의 연주자가 있어야 가능한 작품이라 매우 스케일이 큰 거대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알프스를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오케스트라 편성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각종 타악기와 평소 보기 힘든 악기들도 많아 볼거리 많아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산행을 인생에 비유한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 가지 역경, 하산할 때를 알고 내리막을 걷는 황혼의 길은 인생 여정과 같다고 한다. 동이 트기전 시작된 산행에서 길을 잃었던 슈트라우스, 그는 알프스의 대자연 속에서 장대한 인생여정의 체험을 불멸의 위대한 교향시로 엮어냈다. 알프스 산행에서 장엄한 일출을 보게 되고, 고즈넉이 살아가는 스위스 목장의 정취를 듣게 된다. 그러다 위험한 빙하와 마주치게 되고 매 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산 정상에 오른다. 감격의 정상 정복 이후 내려오는 길에서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위협적인 폭풍우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알프스에는 다시 밝은 태양이 비추고 하산 길에서 등산객은 지금껏 산 속에서 겪은 일들을 조용히 회상한다.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인생의 장엄함을 하나의 어드벤쳐로 즐길 수 있는 힘을 주는 곡이다. 알프스 교향곡은 한여름 복날 먹는 삼계탕이며 기가 허할 때 먹는 보약 같은 클래식음악이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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