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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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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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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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재
일상생활에서 말이 먹고 마신 후 배설하는 행위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무리의 영역과 무리 구성원을 확인하는 용도도 있지만 기생충 감염의 전염원이 되기도 하다. 말의 배변은 양과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하루 배변량은 10~20 kg 정도로 배변량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감소할 경우에는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변의 상태(정상적인 변, 설사 변, 무른 변, 딱딱한 변)는 소화를 가늠하여 사료나 급여 방법의 변경을 결정할 수 있다. 정상적인 변은 먹이에 따라 녹갈색에서 황금빛 갈색이며 촉촉하고 땅위에 떨어질 때 약간 부서져야 한다. 말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맹장의 미생물을 이용하여 풀을 소화한다. 갓 태어난 망아지의 경우 충분한 미생물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미말의 변이 어린 망아지의 소화에 필요한 미생물을 확보할 수 있어 어린 망아지가 어미말의 변을 먹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어미말이 다른 어미말의 변을 먹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말은 하루에 3~8 L의 뇨를 약 10회에 걸쳐 배출하지만 긴장하거나 낯선 장소에서는 배뇨를 자주 하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은 경주말에서 경주 후에 도핑검사를 위한 검사시료(오줌) 채취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 개를 산책시키면 배뇨행위를 자주 하는 것을 본다. 이 또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행위이다. 말의 배뇨도 무리의 영역과 구성원을 구분하는데 사용된다. 발정기에 있는 암말의 오줌에는 발정을 나타내는 페로몬이 함유되어 있다. 이럴 때 암말의 오줌 위에 숫말의 오줌을 덮어서 다른 숫말(일종의 경쟁자)의 출현을 차단하려고 하는 습성도 있다.

말의 습성에는 공포성, 귀소성, 모방성, 군집성, 사회성 등 자연적인 초식동물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말은 자신의 고삐에 밟혀 놀라 뒤로 넘어져 뇌진탕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겁이 많은 동물이다. 따라서 말에 접근할 때 혹은 말 주위를 지나갈 때 큰 소리를 내거나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말은 야외에서 놓치는 경우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굿간으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을 가진 동물이다. 만약 야외에서 말을 놓쳤을 경우 억지로 말을 붙잡으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굿간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끔씩 무리하게 붙잡으려고 하다 보니 달리는 말이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부상이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셋째, 말의 모방성이다. 말은 동료 말의 좋지 않은 행동을 따라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혹 주위의 말이 나쁜 습성을 가지고 있다면 교육이나 관리를 통해 모방치 못 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말은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동물이다. 야생 상태의 말은 숫말 1두를 포함하여 암말과 망아지 등 통상 20여 두 내외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다. 수말은 평균 1년 반 정도 그룹의 리더로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을 포함하여 다른 수말로부터 그룹을 지키고 그룹 구성원의 이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이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 있거나 다른 말의 행동에 무관심하다면 이는 말의 몸에 이상이 있거나 분만이 임박했을 경우 뿐이다. 수말은 무리의 리더로서의 기간(약 1.5년)이 짧기 때문에 가끔씩 암말이 먹이를 찾거나 공격자의 위치 등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무리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말은 군집 생활을 하기 때문에 무리 가운데 엄격한 서열이 존재한다. 서열의 의미는 이동 방향을 결정하거나 먹이를 먼저 먹는 권한을 의미한다. 제주도에서는 제주말 축제기간 중 말싸움 경기가 있다. 이런 말싸움이 바로 무리내에서 상위 자리를 두고 싸우는 서열 우위 싸움이다. 또한 하위 서열의 말이 상위 서열의 말에게 일종의 충성을 보이는 행동이 바로 유대감을 얻고자 말 서로간의 목, 등, 엉덩이 부위를 살살 가려주거나 살짝 깨물어 주는 행동이다. 말은 개체별로 보통 1.5 m 정도의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자신의 공간으로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입하게 되면 공격행위 등 반사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흥분하거나 불안해 하는 말의 목 부위를 쓰다듬어 주는 등 이런 말의 유대감을 말의 관리에 잘 활용하면 말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말의 성 행동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정상적인 행동이다. 수말은 암말에게 자신의 구애를 항상 표현하고 있지만 암말은 발정기에 접어 들어야만 발정의 징후(음문 윙킹, 잦은 배뇨, 수말의 승가 허용 등)를 통해 수말에게 자신의 발정 상태(엉덩이를 수말쪽으로 향하고 있음)를 알리고 교배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말의 번식시즌(3월~6월)에 말의 교배 장면을 관광 상품화하여 한국마사회 제주 육성목장이나 장수목장에서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있다. 말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는 개체별로 말의 정상적인 행동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말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늘상 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조길재 경북대학교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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