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카드로 평화경제 언급은 견강부회
  • 경북도민일보
對日카드로 평화경제 언급은 견강부회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이 어제 또다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이른바 그들이 주장하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2발을 쏘아 올린 지 나흘 만이다. 지난달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래 채 2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써 4차례나 발사체를 쏜 것이다.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로 한일 간 경제전쟁이 벌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불안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안보불안까지 가중시키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극일(克日)을 위해 ‘평화경제’를 언급한 바로 다음날 북한이 탄도 마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점에서 북의 도발행위가 괘심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남북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에 대한 경고와 동시에 우리 국민에 대한 호소, 그리고 북한에 대해선 평화 메시지 성격을 띤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튿날 보란 듯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주창이 무색해져 버렸다. 북이 문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를 발로 걷어차 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함께 한술 더 떠 우리 정부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발표된 노동신문 외무성은 담화에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과 마주앉아 맥 빠지고 소득 없는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며 “전쟁 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또 “앞에서는 대화에 대해 곧잘 외워대고 뒤돌아 앉아서는 우리를 해칠 칼을 가는 것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떠들어대는 ‘창발적인 해결책’이고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라면 우리 역시 이미 천명한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새로운 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땐 비핵화·경협을 포함한 남북·북미 대화를 차단하고 비타협적인 독자노선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 즉 다시 핵실험을 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추호도 남북경협에 대해 동참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때에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카드로 ‘평화경제’를 꺼내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급한데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한 먼 미래의 희망을 언급한 것은 견강부회나 다름없다.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 지도자가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감성에 호소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계속해서 도발해오는 또 다른 적인 북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일본에 대한 대항카드로 섣불리 남북경협과 평화경제를 언급한 것은 안보에 대한 해이를 초래해 국민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경제전쟁대로, 대북 안보는 안보대로 현실성 있는 대처가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