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격(格)으로 일본 제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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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격(格)으로 일본 제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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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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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참 어려운 지경에 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이웃나라와 갈등관계에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온통 한일관계에 대한 기사들이 방송과 언론을 덮고 있다. 갈등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쟁과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작금의 갈등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고 진행되었는지 복기하고 분석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중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나를 따질 때가 아니라 이 갈등을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익에 맞게 대응하느냐에 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가장 하수(下手)는 무엇인가? 감정적 대응이다. 치밀하고 세밀한 일본의 경제적 공세에 “그저 역시 일본은 믿으면 안 돼”하며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일본의 공세와 침략에 대응했던 방법이다. 세상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존중은커녕 동등한 파트너로도 여기지 않는 태도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근대화한 일본이 어떤 상태인지 내막을 알지도 못했고 일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할 능력도 없고 막아낼 힘도 없어서 결국 국가를 빼앗겼던 방법이다. 하수가 아니라 패수(敗手)다.

다음으로는 중수(中手)다. 경제적 갈등을 경제적으로 풀어내려는 대응법이다. 어찌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방법이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의 10분의 1이었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일본의 10분의 8까지 따라왔고 5~10년 뒤면 일본과 비슷하거나 더 커질 것이다. 경제적으로 2019년 대한민국은 더 이상 100여 년 전 조선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게 알려주자는 것이다. 우리 반도체를 공격하면 우리도 일본을 아프게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만해라. 더 이상 한국 경제를 만만히 보지 마라. 우리가 다치면 너희도 다친다. 그리고 너희가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하지만 이도 최선의 수가 아니다. 우선 한일 간에 경제적으로 한 방씩 주고받는 싸움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KO승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꽤 많은 출혈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한일 간에는 독도, 일본군 위안부 사과 등 첨예한 이슈들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이슈들로 향후에 일본이 경제적 압박을 해올 때 우리도 경제적 반격을 거듭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결국 이기고도 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다른 갈등에도 지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고수(高手)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한민국의 격(格)으로 일본의 격(格)을 이기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각자의 삶에서 품겨나는 격이 있듯이 사회와 국가에도 격이 있다. 그리고 그 격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높은 기준이 되고 또 그 사람에게 가장 큰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아무리 한 나라의 외견적 덩치가 커도 그 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주는 격이 떨어진다면 우리는 그 국가를 진정으로 존경하지 않는다. 다만 힘에 눌려 말을 듣는 척할 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모습을 돌아보자면 실은 일본의 행태가 그리 놀랍지도 않다. 급속한 경제 성장 이후 일본은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두꺼운 지갑을 노골적으로 활용해 왔다. 한 예로 일본이 그토록 원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획득을 위한 외교를 들 수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위해, 특히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사용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만큼 잘 사니까 그에 맡는 대우를 받고 싶다는 격 낮은 욕심 외에는 일본이 도대체 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하는지 또 상임이사국이 되어 국제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포부도 듣기 어렵다. 이것이 일본의 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지지하는 보편적 가치들이 존재하고 또 그 대한민국 가치들의 매력밀도도 매우 높다. 세계인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개발은 국제사회에 부러움의 대상일지는 몰라도 결코 존경의 대상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국민들이 피 흘려 이루어 낸 민주주의와 통일과 평화를 향한 대한민국의 굳건한 노력에 국제사회는 머리를 숙이는 것이다. 냉전의 희생국으로 70여년의 분단의 고통을 겪어온 나라만이 외칠 수 있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 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 그리고 완전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히 여기는 나라라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격이고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렇다. 싸우자고 달려드는 일본을 그들과는 다른, 그리고 높은 격으로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스스로에게 자신들이 한 행동을 한 없이 부끄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크게 이기는 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으르렁거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전략은 고수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 관광 취소 등으로 표출되는 국민 정서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 분출로 지금의 분쟁을 극복할 수 없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는 더욱 기대할 수 없다. 이제 국민의 정서적 분노와 기업들의 경제적 대응마련을 넘어 70년간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들어 준 높은 격을 가지고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상상해 본다. 조만간 일본 언론에 소개될 대한민국 대통령 기고문을.

‘사랑하는 일본국민 여러분, 대한민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온 이웃이며 친구입니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폭력과 전쟁이 아닌 평화를 국가의 최고 가치로 선언했고, 민주주의를 통해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실천했고,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임무로 인정한 아시아의 소중한 가치 동맹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국 간의 갈등이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듯이 결국에는 서로를 더욱 이해하며 존중하는 멋진 관계로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더 많은 일본 국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대한민국을 더 많이 알고 사랑하기를 원하고 대한민국 국민들도 일본을 더 많이 알고 사랑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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