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의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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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의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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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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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77억.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면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피부색도 다양하고, 생김새도 각기 다르며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모습과 생각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평화롭게 산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신기할 뿐이다. 아마 그것은 더불어 살아가야할 규율과 법칙을 만들어 지키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도로에서 교통 규칙에 따라 서로의 차선을 지키기 때문에 사고 없이 많은 차량들이 물 흐르듯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규칙을 예고도 없이 자주 바꾸면 어떻게 될까? 혼란과 사고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규칙의 잦은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곳이 바로 교육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홍보도 하고 예고도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어려워한다.

입시 제도를 보자.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제도가 서울부터 시작하여 1971년에는 전국적으로 실시되어 중학교 입학시험은 없어졌다. 입학시험을 없앤 주된 목표는 첫째는 신체의 건전한 발달이고, 둘째는 과열 과외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1960년대에 초등학교 교사가 낮에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밤에는 가정에서 개인 과외를 위해 학생을 지도하는 일이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개한 국가의 교육 양태였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19조 5000억이라는 천문학적 액수는 우리의 가정 경제를 어렵고 하고 있다. 지금도 국가의 주된 교육 정책이 사교육비 경감인데 사교육비 문제는 과거 중학교 입시제도 하에서 너무 심한 과열이 있었고 그것이 계속 이어져 대학 입시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고등학교 역사를 보자.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고교 평준화가 처음 실시되고 그 이듬해에 대구에도 도입되었다.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평준화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포항뿐이다. 고교 평준화에 대해서는 도입 당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지금도 완전히 정리 된 것은 아니다. 교육에 대한 논쟁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관계되어 있고 인재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생각은 국민 각자가 다르며 다양하다. 국가의 정책은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통분모는 어느 정도 충족시켜야한 한다. 그래서 평준화 보완책으로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전국 2358개 고등학교 중에서 일반계 고등학교가 대부분이고 그리고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 그 특성화 고등학교 속에는 마이스트고, 도제학교도 있다.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영재학교, 자사고, 자공고 등이 있으며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을 위한 체육고, 예술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다. 현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사고는 전국 42개로 전체 학교 수로 보면 1.8%로 많지 않은 수이다.

경북의 경우는 포항제철고등학교와 김천고등학교가 자사고다. 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학자들의 논리에 의하면 여론 조사를 해 보면 평준화 희망이 70% 내외로 월등히 우세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고등학교는 평준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포항 지역 평준화 실시를 위한 용역의 연구 결과를 보면 평준화 희망이 실제로 많았다. 물론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보통의 학력을 가진 학생이 많으니까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자녀를 생각해서 평준화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의 교육 정책은 여론만으로 결정할 수가 없다. 선진국에서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자사고보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8개의 영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 교육계에서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즉 자사고 문제로 학부형과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심하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자사고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납입금도 3배 정도로 비싸고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보통 학생은 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이는 귀족학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2년부터 시범실시를 통해 오늘까지 운영해온 자사고가 1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사고가 평준화 보완을 위한 수월성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고 대학 입시를 위한 학원 역할을 한다고 비난한다. 그런 잣대로 따진다면 대학 입시를 외면하고 고교 교육을 하는 곳이 과연 있는가?

교육도 국가 통제가 너무 심하고 획일화 되면 다양화는 빛을 잃고 상상력과 창의력은 사라지고 모두 똑 같은 군상을 만들어 내게 된다. 고교 교육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권과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 너무 심한 교육 통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바로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교육 문제만큼 나와 너, 우리 모두에게 가로 세로로 촘촘히 엮어진 경우도 흔하지 않다. 민주주의의 양 날개는 자유와 평등이다. 자유주의는 능력 중심 구조이며 평등은 특정한 계급이 없어지고 공평한 분배를 통해 함께 같이 살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진리가 교육계에서는 이념으로 변질되어 조화를 이루기보다 자사고를 두고 서로 대립하는 경우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현대사는 누가 뭐라 해도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길러왔기에 오늘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일인당 국민소득 이제 겨우 3만 불. 여기서 멈추면 추락한다. 다양한 교육적 제도 속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멀리 보고 맞춤형 인재를 길러 대한민국의 새로운 신화를 쓰도록 하자. 빛의 영원한 동반자는 그림자인 것과 같이 자사고도 빛도 있고 그늘도 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제도가 어디 있겠는가? 교육 전체를 보아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운 생각들이 모여져서 지금 같은 자사고의 수난 시대가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이영우 전 경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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