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삼사일언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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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삼사일언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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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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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우리 일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일본’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및 인터넷 게시글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인해 가뜩이나 친일 프레임에 갇힌 한국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게 됐다. 나 원내대표는 과거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다가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어 이 발언을 단순 실수로만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나 원내대표는 최근에는 ‘나베(나경원+아베’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일본’이라는 표현은 단순 말실수로 치부되지 않고, 반대파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철의 여인’인 마가렛 대처 영국 수상의 아버지는 어린 마가렛에게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운명이 된다”는 유명한 말이다. 말이 생각의 표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당 측은 7일 나 원내대표의 발언 논란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당시 나경원 대표의 발언을 보면 앞서 ‘그런데 우리 보고서에 올리신 것을 보면...’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는 한 단락의 발언이 있고, 그 다음에 이어 ‘지금 여기 업무보고서에 보면 (우리) 일본이...’라고 돼 있다”면서 “여기서 ‘우리 보고서’는 집권여당측의 ‘외교부 보고서’를 지칭하면서 의미 없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덧붙여진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뒷 부분의 ‘우리 일본’도 ‘우리 한번 생각해 봅시다’처럼 문장을 이어가며 때로는 ‘의미 없이’, 때로는 ‘연결어’처럼 덧붙여 진 것이다”며 ‘말버릇’이자 단순한 ‘습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라는 표현이 ‘의미없이’ 또는 ‘습관처럼’ 실제 연설이나 발언에서 자주 사용된 사례를 열거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습관적으로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의 부모를 이야기할 때 “‘내 부모님’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 부모님’”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 남편”, “우리 와이프”, “우리 아들”, “우리 장인·장모” 등 “우리”라는 표현은 자주 사용된다. 서구의 개인주의보다 동양의 공동체 사상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 부모”, “내 자식”이라고 표현하면 개인주의 성향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지지자, 또는 유권자들에게 같은 편이라는 심리적 느낌을 주려고 한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한 처지에 빠지기 쉽다. 바로 다언삭궁(多言數窮)이다. 특히 아무 곳에나 ‘우리’라는 표현을 쓰면 나경원 원내대표처럼 설화(舌禍)에 시달리게 된다. 나 원내대표의 ‘우리 일본’ 발언이 단순 실수로, 해프닝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라면 ‘삼사일언(三思一言)’해야 한다.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히 말해야 하는 이유는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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