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오녀의 고장 女性행복도시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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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녀의 고장 女性행복도시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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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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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세오녀가 직조한 것이
실제 비단이든 철제 그믈이든
인류 삶에 필수 불가결한 도구
당시 ‘여성 권력층’ 연구조사도
포항, 여성친화도시로 조명돼
세오녀의 역사적 의미 더욱 커
철강업·해병대 도시 이미지에
온화·친근·부드러움 더해질때
비로소 글로벌 도시 포항 완성

지인과 함께 ‘연오랑 세오녀 테마파크’를 찾았다. 지인이라기보다 친구라 해야 한다. 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오랜 세월이 흘러서 포항에서 다시 만나서 지역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30년 넘게 같은 직장에서 일 하면서 인문학에 기반을 두고 향토 문화와 역사에 대해 ‘독자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은퇴를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분들 중에는 지역사회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환동해연구원차원에서 다양한 사회연결망(SNS)을 연결시켜 볼 필요가 있겠다.

‘세오녀와 연오랑’이라고 굳이 순서를 바꿔 그 친구는 설명했다. 주인공이 연오랑이 아니라 세오녀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덧붙이면서. 설화를 현대식으로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연오랑이 고기 잡다가 해류에 휩쓸려 일본으로 건너가고 고기잡이(어쩌면 해녀 일), 길쌈, 대장간 등으로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세오녀가 억척스럽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남편이 세오녀를 태워오게 했는데, 그러고 나자 지역 살림살이가 캄캄해져서 마치 태양이 사라진 것과 같았다. 왕실(지배계층)에서는 사람을 보내 이들 부부를 다시 데려오려고 했다. 태양 숭배 믿음은 이집트, 인더스, 황하, 그리스, 아즈텍 등 여러 문명 공통의 요소이다. 인류가 사냥이나 열매를 따먹다가 본격적인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빛과 열의 근원으로서 태양은 가히 신과 같은 존재였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세오녀가 철기문화를 지배하는 여성 권력층이었으므로 일본의 여자 왕에 대한 설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설화이므로 한일 양국의 시대적 상황이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다. 어쨌든 세오녀가 직조한 것이 실제 비단이든 아니면 철제 그물이었든 간에 인류 삶에 필수 불가결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가치 조사 보고’서(2016년 12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의 여성문화와 전통 문화 연구의 중요한 요소로서 해녀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적 지위, 생활사, 항일 항쟁 등 민속학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전국에 해녀는 12,894명이 등록되어 있고 경북지역에 2,176명, 포항에 1,715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와 함께 국문학자들에 의한 언어, 속담, 신앙 등 생리학, 법학, 지리학, 인류학, 경제학, 역사학 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세오녀가 해녀였던 비단을 짰던 대장간을 운영한 여성이었던 간에 2000년 이상 그 이름이 전해져 오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향력이다. 포항이 여성친화 도시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그 의의가 크다. 포항은 2012년에 전국에 36개 지자체가 여성 행복도시로 뽑힐 때 포함되었고, 2017년에 재 지정되어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로 면모를 갖추고 있다. 포항시는 여성정책 전문가, 시민단체, 여성활동가,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사업으로서 철도부지 도시숲공간 활용, 2000만 그루 생명의 나무 심기, 장미도시조성, 문화예술 창작지구에 여성친화 공간 조성 등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여성들은 강인하고 지혜로운 리더십을 보여준다. 한국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포항시가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억척스런 어머니들, 포항종합제철 건설 과정에서 열연 비상과 돌관 작업이 한창이던 시절에 길게 늘어서서 건설자재와 밥을 나르던 여성들은 포항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해 온 ‘우먼파워’를 실감하게 한다.

맞벌이 여성의 육아와 휴식의 균형,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창출, 장년과 노년 여성의 안전한 생활 기반 등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실현하는 것이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철강, 해병대의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기존 포항 이미지에 부드럽고 친근하면서도 온화한 여성 이미지가 더해질 때 비로소 글로벌 중심도시 포항이 완성될 것이다.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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